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만호
이제 바람흔적미술관은 '바람소리'까지 들리는 미술관으로 변해간다. 여러 가지 전시회와 라이브 음악이 흘러나오는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자리매김 하고 있다.
바람이 머물다 간 그 자리를 생각하며 또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살아야 하는 나와 같은 이 세상 사람들을 생각하며 시를 한 편 적어 보았다.
바람이 두고 간 편지
물을 머금고 피어난 박주가리를 만났다.
작은 점이 되어 바람에 몸을 맡긴
그래서 정처 없이 떠돌다 뿌리를 내리는 곳.
바람결에 헤매다 비를 만나 내려앉는 곳
그곳은 박주가리 터전이다.
쨍쨍히 내리비추는 햇살아래
정처 없는 인생 집을 짓는다.
마음에 쌓고 또 쌓아 둔
그대 향한 그리움들은
부는 바람에 박주가리 씨앗에 매달아
하얀 나래를 편다.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서러운 이곳에서
그대 떠난 내음이나 맡을까 갔는데,
그대는 한마디 말도 없이 바람 소리만 들린다.
바람은 조용히 왔다가 편지 한 장을 두고 갔다. 시들기 마련이라고…. 그 푸르던 시간도 오랫동안 잠 못 드는 시간이 흐르고, 햇살이 비추면 붉게 멍든 글귀들이 갈빛으로, 그리고 기억도 못할 아른거리는 시간의 낙엽으로, 타다만 가을로 사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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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말이 적어야 하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하고, 머리에 생각이 적어야 한다.
현주(玄酒)처럼 살고 싶은 '날마다 우는 남자'가 바로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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