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아침 풍경조태용
길에서 만난 아저씨는 "우리 마을이 별로 볼 것이 없는데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면서 "우리 마을이 구례에서 제일 유명한 마을이 돼 버렸다"고 골프장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아저씨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마을 주민들이라면 누구나 골프장 이야기를 했다. 그만큼 마을 사람들에게 골프장은 마을의 평화를 깨트리는 상징으로 존재하는 듯 했다. 아저씨 말대로 이 마을이 유명해진 이유는 다름 아닌 지리산 자락에 건설하려는 골프장 때문이다.
이 마을 위쪽 그러니까 지리산 성삼제 아래 작은 산을 깎아 18홀이나 되는 골프장을 짓겠다는 계획이 추진되면서 마을은 점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멋진 골프장 개발 계획 때문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서 골프장 건설을 막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을 위에 골프장 짓는다고 해서 미리 골프장이 지어진 곳에 가봤제. 가보니 사람 살 곳이 아니드만, 우리 마을에서 나오는 꼬랑물이 다 섬진강으로 흘러가는데 맑은 강에 골프장 제초제 씻은 물만 내려가게 생겼는데 사람이나 짐승이나 조커써."
마을에서 마늘을 심으러 가는 아주머니가 툭 던진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