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층 뻑하면 386이라며
'그림자 이미지' 만들어냈다"

노 대통령, 노사모·386 예찬... "2002년 대선 승리, 한국 역사 바꾼 대사건"

등록 2006.11.02 09:33수정 2006.11.0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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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Again 2002 지난 2002년 4월 27일 밤 덕평수련원에서 열린 노사모 `뒷풀이`에 참석한 민주당 노무현 대선후보가 모처럼 노래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Again 2002 지난 2002년 4월 27일 밤 덕평수련원에서 열린 노사모 `뒷풀이`에 참석한 민주당 노무현 대선후보가 모처럼 노래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대통령은 '노사모' 핵심 회원들에게 "제가 여러분과 더불어서 노사모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노사모 방식으로 대선에서 승리했던 것이 역사에 오래 남을 것"이라며 "같은 일이 반복되면 더 역사적인 일이겠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더라도 그 사실만으로도 한국의 역사를 바꾼 대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8월 27일 대선 당시 '희망돼지' 저금통으로 선거자금을 모금해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됐던 '노사모' 핵심 회원 등 60여명을 부부 동반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지난 대선에서의 노사모 활동을 '이성계와 정도전의 역성(易姓)혁명'에 비유하며 이같이 말했다. 사실상 'Again 2002'에 대한 동참을 호소한 것이다.

또 그는 이날 "87년 6월 항쟁을 조직하고 싸우고 성공해낸 사람들의 세대의 주류를 흔히들 386이라고 한다"고 전제하고 "우리나라에서 교묘하게 국민들을 분열시켜 기득권을 유지해온 사람들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바로 '386'이다"면서 "그런 386이 요새 박해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기득권 유지해온 사람들에겐 386이 '눈엣가시'"

노 대통령은 특히 "이(386) 세대가 그 사회의 주류가 되는 한 그 사회는 건강하고 도덕적인 사회로 유지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이것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뻑하면 386'이고 마치 386이 벽 뒤에 숨어서 권력을 좌우하는 것처럼 '그림자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면서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가까운 사람 돈을 받아먹거나, 아니면 정실로 해서 일가친척, 학교동창, 고향친구 데려다가 좋은 자리 앉히고 영화를 누리고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그런 386은 없다"고 적극 변호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386 세대는 지난번 대선 때 결집해서 참여정부를 만들어낸 그 사람들"이라며 386 세대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과 찬사를 표시했다.

심지어 "한국의 역사가 열린 이래로 한 세대가 그렇게 집단적으로, 평균적으로 도덕적 이상에 불타올랐던 시대가 없었고,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헌신적으로 자기 몸을 던져가며 싸웠던 시대가 없었다"고 예찬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 자리의 주인공인 '노사모'에 대해서도 변함없는 애정과 함께 사실상 'Again 2002'에 대한 동참을 호소했다.

그는 "제가 여러분과 더불어서 노사모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노사모 방식으로 대선에서 승리했던 것이 역사에 오래 남을 것"이라며 "같은 일이 반복되면 더 역사적인 일이겠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더라도 그 사실만으로도 한국의 역사를 바꾼 대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부 참석자들은 "아무래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후자보다는 전자(같은 일이 반복되면 더 역사적인 대사건으로 기록될 것) 쪽에 방점이 찍히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여러분을 청와대에서 만나고 나서 퇴임 후 고향에 집을 크게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마당 하나 널찍하니 만들어서, 캠프 칠 장소만 만들어 놓으면 한 번 볼 수도 있지 않겠냐"고 반문하고 "그곳에는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이 만들어질 것이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 "'노무현 기념관'이 될지, '노사모 기념관'이 될지 모르겠다"

a 노사모 회원들이 지난 2003년 12월 19일 밤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당선 1주년을 기념하는 '리멤버(Remember) 1219' 행사에서 환호하고 있다.

노사모 회원들이 지난 2003년 12월 19일 밤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당선 1주년을 기념하는 '리멤버(Remember) 1219' 행사에서 환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 대통령은 "이름이 '노무현 기념관'이 될지, '노사모 기념관'이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제하고 "이름이 무엇이든 그 기념관의 알맹이는 아마도 2/3 이상이 노사모 기록으로 가득 채워질 것"이라며 "대통령이 한 정책이라는 것은 가짓 수가 많고 따분한 것이어서 기록으로 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냥 화끈하게 한번 붙어버린 전쟁이나 혁명이라든지 그런 사건들만 역사에 남고 그 이후의 정책은 사건의 결과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말하자면 이성계와 정도전의 역성(易姓)혁명이 있고, 그 이후에 조선이라는 사회가 성립이 되어 귀족사회에서 관료사회로 바뀌어 민본주의 이상을 내걸고 새로운 정치를 하게 되고 그 많은 제도는 그때 그 혁명의 결과"라며 "노무현 대통령 당시 이뤄진 좋은 일이 있으면 그것은 노사모 혁명의 결과다"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그렇지만 어쨌건 386은 내가 대통령하는 동안 박해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왜 그렇게 힘이 모자라냐"고 반문하면서 "그것은 미디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미디어는 소총, 딱총, 단발총 수준이고 저들이 가진 미디어는 1분에 300발씩, 2000발씩 마구 쏘아대는 다연발총이고 실탄도 한없이 풍부하게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또 "내가 386이 포위되어 있다고 했는데 노사모도 정치언론들에 포위되어 있다"면서 "부동산 정책 하나 바로 잡는 데 너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그렇게 부동산정책 세 번씩 그 고생하면서 했는데, 지금도 여론조사 해보면 절반은 시원치 않다, 잘못했다는 인식을 국민들이 가지고 있고 이후에도 혹시 부동산 문제가 생기면 뒷감당을 해나가는 데 정부의 역량이 굉장히 불안감이 생기는 것"이라며 "이 상황을 어떻게 넘어가느냐 하는 것이 저의 문제의 1안이고 그래서 제가 요즘 힘든다"고 털어놓았다.

