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을 방불케하는 튼튼한 토담이재은
경남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 이 마을은 지리산의 최정상인 천왕봉을 최단거리로 오르기 위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곳이다. 남명의 유적지나 단속사지 등 지리산 쪽을 탐방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남사마을을 외면한 채 그냥 먼발치로만 스치고 지나가는데 가까이 가서 보면 경남도가 관리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민속마을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마을인 것이다. 호사스런 안내판도 없고 탐방객을 유인하는 가게나 안내인도 없다.
마을회관 앞에 설치된 그리 넓지 않은 주차장은 항상 한적하기만 한데 동네에서 만나는 노인네들은 '한옥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거니'하고 쳐다만 볼뿐이다. 이 마을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고자하는 탐방객이라면 마을회관에 들러 안내를 요청하면 되는데, 때로는 안내인이 자리를 비우기도 하기 때문에 산청군청에 미리 연락을 취하고 가는 것이 제대로 이 마을을 둘러볼 수 있는 지름길이다.
양옆으로 높이 서 있는 토담길을 들어서면 정겹다기보다도 어쩌면 위압감마저 느끼게 되는데, 이것은 특이하게도 다른 전통마을과 달리 여러 성씨들로 이루어진 집성촌이라 서로 마을의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담장을 높이게 된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남도 지정문화재 117호인 경주 최씨의 고가를 들어서면 사랑채가 나타나는데 85년 전에 지어진 이 집은 엊그제 신축한 새집처럼 보인다. 몇 년 전에 산청군청에서 군비를 들여 기와를 새로 갈아준 외에는 나무 하나 흙 한줌을 새로 고친 일이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