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북금융제재 일부 해제 전망 '솔솔'

한·미 관계자 잇달아 언급... 북한 측 복안도 주목

등록 2006.11.02 11:48수정 2006.11.0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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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31일 중국 베이징(北京) 미국대사관의 미국 및 중국 국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힐 차관보는 북핵 6자회담이 빠르면 11월이나 12월중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31일 중국 베이징(北京) 미국대사관의 미국 및 중국 국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힐 차관보는 북핵 6자회담이 빠르면 11월이나 12월중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AP / 연합뉴스


11월 중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6자회담을 전후로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의 일부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한국과 미국 양측에서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이 1일 국정감사장에서 희망적 전망을 밝힌 데 이어 미국에서도 같은 맥락의 관측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전문가인 돈 오버도프 존스홉킨스대 부설 한미연구소장은 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미 재부부가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북한 자금 2400만 달러를 조사한 결과 800만 달러는 합법적인 돈으로 확인됐다고 들었다"면서 "미국은 6자회담 이전에 이 돈을 풀어 평양에 긍정적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도 2일 워싱턴발로 "미국이 BDA에 묶여있는 북한자금 2400만 달러 중 합법자금 800만~1200만 달러를 선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고위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는 북한이 지난해 6자회담을 이탈한 '구실'이었고, 이번 회담 복귀 결정의 '명분'이기도 해, 미국이 실제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명환 차관 "조만간 결정날 것으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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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외교부에서 열린 국회 통외통위 국정감사에서 유명환 차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미국의 자세변화에 대한 희망적 신호는 먼저 1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외교통상부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나왔다.


유 차관은 미국이 북한의 '돈세탁' 창구로 지목하고 있는 방코델타아시아(BDA) 조사문제와 관련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으나 조만간 결정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 차관은 "6자회담이 재개되면 미 재무부에서 그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BDA를 돈세탁 은행으로 확정 지을 것인지를 결정하고, 그 결정이 나면 BDA에 동결된 북한 자금을 푸느냐 압수하느냐 문제는 중국 정부의 판단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BDA 조사결과를 마카오 당국에 통보하면 마카오를 관할하는 중국 정부가 동결된 북한 자금 2400만 달러 중 문제 없는 자금을 북한에 돌려주는 식으로 이 문제가 풀려나갈 것이란 전망을 밝힌 것이다.

이 발언이 전날 6자회담 재개 합의와 맞물려, 북·미간 이 문제에 대해 진전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자 외교부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외교부 당국자는 1일 저녁 기자간담회를 자청, "유 차관은 개인적인 추측을 말한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에 그런 식으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차관의 발언을 평가절하하는 외교부 당국자의 이같은 이례적 해명은 6자회담 복귀의 조건으로 북한에 반대급부를 주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유 차관의 발언이 미국의 입장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뒤늦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의 '무조건 복귀'를 원칙으로 삼아왔다.

북한 외무성 "금융제재 해결이 전제"

반면 북한은 1일 외무성 대변인 발표에서 "우리는 6자회담 틀 안에서 북·미 사이에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 해결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회담에 나가기로 했다"며 금융제재의 논의·해결이 6자회담 복귀의 '전제'가 됐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미국도 6자회담에서 금융제재 해제문제가 논의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북핵 6자회담이 재개되면 북한은 동결된 해외은행 계좌에 접근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의 해외계좌 동결 문제와 다른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로 약속했다"고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6자회담 틀 내에서 금융제제 문제 논의'라는 기존 원칙의 연장선상에 있다. 문제해결이 전제라는 북한의 입장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차관보는 '실무그룹'을 만들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흐름으로 볼 때 미국이 북한에 구체적 약속을 해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베이징에 7시간에 걸친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간 회동에서 해결방향에 대해 상당한 교감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위조지폐 문제 복안 뭘까

한·미 양측에서 나오는 관측대로 미국 정부가 전향적인 조치를 취한다 해도 그것은 일부 확인된 합법자금의 동결을 푸는데 그칠 것이 확실하다. 이는 불법행위는 협상대상이 아니라는 미국의 확고한 원칙과 맞물려 있다.

북한은 물론 여기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자세로 봐서 전면적인 동결계좌 해제는 지금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북한의 복안은 무엇인가?

일각에서는 북한이 지폐 위조에 국가적 차원의 관여는 계속 부정하되 일부 세력이 개입됐음을 인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1일 베이징발로 "북한이 지폐 위조에 관한 국가적 관여는 부정하지만 일부 세력이 개입됐다고 시인, 관련자를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미국의 태도를 누그러뜨리려 할 것"이라고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일본인 납치문제를 해결하려던 방식과 같은 맥락이다. 불법행위를 일부 기관이나 세력이 임의로 저지른 일로 규정, 책임을 지우고 국가 전체의 책임은 피해가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 협상으로 문제를 풀 생각이라면 금융제재의 원인을 제공한 미국의 달러지폐 위조 문제에 대해 어떻게든 대안을 마련해야 할 입장이다. 그게 무엇이 될지가 금융제재 해제문제에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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