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남소연
- 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의 방북 결과를 놓고 말이 엇갈린다.
"탕 국무위원이 '방북 성과가 헛되지 않았다'고 했다는데…. 중국은 북한 특유의 화법에 익숙하다. 이 정도라면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겠다는 희망을 중국이 가졌던 것 같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먼저 6자회담에 나갈테니 금융제재를 풀어달라고 했다는데 이는 금융제재부터 먼저 해제해달라고 했던 이전과는 다르다. 상당한 진전이라고 중국이 해석했을 것이다.
'미국이 우리를 못살게 굴지 않는다면 핵실험을 더 안하겠다'는 말도 조건이 붙어있지만 이 정도면 추가 핵실험 자제라는 식으로 중국이 해석했다고 본다."
- 그러나 미국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중국은 상당한 진전이라고 보고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 내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입장에서 볼 때, 첫째 북한에 대한 불신 때문에 조건이 있는 입장 표명에 대해서 의미부여를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북한이 조건이 없는 약속을 해놓고도 정세나 상대방을 핑계대고 지키지 않은 경우가 많다. 미국의 대북 불신이 전혀 근거없는 것만은 아니다.
둘째, 미국은 유엔 제재 결의로 김정일 위원장이 압박을 느껴 태도가 변화했으니 더 북한을 밀어붙여 초주검을 만들어놓고 6자 회담을 시작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봤을 것이다. 막판 옥죄기를 하기 위해 미국이 악의적 무시를 하는 것이다."
- 탕자쉬안 국무위원이 했다는 말에 대해서도 한·미·일에서 나오는 내용이 다르다.
"같은 말을 놓고 해석이 다른 것은 국내정치적 상황과 밀접히 관련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다음 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 이슈가 되니 부시 행정부는 적어도 중간선거 때까지는 김 위원장 말을 인색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일본도 아베 정권이 미국의 대북 강경노선이 견지되는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평화헌법 수정·보통국가화로 나가려고 한다. 북한이 현재 6자 회담에 전향적으로 나온다 해도 바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
- 국내 정치권의 충돌도 심각하다.
"북핵 해법이 아닌 원인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실체적 진실을 보고 해법을 빨리 찾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 정부가 중심을 빨리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 정부가 빨리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하다."
"6자회담에서 우물쭈물... 북 몸값만 올렸다"
- 11월 중간선거에서 미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바뀔 것으로 보는가?
"현재 하원은 민주당이 장악하겠지만 상원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민심이 대외 강경노선을 비판하는 민주당 쪽으로 간다면 부시 대통령도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일 것이다.
지난 9월 말 통과된 미 국방수권법에는 대북정책 조정관을 임명하도록 되어있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 20일 서명했기 때문에 대북정책 조정관을 60일 이내에 임명하고 90일이내에 보고서를 내놓아야 한다.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대북정책 조정관의 보고서에 상당히 영향을 줄 것이다. 중간 선거 이후 부시 정부의 대북 정책이 지금보다는 조금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 미 중간선거 결과가 한국에도 영향을 끼칠 수가 있겠다.
"중간선거 뒤 미국의 대북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그 이후까지 내다보고 정책을 수립하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야당도 정부와 북한 때리기만 계속하지말고 북핵 문제를 푸는데 균형잡힌 모습이 필요하다. 원인론 가지고 싸우고 있는데 해결을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이냐로 논의의 초점을 바꿔야 한다."
-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중단 요구가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그런 논란보다는 북한 핵을 어떻게 폐기시킬 것이냐는 방향에서 논의가 시작되어야한다. 6자회담 속도를 냈으면 싼 값에 해결됐다. 그런데 우물쭈물했고, 네오콘들은 북한의 핵보유가 동북아에서 미국의 장악력을 높인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다 이제 와서는 북한의 몸값만 올라갔다.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문제를 풀어야 될지, 아니면 미국이 말하는 대로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는 토대 위에서 풀어야 할지 국내적으로 심층 토론을 해봐야 한다.
이것을 토론하지도 못하고 금강산·개성을 놓고 싸우다 보면 한국은 북핵 해결과정에서 위상이 왜소해지고 나중에 부담만 질 것이다. 북핵 폐기든 포기든 미국은 자기 돈을 안내고 한·중·일에 떠넘길 것이다. "
-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중단 등 구체적인 압박을 가해야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그 정도 압력에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것 같았으면 이전 미국의 대북 압력에 벌써 포기했을 것이다."
-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핵보유 자체보다는 제3국으로의 이전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국내 일부 언론에도 '미국 북한 핵 인정?'이라는 식의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부시와 네오콘의 본심이 핵보유는 인정하되 핵확산은 하지 말라는 것인지, 아니면 북핵 보유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전제 하에 확산하지 말라는 것인지 따져보는 것은 중요하다. 나는 부시나 네오콘의 북핵 정책이 '확산방지' 쪽에 있다고 본다. 이미 가진 핵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값을 쳐주지 않겠다는 말로 해석한다.
북한이 핵을 가짐으로써 한국은 전전긍긍하고 미국의 핵우산에 확실히 들어가야 한다. 미국은 일본을 앞세워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 그러나 일본의 핵무장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진주만 경험을 통해 미국이 잘 알고 있다.
일본의 대미 안보 의존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부시 행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보유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표면적으로는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않는 정책)를 취하면서도 사실상 인정하는 대신 알카에다와 같은 곳에 이전하는 것만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본다.
북한 핵무기가 다른 곳에 넘어가면 미국의 안전에 결정적으로 위협이 되지만 동아시아 안에만 있으면 이 지역에서 미국의 절대적 우위를 보장해주는 지렛대가 된다."
"벼랑끝 전술, 북한 뿐 아니라 미국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