예비며느리 67%가 '어머니-친딸'로 인식

고부관계 긍정적 변화

등록 2006.10.23 16:57수정 2006.10.2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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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해 서울 양재동 시민의 숲에서 결혼정보회사인 듀오가 주최한 ‘며느리 사랑 가을소풍’ 행사에 참석한 시어머니와 며느리들이 서로를 끌어안고 정을 나누고 있다.

지난해 서울 양재동 시민의 숲에서 결혼정보회사인 듀오가 주최한 ‘며느리 사랑 가을소풍’ 행사에 참석한 시어머니와 며느리들이 서로를 끌어안고 정을 나누고 있다. ⓒ 우먼타임스

[채혜원 기자] "은주야, 이번 추석 때 휴가 받았다고 들었다. 애비도 일이 많아 집에 오기 어렵다고 하니 자유를 만끽하렴. 여행도 가고 영화도 보고. 우리는 평소에 자주 보니까 명절이라고 무조건 올 필요는 없어. 난 네가 재충전해서 한 해를 잘 마무리하는 게 더 중요하단다."

파주시 교하읍에 살고 있는 정은주씨는 지난 추석 연휴, 시어머니로부터 애정 어린 이메일을 받았다. 시어머니가 평소 자신을 존중하고 아껴주어 늘 감사하다는 정씨는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의 며느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러한 정씨의 사연은 (사)청년여성문화원(이하 청여원)이 공모한 '고부관계 우수 사례'로 뽑혔다.

청여원은 지난 8월 18일부터 9월 7일까지 새로운 고부관계 모델인 '평강공주 프로젝트' 사례를 공모했다. '평강공주'는 '평등 시어머니와 강한 며느리의 가족공동체 주인 되기'의 준말이다. 이 프로젝트는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삶의 선배로,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또 다른 딸로 인정하고 있는 사례를 발굴해 서로 연대하고 지지하는 새로운 고부관계를 제시하기 위해 진행됐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라고 하면 '고부갈등'이란 단어가 바로 연상될 만큼 그간 고부관계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가족 형태와 기능이 급변하고 있는 요즘 고부관계는 어떤 모습일까. 청여원이 지난 5월 21일부터 30일까지 서울·경기지역에 사는 여성 4백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결혼을 앞둔 예비며느리들의 63.6%가 고부관계를 '어머니와 친딸 관계'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어머니들도 전체 39.8%가 결혼 전 며느리를 친딸로 생각하고 있고, 결혼 후에도 20.4%가 며느리를 친딸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며느리를 친딸 다음으로 '마음을 터놓는 친구 관계'로 생각하는 비율도 19.4%로 높게 나타났다. 고부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들이다.

고부관계 우수 사례 공모에서 '평강공주상'을 수상한 나임윤경 연세대 대학원 문화학협동과정 교수는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고 상처주지 않는 관계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은 심리학과 교육학 이론도 뒷받침하고 있다"며 "친구와 이웃을 사귀는 것처럼 며느리와 친구처럼 지내는 우리 시어머니의 모습은 가족 모두를 에너지 넘치게 한다"고 털어놓았다.

실제 시어머니와 며느리 모두 갈등이 일어났을 경우 '직접 대화로 해결한다'(각각 55.3%와 48.3%)에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여, 시어머니와 며느리 모두 여성으로서 관계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박현경 서울여성플라자 대표는 "고부갈등 원인을 제공한 전통사상은 유교문화의 삼종지도(三從之道), 출가외인제도, 시집살이 등"이라며 "이런 전통 관념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세대 역할에 대해 이해하게 되면 고부갈등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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