"'가족들 게이트'가 나오면 여당이 결정적으로 이반한다"

a 열린우리당 386 의원들인 우상호, 이철우, 윤호중, 송영길 의원. 사진은 지난 2004년 7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케네스 퀴노네스(Kenneth Quinones )박사의 강연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386 의원들.

열린우리당 386 의원들인 우상호, 이철우, 윤호중, 송영길 의원. 사진은 지난 2004년 7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케네스 퀴노네스(Kenneth Quinones )박사의 강연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386 의원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 대통령은 또 "역대 대통령들이 보궐선거하면 선거마다 판판이 다 졌다"고 호소해 여당의 참패를 '여소야대'와 '지역주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들이 '여소야대'에 골병들고, 아주 고생했다"면서 김영삼(YS) 전 대통령 시절에 박철언씨 구속 이후 대구에서 YS 지지율이 항상 한 자릿수였던 사례를 들어 "그래서 보궐선거하면 선거마다 역대 대통령들이 판판이 다 졌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대북송금 특검을 수용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 구속된 것 때문에 3년 동안의 재보궐 선거에서 호남과 수도권에서 한 석도 못건지고 참패를 당했다는 것처럼 들리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이어 "또 우울하게도 막판 되면 여당이 이반한다"고 말해 지지층의 '결집'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이상호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 등 여당에 당적을 두고 있는 핵심 회원들도 적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 인기가 막 떨어지면 여당이 이반하는데 여당이 이반하는 순서는 조금 다르다"면서 '(대통령) 가족들 게이트'가 나오면 여당이 결정적으로 이반하고 아니면 여당이 이반하면서 그런 것까지 간다"고 말해 권력의 무상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바다이야기'에 조카 노지원씨가 관련되었다는 의혹을 받는 가운데 여당에서조차 노 대통령에 대한 탈당론과 통합신당 창당론이 거론되되었다.

그러나 그는 이 대목에서 "나도 (역대 대통령들처럼) 비슷한 고개 앞에서 서 있다"면서도 "여러분, '소림사 18문' 영화 보셨지요"라고 반문하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대통령이 (퇴임후) 자기집까지 가는 데 통과해야 할 관문이 있다"면서 "그 영화에서처럼 오른쪽에서 화살이 날아오고 왼쪽에서 돌이 날아오고 하는 이런 관문을 다 통과해야 하는데 (제가) 상처는 많이 났지만 다 통과할 것"이라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뜨거운 함성과 박수를 받았다.

이날 행사의 핵심 메시지는 'Remember 1219'와 'Again 2002'

노 대통령은 또 "제가 386을 기용하고 요직에서 일을 하게 하는데 폭탄같은 비난을 받아야 되듯이, 내가 노사모 여러분을 만나서 청와대 녹지원에서 시원하게 허리띠 탁 풀어놓고 소주 한잔 먹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고 아직도 두려워서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여러분 죄 지었습니까"라고 외쳐 "아닙니다"라는 함성을 이끌어냈다.

돌이켜보면 노사모 핵심 회원 6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한 8월 한 달은 노 대통령에게 '더 없이 잔인한 달'이었다.

노 대통령은 8월 한 달 내내 야당과 보수 언론에 제기한 이른바 '바다이야기' 의혹 공세와 '전시 작적통제권 환수' 논란에 휩싸여 있었다. 8·15 특사에 자신의 핵심 측근이자 '386 동지'인 안희정·여택수씨를 사면복권한 것에 대한 여론의 비판도 노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게다가 김병준 교육부장관에 대한 '논문 표절 의혹' 공세로 끝내 낙마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결국 이날 노 대통령이 노사모 핵심 회원들에게 전한 '박해받는 386'과 '역대 대통령의 보궐선거 참패' '가족 게이트와 소림사 18관문' 등의 상징적인 메시지는 ▲안희정씨 사면복권에 대한 여론의 비판 ▲여소야대와 지역주의 현실 ▲여당의 이반 조짐과 탈당 요구 등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면서 '정치언론들'에 포위된 자신과 노사모의 '동병상련' 및 '동지애'를 통한 결속을 호소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것을 다시 두 개의 '키워드'로 요약하면 'Remember 1219'와 'Again 2002'이다.

일부 참석자에 따르면, 386 운동권과 광주민중항쟁의 상징적인 노래인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진 가운데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노 대통령의 환영사는 예정된 시각을 넘겨 1시간 가까이나 이어졌다.

또 이날 행사에 참석한 '광주 노사모' 핵심 회원들은 노 대통령이 대통령후보 시절에 '우리는 승리한다'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쓰고 서명한 깃발을 가져와 다시 대통령 사인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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