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 금융제재 해결할 용의"

[국감-외교부] 유명환 차관 전언... 북미 비밀 접촉 우리 정부 사전 인지

등록 2006.11.01 13:01수정 2006.11.01 19:57
0
원고료로 응원

27일 외교부에서 열린 국회 통외통위 국정감사에서 유명환 차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7일 외교부에서 열린 국회 통외통위 국정감사에서 유명환 차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2신 : 1일 오후 5시 30분]

"미국, 북·미·중 비밀접촉 구상 우리 정부에 전달"


미국이 10월 31일 북미 접촉에서 금융제재 문제를 6자회담 맥락에서 해결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성 의원이 "오늘 북한이 금융제재 문제가 논의·해결된다는 전제하에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고 발표했다"며 "북한의 발언은 북미 간에 합의가 된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유명환 외교부 차관은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 문제를 6자회담 맥락에서 해결할 용의가 있다는 게 미국의 말"이라고 대답했다. BDA는 미 재무부가 북한이 제조한 위폐를 돈 세탁한 혐의가 있다고 지목한 은행이다.

이 같은 유 차관의 발언은 북미 간에 서로의 강조점 차이가 있으나 금융제재 문제를 6자회담 틀 안에서 해결한다는 것에 대해 양국이 합의했다는 말이다.

최성 의원은 "오전에 유 차관이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으나 BDA 문제가 조만간 결정날 것이라고 말한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유 차관은 "6자회담이 재개되면 미 재무부가 수사해온 것을 근거로 BDA가 돈 세탁 혐의가 있는지 여부를 확정하게 될 것"이라며 "확정 결론이 나면 현재 동결상태인 2400만 달러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중국 정부가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최성 의원은 "이제 상황은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국면에서 BDA 국면으로 바뀌었다"며 "결국 미국이 북미 직접 협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질의과정에서 "미국은 BDA 계좌가 과거 불법 자금 세탁용으로 사용된 것은 맞지만 현재 들어있는 2400만달러의 돈이 불법 자금인지의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정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그러면 중국 정부는 자신의 관할하에 있는 BDA 계좌로부터 자체 판단이라는 명분으로 북한 정부가 돈을 인출하게 할 것으로 본다"며 "결국 미국은 BDA가 불법계좌는 맞다는 기존의 주장은 유지함으로써 체면은 세울 수 있고, 북한은 현금을 인출해 실리를 취함으로써 양국이 타협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한편 유 차관은 30일 베이징 3자 회동이 이뤄진 과정과 한국 정부의 인지 과정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했다.

지난 9월 13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접근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이후 한·미·중 정부 간에 밀접한 협의가 있었다. 특히 지난 10월 25일 미국이 북·미·중 3자 비밀접촉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국에 전했고 우리 정부와 협의했다.

일요일인 지난달 29일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베이징에 도착했고 이런 과정은 우리 정부 안에서도 극히 일부만 알고 있었다고 유 차관은 전했다.

그는 "회담 진행 중간에 미국이 긍정적이라는 말을 전해왔고 이에 따라 우리 외교통상부에서 미리 환영 메시지를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1신 : 1일 오후 1시]

"베이징 3자회동에 왜 한국만 빠졌나"


유명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외교통상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외교통상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상학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열린 1일 외교통상부 국감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국은 왜 베이징 3자회동에 빠졌나"는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어제 회동 결과에 대해 중국과 미국으로부터 정식 통보를 받았는가?"라며 "한국만 왜 배제되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대해 유명환 외교부 차관은 "우리 정부는 중국의 역할을 외교적으로 협의해왔다"며 "중국이 지난주 수요일에 북·미·중 3자 회동을 제안했고 주말에 미국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비밀리에 열린 3자회동 결과는 내용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우리 국민들 대다수는 한국을 둘러싼 중대한 결정적 순간마다 철저히 왕따당했다는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며 "유 차관의 말을 믿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제 통일부 장관 국감에서의 답변 내용이나 외교가의 움직임을 보더라도 한국은 전혀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외교 역량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지 않을 수 없고 이른바 균형적 실용외교는 결국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의원이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로 유엔 제재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유 차관은 "6자회담에서 결실이 있을 경우 안보리는 다른 결의안을 통해 제재 수위를 조정하겠지만, 회담 복귀 자체만으로 현재의 안보리 제재 수준이 변경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대답했다.

"통일부는 북한에 무시 당하고, 외교부는 미국에 소박 당하고"

이어 질문에 나선 한나라당 의원들은 모두 한국이 베이징 3자 회동에 빠진 것인 국제적으로 왕따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해봉 의원은 "통일부는 매번 북한에게 무시당하고, 외교부는 미국한테 소박만 당하고 있다"며 "한국은 왜 제외됐나? 미국과 중국과 평소 협의했다고 하는데 어떤 경로를 통해서 했나?"고 물었다.

유 차관은 이에대해 "외교 관례상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어제까지만 해도 양자 접촉이 있을 것이라고 아무도 몰랐다"며 "외교부가 아무리 변명해도 외교정책의 실종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동북공정 등의 사례를 들며 "중국이 겉으로는 유엔 제재에 동참하는 척 하면서 뒤로는 북한과 밀거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의원도 "한국 정부가 3자 회동이 열리는 과정에서 주동적 역할을 했는가 아니면 통보만 받은 것인가"라고 물으면서 "3자 회동이 열린다는 것을 한국 정부가 언제 들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유 차관이 "청와대 외교라인을 통해 보고받은 것"이라면서 보다 더 구체적인 것은 외교적 관례상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다.

남 의원은 "이미 3자 회동이 끝났는데 이를 밝히지 못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3자 회동의 구체적 과정과 한국 정부의 인지 시점 등에 대해 오후 국감에서 유 차관이 보고할 것을 김원웅 통외통위 위원장에게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남 의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오후 국감 적절한 시기에 차관으로 하여금 보고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열린우리당 정의용 의원은 "북한의 이번 6자 회담 복귀에는 무엇인가 미끼가 주어졌을 것"이라며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 때처럼 북·미 협상 뒤 나오게 될 재정적 부담을 결국 한국이 지게 되는 결과가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숨쉬기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2. 2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3. 3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4. 4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5. 5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