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실천시민연대
"광복군의 군가로 불렸던 '압록강 행진곡'을 작곡한 한형석씨는 당시에는 한유한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했고, 작고하기 전까지 아무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광복군으로 활동했던 경력을 쉽게 얘기하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슬픈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깊어가는 가을밤에 어울리는 분위기 있는 강좌 '노래로 보는 한국사회'가 개강했다.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질곡을 노래해 온 가수 이지상씨의 강의로 진행되는 이번 강좌는 노래가 담고 있는 시대의 기억, 시대의 배경이 만들어낸 노래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강의는 이씨의 얘기와 직접 부르는 노래, 음악감상, 노래배우기 등으로 진행된다.
첫 강의는 '부당한 사회에서 명멸해간 노래들'이라는 주제로 지난달 27일 진행됐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과 개발독재 시기를 거치면서 만들어지고 불리었던 노래들에 대해 얘기하고, 그 노래들이 가지는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특히 이날 강의에서는 중일전쟁 이후 일제의 탄압이 거세지면서 창씨개명과 함께 일제에 충성을 맹세해 호가호위한 음악가들과 모든 것을 버리고 독립운동에 투신해 고난의 길을 걸었던 음악가들과 그들의 음악을 들여다보는 대목이 인상 깊었다.
호가호위한 대표적인 음악인으로는 '아! 신라의 달밤''굳세어라 금순아' 등을 작곡한 트로트계의 거목 박시춘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음악인들인 홍난파, 현제명, 이흥렬 등이 거론됐다.
특히 박시춘은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친일 대중음악가로 '결사대의 아내''혈서지원' 등을 작곡해 일왕에 대한 열렬한 충성을 맹세하기도 했다. 혈서지원은 '무명지 깨물어서 붉은피를 흘려서/ 일장기 그려놓고 성수만세 부르고/ 한글자 쓰는사연 두글자 쓰는사연/ 나라님의 병정되기 소원입니다'라는 내용의 노래로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노래다. 여기에 박시춘은 작곡으로 옷을 입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