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 '북핵' 갈등, 고비 넘겼지만

대표단 방북 성과 등으로 갈등 봉합... '일심회'사건 불씨 우려도

등록 2006.11.05 18:20수정 2006.11.0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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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문성현 대표 등 민주노동당 방북단이 3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성현 대표 등 민주노동당 방북단이 3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민주노동당의 '북한 핵' 갈등이 한 고비를 넘겼다. 방북단이 나름의 성과를 내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5일 최고위원회가 올린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한 특별결의문(이하 '반전평화 결의문')'을 놓고 공개회의 석상에서 욕설이 나오는 등 민주노동당은 내부 갈등을 겪었다.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는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라는 전제로, 어떤 종류의 핵 사용에도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며, 따라서 북의 핵실험에 대해서도 유감의 뜻을 표한다"는 내용의 안을 중앙위원회에 올렸다.

그러나 당내 다수파인 NL(자주파) 측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북미 사이의 긴장과 대결이 북의 핵실험으로 이어진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는 안으로 수정안을 올렸고, 이에 PD(평등파)가 항의표시로 퇴장하면서 결의안 채택이 무산된 바 있다.

여기에 이용대 정책위의장이 "북핵은 자위적 측면이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노회찬 의원과 정책연구원 27명이 공개비판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북핵 특별결의문', 욕설에 공개비판까지

정파갈등을 비판하는 보도들이 이어지면서, 20일 민노당은 최고위원회와 확대간부회의를 잇따라 열고 '한반도 비핵화 실현' '북 핵실험에 대한 분명한 유감' '북의 추가 핵실험반대' '근본책임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등으로 입장을 확정하면서 봉합을 시도했다.


이 회의에서도 고성이 오고갔지만, NL쪽에서 PD쪽의 거센 주장을 수용하는 모양새였다. 이용대 의장의 방북 대표단 포함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이는 등 대표단 구성도 문제가 됐으나, 이 부분은 문성현 대표에게 일임됐다.

이미 예정돼 있던 조선 사민당 방북건에 대해서도 '보수세력의 반대·이념공세와 함께 '북한 핵에 대한 명확한 반대의지를 표명할 수 있겠느냐'는 점을 우려한 당내 반대도 있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지난 달 31일부터 4일까지 북한을 방문한 대표단은 '만경대(김일성 주석 생가) 방문 논란'등의 곡절을 또 겪었지만, NL-PD쪽 모두 나름의 성과를 인정하고 있다.

대표단으로 북한에 갔다온 홍승하 최고위원은 "북한 핵 실험에 대한 남한의 의견과 불안감을 충분히 전달한 것이 큰 성과"라고 평했다.

당내 PD계열로 분류되는 홍 최고위원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으로부터 '핵이 남한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방어적 무기이며, 미국의 압박이 제거되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며 "직접적인 배경은 아니겠지만,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자평했다.

NL계열로 분류되는 김은진 최고위원도 "남북간-북미간 대화도 끊긴 긴장고조상황에 대한 남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충분히 전달했고, 이산가족 상봉 재개에 대한 긍정적인 답을 갖고 왔다는 점"을 성과로 꼽았다.

NL도 PD도 "북 핵실험에 대한 남쪽 입장 전달이 성과"

a 민주노동당 방북 대표단이 10월 31일 고(故) 김일성 주석의 생가인 만경대를 방문했다. 북한 조선중앙TV촬영.

민주노동당 방북 대표단이 10월 31일 고(故) 김일성 주석의 생가인 만경대를 방문했다. 북한 조선중앙TV촬영. ⓒ 연합뉴스

당내 갈등과 관련, 홍 최고위원은 "기본적인 갈등 요인은 남아 있지만, 이번 방북이 북한핵을 둘러싼 당내 논란을 전향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도 "북한 핵에 대한 입장이 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면서 "6자회담 재개국면에서 이번 방북을 계기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해 어떤 실천적인 공통의 활동을 벌일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PD 쪽인 김종철 전 서울시장 후보도 "북한 핵에 대한 유감이라는 입장을 전달하고 왔고, 최고위원단에서 '추가 핵실험 반대'를 선언했기 때문에, 이 정도 수준에서 양쪽(NL-PD)갈등이 완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일 문성현 대표의 '북한 핵 유감 표명' 발언에 대해, 김영대 위원장이 문 대표의 말을 끊으면서 '유감에 대한 유감' 표명을 한 '결례'도, 결과적으로 민주노동당에게는 안팎으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남한 내 보수세력은 물론 당내 PD세력에게도, 북한과 당이 '마찰'을 빚는 장면을 보인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꺼지지 않은 갈등의 불씨

북한핵을 둘러싼 민주노동당의 내부 갈등은 잦아들었지만, '북한'은 NL과 PD의 정체성을 가르는 핵심기준이기 때문에 양측의 갈등은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다. 국가정보원이 수사하고 있는 '일심회'사건이 목전의 계기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당의 한 관계자는 "당사자들도 부인하고 있고 사건도 과장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사건의 실체를 명확히 하는 게 우선"이라고 전제한 뒤 "만약 간첩단 사건이라고 밝혀진다면, 북한이 아직도 남한 운동진영을 공작의 대상이자 지배종속관계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남한 사회에서는 민주노동당이 북에 자료를 넘기는 창구로 인식되고 이것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막대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승하 최고위원도 "간첩단 사건으로 성립되기는 어렵다"고 전제한 뒤 "상황에 따라서는 당 지도부가 북한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내 자주파는 "국가보안법의 망령이 되살아난 사건이므로, 국보법 철폐를 전면적으로 벌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a 민주노동당원들이 지난 10월 31일 오전 내곡동 국정원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민주노동당원들이 지난 10월 31일 오전 내곡동 국정원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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