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의 남사리 한옥마을

조선시대의 건축법이 무너진 이후의 한옥

등록 2006.10.24 16:16수정 2006.10.2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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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을 방불케하는 튼튼한 토담
성곽을 방불케하는 튼튼한 토담이재은

경남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 이 마을은 지리산의 최정상인 천왕봉을 최단거리로 오르기 위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곳이다. 남명의 유적지나 단속사지 등 지리산 쪽을 탐방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남사마을을 외면한 채 그냥 먼발치로만 스치고 지나가는데 가까이 가서 보면 경남도가 관리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민속마을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마을인 것이다. 호사스런 안내판도 없고 탐방객을 유인하는 가게나 안내인도 없다.

마을회관 앞에 설치된 그리 넓지 않은 주차장은 항상 한적하기만 한데 동네에서 만나는 노인네들은 '한옥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거니'하고 쳐다만 볼뿐이다. 이 마을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고자하는 탐방객이라면 마을회관에 들러 안내를 요청하면 되는데, 때로는 안내인이 자리를 비우기도 하기 때문에 산청군청에 미리 연락을 취하고 가는 것이 제대로 이 마을을 둘러볼 수 있는 지름길이다.


양옆으로 높이 서 있는 토담길을 들어서면 정겹다기보다도 어쩌면 위압감마저 느끼게 되는데, 이것은 특이하게도 다른 전통마을과 달리 여러 성씨들로 이루어진 집성촌이라 서로 마을의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담장을 높이게 된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남도 지정문화재 117호인 경주 최씨의 고가를 들어서면 사랑채가 나타나는데 85년 전에 지어진 이 집은 엊그제 신축한 새집처럼 보인다. 몇 년 전에 산청군청에서 군비를 들여 기와를 새로 갈아준 외에는 나무 하나 흙 한줌을 새로 고친 일이 없다고 한다.
1921년에 지어진 사랑채
1921년에 지어진 사랑채이재은


상량문을 올려다보면 신유년(申酉年)이라고 쓰여있는데 이는 일제치하인 1919년, 기미년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난 2년 후에 신축된 집이라는 뜻인데, 대대적으로 항일 열사들을 탄압하던 시기에 이 집이 지어졌으니 자못 당시의 건축주가 어떤 신분을 가졌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집을 지을 때 지리산에서 나무를 벌목하여 소금물에 찐 후 3년간 건조시켜 치목을 했다고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느 집하고는 달리 기둥이 갈라졌다거나 장부사이가(이음부위) 틈이 벌어졌다든가 하는 목조의 단점이 발견되지 않음은 이 집이 가진 최대 장점 중의 하나라 할 것이다.
사랑채의 누마루 난간-나뭇결이 곱고 틈새가 없다. 모든 문은 경남도 지정 유형문화재로 등록되었다.
사랑채의 누마루 난간-나뭇결이 곱고 틈새가 없다. 모든 문은 경남도 지정 유형문화재로 등록되었다.이재은


아래의 사진은 사랑방의 덧문을 찍은 것인데 여름을 나기 위하여 모기장을 덧댄 것이 보인다. 모기장 안쪽으로 또 하나의 문이 있는데 이 문을 열면 겨울을 나기 위한 겨울 방이 나타난다. 말하자면 방 하나가 겨울에는 방이 둘로 나누어져 구들방과 냉방으로(이 냉방은 구들이 없이 청마루로 짜여져 누마루와 연결된다) 되고, 더운 하절기에는 이 둘이 합쳐져서 시원한 여름 방이 되는 것이다.
사랑방 덧문
사랑방 덧문이재은



사랑채 뒤에 있는 안채의 모습이다. 사랑채와 다른 부속건물들과 더불어 요즘에 짓는 한옥과는 달리 기둥머리에 주두나 소로도 없고 부연을 덧대지도 않은 모습이지만 옛 조선시대의 건축법식이 완전히 무시된 채로 굵은 부재를 쓴 우람한 건물이다.
여인네들의 공간인 안채
여인네들의 공간인 안채이재은


마루의 양옆으로 나무로 짠 선반을 볼 수가 있는데 이는 주로 밥상이나 주안상 등 각종의 상(床)을 올려놓기 위한 공간이다. 그 집의 식구와 하인을 비롯한 식솔들과 방문객의 숫자가 얼마나 많았는가는 바로 이 선반의 규모를 보면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주인의 품성과 그 집안의 인정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열쇠가 되는 셈이다.
대문간의 시건장치
대문간의 시건장치이재은



이 집을 들어설 때보다는 나갈 때 눈에 띄는 장면이다. 85년이 지난 후의 목각인데 그 나뭇결하며 발톱이나 꼬리가 요 며칠 전에 조각한 듯이 생생한 모습이다. 최근에 설치한 철물로 된 시건 장치와 동일한 공간을 차지하고 그 용도 또한 같은 것이어서 옛사람과 지금사람의 마음속이 읽혀지는 듯한 광경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가는 길 -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단성IC(지리산IC)에서, 또는 진주-함양간 3번 국도 => 단성면 소재지에서 20번 국도를 따라 중산리 방향, 즉 지리산 방향으로 약 10분 거리

주변의 볼거리 - 단속사지, 남명 조식의 유적지, 대원사 등 많은 볼거리가 30분 이내의 시간대에 있고 지리산 천왕봉을 최단거리로 등산할 수 있는 중산리나 지리산 양수발전소도 지척에 있다.

덧붙이는 글 가는 길 -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단성IC(지리산IC)에서, 또는 진주-함양간 3번 국도 => 단성면 소재지에서 20번 국도를 따라 중산리 방향, 즉 지리산 방향으로 약 10분 거리

주변의 볼거리 - 단속사지, 남명 조식의 유적지, 대원사 등 많은 볼거리가 30분 이내의 시간대에 있고 지리산 천왕봉을 최단거리로 등산할 수 있는 중산리나 지리산 양수발전소도 지척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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