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성공하면 '주부'는 잊으세요"

주부 재취업 성공하려면

등록 2006.10.30 15:16수정 2006.10.3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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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주부 재취업을 지원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노동부가 이마트 서수원점, 롯데마트 금천점 등 대형 할인마트에 '주부취업상담실'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여성가족부는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과 주부인력을 연결하기 위한 '여성희망일터지원본부'를 경기 시흥에 개설했다. 또 전국 약 50개에 달하는 여성인력개발센터, 지자체가 운영하는 여성능력개발센터·여성회관 등도 주부 재취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구직 주부들과 실제 일터의 연결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주부들은 "일자리다운 일자리가 없다"고 항변하고, 일선 상담사들은 "주부들이 기대치는 높은 반면 체계적인 준비는 없다"고 지적한다.

10년 전 33세의 나이로 재취업에 성공해 현재 커리어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명숙씨(<내 인생 쨍하고 해뜰 날> 저자)는 "이른바 좋은 일자리, 주부 유망 직종이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좋은 일자리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을 뜻하며, 주부에게만 유망한 직업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 다만 정부 차원의 다양한 직종 개발을 통해 주부들의 선택을 넓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씨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주부들이 육아와 가사 부담으로 다시 일자리를 포기하는 것. 이에 대해 이씨는 "과감하게 육아·가사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그는 "취업 준비 전부터 가족을 명확하게 이해시켜야만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부 유망 직종은 없다, 즐겁게 일해야 좋은 일자리"


올해 컴퓨터프로그래머로 취업한 주부 백민정(38)씨. 경기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자바프로젝트' 과정을 1년 정도 수료하고 취업했다. 처음 8개월간 그의 성적은 꼴찌. 포기하고 싶었지만 목표를 '일단 통과'로 잡았다고. 백씨는 다음해 다시 재수강을 하면서 실력을 키웠고 결국 일자리를 얻었다.

"주부 재취업자의 경우 개인적 구직활동은 거의 실패한다"는 백씨는 "센터를 통해 구인 의사가 있는 기업을 소개받았기 때문에 면접을 통과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일단 10년은 버티겠다"는 목표로 "실력부터 키우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주부 이인자(51)씨는 50이 넘은 나이에 새로운 직업을 가졌다. 그는 지난해 서울시가 지원하는 '자연생태해설가' 과정을 수료한 후 현재 '자연생태해설가 및 체험학습지도사'로 활동 중이다.

처음에는 센터의 소개로 일을 시작했지만 요즘엔 소개받는 고객이 많아졌다. 공공기관·학교·학원 그리고 학부모들이 소규모로 강의를 의뢰하는 경우가 대부분. 1년 중 봄·가을 6개월에 일이 집중되기 때문에 꾸준한 수입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한 달에 10~15일은 꾸준히 강의를 나간다.

이씨는 "일단 일을 시작하면 주부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라"고 말한다. 늦게 시작하는 것은 괜찮지만 100% 몰두하지 않으면 일을 찾기도, 유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주부재취업 성공 6계명

1. 최소 1~2년은 준비하라.
2. 사무직 집착 버리고 기술직에 도전하라.
3. 육아·가사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
4. 가족에게 '재취업의 필요성'을 학습시키라
5. 일단 시작하면 10년 버틸 각오로 임하라
6. 개인 구직보다 기관을 통하면 가능성이 높다.

기술직 지원 꺼려…"여성이 더 잘해요"
김수영 시흥여성희망일터지원본부 본부장

"기름때 묻은 3D 직종, 남성 직종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야 한다."
지난 9월 26일 시화산업단지 내 시흥여성회관에 문을 연 시흥여성희망일터지원본부(이하 본부)의 김수영 본부장이 지난 한 달의 경험을 통해 건네는 말이다.
김 본부장은 지난 한 달간 홍보 및 직업의식 교육, 그리고 기업들을 대상으로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산업단지를 만들자’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리고 10월 말에 첫 교육과정을 시작한다.
그는 "다양한 교육 중 사무직인 ‘전산회계과정’은 거의 찼지만 금형, 프레스, C&C 기술과정은 지원자가 하나도 없더라"며 안타까움을 전한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단지에서 ‘상대적 고임금과 직업 안정성’을 보장받는 것은 바로 기술직이다. 김 본부장은 "공정 대부분이 기계화가 되어 있어 많은 힘이 필요하지도 않고, 오히려 여성의 섬세함이 능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직업 설명회를 통해 주부들의 선입견을 변화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곳의 교육은 경기공업전문대학의 교수들이 직접 맡고, 최소 3~6개월 하루 3~4시간 강도 높게 진행된다. 또 주부들이 교육에 충실할 수 있도록 탁아시설, 밑반찬 가게, 셔틀버스 운행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현재 시화단지 근로자 7만 명 중 18%가 여성으로 이들 대부분이 생산직에 포진해 있다. 김 본부장은 "단지의 일자리는 대부분 생산직에서 창출될 것이고, 최우선 목표는 더 많은 여성들이 우선 일자리를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교육도 지금은 기초과정이 대부분이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급과정으로 세분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당장 시급한 일은 바로 ‘구인업체 개발’. 그는 "여성에겐 같은 직무라도 저임금을 책정하는 등 여성인력에 대한 고질적 편견부터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들이 잔업을 기피하는 것은 육아와 가사 부담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하는 김 본부장은 "정부가 보육을 지원하고, 기업이 여성 친화적 근무환경에 관심을 갖는다면, 여성인력 활용이 곧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 본부장은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활동가 및 정당활동(열린우리당 여성국장)을 거쳐 지난 9월 초대 본부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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