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차별, 사회 탓만 할 수 없다

가정부터 시작되는 차별일지도 모른다... "당당히 즐기고 배우자"

등록 2006.10.31 11:25수정 2006.10.3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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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기준을 볼 때 그 나라의 복지정책은, 특히 장애인을 위한 법제화와 공공장소에서의 편의시설 등이 어떻게 갖추어져 있는지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이에 우리나라도 점차 장애인 편의시설을 증설하고 갖가지 법제화를 통해 많은 복지혜택을 주려고 노력을 하고 있으며, 각 장애인단체에서도 자신들이 누릴 사회적 권리에 대하여 당당히 목소리를 높이며 주장을 하고 있는 시점이다.

장애인 차별,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

사회도 서서히 발전해 가면서 복지정책에 눈길을 돌리고 예전보다는 훨씬 장애인들을 보는 비장애인들의 시선도 부드러워진 게 사실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차츰 줄어들 것이라 믿어 본다.

이렇듯 사회가 장애인들에게 따듯한 눈길을 돌리려는 시기에 기자는 문득, '장애인 차별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궁금해져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오랜 생각 끝에 불현듯 떠오른 것은 진정 장애인의 차별은 이 사회이기에 앞서 장애인을 데리고 있는 일부 가정들부터가 아닌지 생각을 했다.

믿고 싶진 않지만 천천히 다시 생각해 보면 누구나 긍정을 할 것이다. 길게 말할 것도 없이 한 가지만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만일 주위에 장애인과 함께 사는 가정을 알고 있거나 자신의 집에 장애인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그 가정에서 자신의 가족 중 한 명이 장애인이라고 남들에게 떳떳이 밝히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물론 여기서 말하는 장애인이란 중증장애인들도 포함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자 주위엔 장애인 가족을 당당히 밝히는 가정을 찾기 힘들다.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가정에서부터 장애인 가족이 있다는 것을 쉬쉬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문득 이런 것들이 '사회로부터 장애인 차별을 부추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쉽게 생각해 보라. 가족들도 창피해 하는 장애인을 이웃이, 사회가 따듯한 시선으로 봐주겠는가를. 정말 어처구니없는 발상일 것이다. 자신(가족)들도 귀찮아하는 장애인을 사회에서 신경 안 써 준다고 운운한다면 그건 정말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일 것이다.

선진국가의 장애인들

선진국가의 장애인들은 당연히 우리보다 사회적으로 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은 왜 우리와 비교될 만큼 편한 생활을 하고 있는가? 이 질문의 답도 짧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장애인을 둔 가정(가족)은 장애인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예를 들면 장애를 가졌다 해도 교육 시키고, 꾸준한 치료와 재활을 할 수 있도록 가족과 사회가 하나 되어 기회를 마련해 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위에서도 밝혔듯이 장애인이 있으면 숨기기에 급급하지 않은가? 여기서부터 잘못된 것이다.

물론 선진국이 우리나라보다는 사회적으로 많이 발달해 있다고는 하지만, 그 부모들 나아가 가정이 갖는 장애인의 대한 인식이 우리와는 참 많이 달라서 그만큼 더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다.

장애인 권리추구를 주장하는 것도 우선 가정에서부터 목소릴 높이고 각 단체에서 같이 한 목소리를 낼 때 사회도 받아들이는 것이지, 가정에서 외면당하는 장애인들이 모여 아무리 시위를 해봐야 힘만 빠지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

최소한 가정에서 장애인을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고, 비장애인들처럼 남들 앞에 떳떳이 보이고, 그 장애인을 위해 하는 데까지는 도와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해 줄 수 있을 때 우리나라 장애인을 위한 복지정책이나 관련 일들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것이다.

물론 사회가 뒷받침해주지 않아 장애인을 돌보기가 어려울 경우도 있으나 그럴 때일수록 장애인들을 위한 일들에 동참해서 사회에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사회에서부터 무언가를 바란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리석은 일.

장애인, 비장애인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나'부터가 장애인에게 관심을 두고 그들을 위한 일에 동참하며 함께 권리를 찾으려 노력할 때 비로소 이 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낄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들도 당당히 배우고 즐기자

아무리 가족이, 사회가 우리 장애인들을 외면한다 해도 우리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사회에 적응할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는 정말 장애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자는 불행 중 다행으로 좋은 가정에 태어나 지금 이 시간 이런 글을 쓰고 있다. 좋은 가정이라 하여 경제적으로 부유했다거나 장애 정도가 약해 일상생활을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a 아기 시절에 한 컷

아기 시절에 한 컷 ⓒ 박준규

a 우리집 개가 아홉마리 강아지를 난 기념으로 한 컷.

우리집 개가 아홉마리 강아지를 난 기념으로 한 컷. ⓒ 박준규

뇌병변 2급 장애를 갖고 태어났으며, 형과 어머니 셋이서 살았다. 어머니의 열의로 일반학교를 들어가 부족한 머리로 친구들 따라가느라 정신은 없었지만, 지금에 와 생각하면 참 좋았던 시간이었다. 어머님의 욕심(?)이 참 감사할 따름이다.

이렇게 어린 시절을 보내고 나서 그런지, 지금도 장애아를 둔 부모들을 만나면 가능하면 일반학교에 보내 또래 비장애인 친구들과 어울리게 해주라고 당부를 한다. 물론 요즘은 특수학교수업과 일반학교 수업을 같이 듣는 학교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더욱 좋아진 현실이다.

a 단란했던 우리가족

단란했던 우리가족 ⓒ 박준규

a 초등학교 입학하던 날

초등학교 입학하던 날 ⓒ 박준규

a 고등학교 졸업식 날 친구들과...

고등학교 졸업식 날 친구들과... ⓒ 박준규

이 좋아진 현실에서도 혹시 장애인들 자신이 용기가 없어 기회를 놓친다면 정말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배움의 기회가 오면 자신이 없어도 부딪혀 맞서야 한다. 한 번 더 강조하지만 가정에서도 이러한 기회를 주려고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리자

지금도 후회하는 일 중 하나다. 학창시절이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다는 것. 그래도 학창시절에 친구들과 어울리고 불편한 몸이지만 같이 다니려고 노력은 했지만 욕심만큼은 안 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 장애인일수록 많은 사람들과 알고 지내야 사는 것이 즐거워진다. 그렇지 않아도 나 혼자인 것 같아 외로운데 주위에 사람들마저 적다면 어쩌겠는가? 그럴 때를 대비해서라도 기회가 온다면 부조건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 두는 습관을 가져라.

결론은 간단해...

장문을 썼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첫째 가족들부터 자신의 가족 장애인에 대해 떳떳함을 가져야 하며, 둘째 그들과 함께 살아가려는 해법 찾는 데 힘써야 할 것이며, 셋째 장애인들도 당당히 사회에 뛰어들려는 마음가짐으로 힘 있게 살아야 한다.

장문이 세 줄로 함축돼 끝났다. 위 내용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문제란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장애인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이는 곧 선진국대열에 들지 못한다는 의미다.

세상을 살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문제들이 있겠지만 다 생각하기 나름 아니겠는가? 길가를 지나다가 보이는 장애인이 있다면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말고 '아, 저 사람은 저게(장애) 개성이구나' 하는 마음으로 본다면 결코 그 장애인의 행동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어디서 들은 말인데, 매우 좋아 이렇게 자주 인용을 한다.

"장애인의 장애를 장애로 보지 말고 그 사람만의 개성으로 봐라!"

정말 마음에 와 닿는 말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위 짧은 문장처럼 장애인들을 봐주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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