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미 국무부(State Department photo by Michael Gross)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의 군사 계획과 관련해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민감한 시기에 군사기밀을 언론에 흘린 미국 국방부 관리들의 의도이다.
기실 미국 강경파들은 6자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자극할 정보를 흘림으로써 여러 차례에 걸쳐 '재뿌리기'를 시도한 바 있다. 2004년 5월 3차 6자회담을 앞두고는 이렇다할 증거도 없이 북한이 리비아에 핵물질을 수출했다는 정보를 흘린 바 있고, 2005년 1월 말과 2월 초 4차 6자회담을 모색하던 시기에도 이와 같은 정보를 또 다시 언론에 흘려 북한의 반발을 야기한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번 비밀 군사계획의 언론 유출도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의 의도적인 '정보 정치'일 가능성이 높다. 한 명도 아닌 여러 명의 관리들이, 그것도 대단히 구체적인 내용을 언론에 흘린 것은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31일 북-미-중 베이징 3자회동에서 6자회담을 조만간 재개하기로 합의한 이후, 네오콘을 중심으로 한 미국 내 강경파들의 불만이 노골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주도한 대북 다자간 외교에서 소외된 것으로 알려진 부시 행정부 내 대북강경파들은 또 다시 북한의 시간끌기 전술에 넘어가 북한을 응징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뉴욕타임즈의 1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협상력을 제고한 것을 제외하곤 미국은 북한이 회담을 거부했던 1년 전 제자리로 돌아오고 말았다"고 한다. 특히 한 관료는 "채찍은 어디 갔느냐?"며, "우리는 6자회담 재개를 축하하고 있지만, 우리가 돌아간 곳은 끝없는 수다 자리에 불과하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이 신문은 2일자에서도 6자회담 재개를 "환영한다"는 부시 행정부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달리, 회담 재개로 인해 북한을 고립시키고 응징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강경파들의 불만을 상세히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 미국 강경파의 의도에 넘어가서는 안 돼
또 하나의 관심과 우려의 초점은 대북 비밀 군사 행동 계획을 비롯한 미국 내 강경론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다. 북한이 미국의 군사 훈련이나 계획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북한이 "미국 국방부가 북한의 핵시설 공격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위협적인 보도'를 그냥 넘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특히 미국 내에도 '6자회담 무용론'과 군사적·비군사적 수단을 통한 북한 정권 제거를 선호하는 강경파가 있듯이, 북한 내에도 '핵 억제력' 강화를 선호하는 집단이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워싱턴타임즈의 보도는 북한 내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시켜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미국 강경파의 의도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현명한 대응이 요구된다. 북한이 미국의 비밀 군사계획을 문제삼으면서 6자회담 재개 약속을 뒤집는 것이야말로 미국 강경파들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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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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