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5일 포항지역 건설노동자들이 경북 포항시 포스코 본사 건물에서 농성중인 가운데 경찰들이 정문을 가로막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구속노동자후원회'라는 자그마한 인권단체다. 하는 일은 파업투쟁·노조활동·정치활동 과정에서 억울하게 구속된 노동자들에게 서신·책·영치금 등을 보내며 후원하는 것이다.
올해는 다른 어느 해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우리가 아주 바빠질 때는 대부분 안 좋은 일이 터졌을 때이다. 월평균 30명 내외, 많으면 50명 선에 이르던 구속 노동자 수가 올해 들어 100명을 넘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노동운동이 우리 사회에서 다른 어떤 운동보다 여전히 많은 탄압을 받고 있다는 건 구속노동자 수만 봐도 알 수 있다.
감옥에 있는 양심수 가운데 70% 가량은 언제나 노동자다.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양심수가 대폭 줄어들었던 김대중 정권 시기에도 노동자는 892명이나 구속되었고 노무현 정권 들어서는 4년도 안돼 868명이나 구속되었다. '민주화 시대' 이후에도 연평균 200~300명씩 꾸준히 구속을 당해 온 것이다.
노동운동에 가해지는 의도적인 탄압은 운동 전반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지고 있고 '국가 안보'를 빌미로 한 '공안정국'으로의 회귀 가능성마저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운동의 위상은 몰라보게 커졌다지만...
포스코 본사 점거농성이 끝나고 포항건설노동자 58명이나 대거 구속되고 난 뒤 어느 날, 사무실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사오십대로 추정되는 어떤 아저씨의 목소리였는데 우리 단체가 발간하는 소식지를 보고 전화를 했다고 한다. 내가 수화기를 들자마자, 말 한 마디 할 틈도 주지 않고 마구 퍼부어대기 시작한다.
"뭐 이런 놈들을 석방하라고! 대한민국엔 법도 없냐?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순간, 우리 사회가 온통 집단 마취에라도 걸려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하루 종일 우울했었다.
바야흐로 한국에서 노동운동의 위상이 몰라보게 커진 것만큼은 확실하다. 70~80년대 학생운동이 가지고 있던 위상을 노동운동이 이어받았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다.
그래서 대통령마저도 "대기업 노조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기득권을 포기하라!"며 "대기업 노조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노조를 '사회악' '사회적 약자의 탈을 쓴 폭도'라고 매도하는 언론들도 있다. 정부와 보수언론들의 이런 공격은 노동조합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것이었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듯하다.
민주노총이 합법화되면서 군사독재가 자행한 '노조는 빨갱이'라는 식의 참주 선동이 어느 정도 잊혀질 만 했는데, 다시 많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 새로운 편견과 오해들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오해①- '경제가 어려워진다'] 임금·노동조건 향상되면 내수진작에 도움
우선 '노조의 파업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노동자들의 파업권은 노동자들이 오랜 세월 투쟁을 거쳐 국제적으로 공인받게 된 기본권인데, 파업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계속 심어줌으로써 파업을 탄압하고 규제하는 정부의 정책을 정당화 시켜준다.
물론 파업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생산이 중단되고 그로 인해 기업의 대주주들이 손해를 볼 수는 있다. 하지만 파업을 통해 노동자들이 임금이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면 소비여력이 생겨나고 내수 진작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 경제의 어려움이 내수 부진에 따른 투자위축이라고 많이들 이야기 하는데 그 책임을 노동자들의 파업권 행사에서 찾는 것은 본말이 전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인권을 부정하는 발상이다. 경제 불황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자본주의 경제가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지 못하고 사회적 필요보다는 이윤을 좇아 생산하다보니 '과잉 생산'은 늘 문제가 된다.
즉,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기업주들이 시키는 대로 너무 많이 일하다 보니 필요없는 상품들이 시장에서 넘쳐나고 있다. 그래서 기업의 이윤은 갈수록 줄어들고 불황은 악순환 되는 것이다.
[오해②-'밥그릇만 챙기는 집단'] 모든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자기 밥그릇 챙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