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일 구례 산동에서 지리산 문화제 열렸다. 정태춘과 박은옥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조태용
'지리산'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 산이 어떤 산이고, 어떤 의미이며, 얼마나 소중한 산인지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감상이라면, 그 가슴팍에 기대어 평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산, 지리산은 또 다른 의미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사포마을에서는 4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지리산문화제'가 열렸다. 이곳 사포마을은 산이 좋아서 산을 찾은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이 태어난 곳, 삶의 터가 지리산인 그야말로 지리산 산 사람들의 마을 공동체다.
사포마을 사람들에게 이번 지리산문화제는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아마 멀리 있는 자식들이 집을 찾아오는 반가움이고,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 닥친 위기를 이해하고 보살펴 주려는 착한 마음을 가진 이들을 초대해 벌이는 한바탕 잔치 마당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보름 전부터 행사준비를 하고, 무대가 될 논의 벼를 서둘러 수확해 젖은 논을 바싹 말렸고, 아직 다 마르지도 않은 콩대를 서둘러 수확해 주차장을 만들었다. 행사기간이 다가오자 수확시기를 놓친 벼가 있어도 진입로에 쌀을 말리지 않겠다는 일념 하나로 수확을 늦추기도 했다. 귀한 손님들을 초대한 지리산 사람들의 마음씀씀이가 바로 그런 것이리라.
그들의 이런 생각을 어찌 알았는지 알음알음 행사를 찾은 이가 1000명을 넘어섰다. 건너편 지리산온천 주차장 앞에 들어서던 차들만 봐온 그들에게 조그만 산속 마을을 찾은 차들의 행렬은 생경했다. 동네 진입로부터 차들이 즐비해서 마을 청년들은 임시 주차 통제로 하루를 바쁘게 보내야 했다.
행사장은 마른 논 위에 설치되었고, 의자는 짚단이었다. 화장실은 푸세식 생태 화장실이었고, 마을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잔칫상을 차려냈다.
비가 온다던 날씨는 그들의 성의를 알았는지 구름이 태양을 가볍게 가리고 있었지만 그 온기를 다 빼앗지는 않아 온화했고, 따스한 기운을 가진 산 바람이 기분 좋게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