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렇게 그의 홈페이지를 자주 드나들던 나는 다이어트에 성공한 이들, 이런저런 마음의 병과 싸워 당당히 이긴 사람들의 나눔공간인 '우아사-우리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게시판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한 영화 상영회에서 우연히 그를 만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만남은 결코 우연이 아닌, 일생에 단 3번 온다는 소중한 기회 중 하나를 잡은 것이었다.
그의 곁에는 늘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유쾌한 사람들이 한 소대씩 몰려다니곤 해서 어디서든 그를 금세 식별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기 전 그를 알아본 나는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 여성신문사 다니고 있는데요. 살풀이 다이어트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요즘 다이어트 중이거든요."
그는 나를 쳐다보더니 "아, 그러세요? 살 안 빼도 되겠는데 왜 다이어트를 해요?"라며 친근하게 말을 받아 주었다.
좌절과 분노 아닌 나를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준 사람
이후 그의 홈페이지 '우아사' 게시판에서 글을 통해 만난 사람들은 나와는 아주 다른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하며 향기가 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영혼과 몸이 조화를 이룬 정말 아름다운 사람들. 나는 그들의 당당함이 부러우면서도 나의 초라한 모습과 열등감에 얼마나 상심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도 처음부터 자신들의 내적 가치나 아름다움을 자각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우아사'를 통해 인생의 동반자들을 만나 서로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알려주고 서로를 북돋워 주면서 나날이 우아하고 더욱 아름다운 사람들이 되어 갔던 것이다.
당시 나는 영혼의 틈새마다 빽빽하게 끼었던 비계 덩어리인 무기력, 나태, 이기심, 열등감 때문에 늘 좌절하고 자신에게 화를 내며 분노하고 있었다.
그에게 붙여진 별칭 '살풀이 대장'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그는 내가 왜 자신에게 분노하고 있는지, 왜 그렇게 폭식으로 자기를 학대하는지, 몸을 한껏 사리고 고상한 척하는 이면에 얼마나 큰 자기 연민과 열등감이 자리하고 있는지 알려주었다. 또 내 실체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눈을 뜨게 해 주었다.
그것만이 다가 아니다. 그를 만나는 순간 내 피폐하고 메말랐던 영혼은 풍성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자기 생의 1/3은 자신을 위해, 1/3은 가족을 위해, 1/3은 사회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철칙을 지닌 사람이었고 몸과 마음을 다해 그 신념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를 만나면서 난 난생 처음 '대한민국 여성축제'를 통해 대중 앞에 서는 용기를 얻었다. 그렇게 그를 따라다니며 장애인 여성단체, 호주제폐지시민의모임, 소수자 인권단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그러면서 내 안의 이기심과 무력감이라는 비계도 어느덧 조금씩 튼튼한 근육으로 바뀌어 갔다.
세상에는 나만 가진 것, 배운 것, 든든한 배경이 없는 게 아니었다. 난 비록 못 가졌지만 책을 읽는 데 굶주려 본 적도, 배를 곯아 본 적도 없었으며 한데서 잠을 자거나 생계를 위해 10시간 이상씩 육체노동을 해 본 적이 없질 않은가?
"언젠간 내가 널 벼랑에서 밀 거야, 그때 훨훨 날아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