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어미의 울부짖음을 들으며

등록 2006.11.07 12:24수정 2006.11.07 12:2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늦가을의 시골 풍경은 스산하기 그지 없다. 전남 담양 창평 용운동은 노인들만 사는 시골이라 고즈넉하고 뒹구는 낙엽들만 소리를 낼 뿐이다.

친정 엄마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몸이 안 좋다고 하셔서 서둘러서 창평으로 갔다.
시장에서 따뜻한 음식을 사드리고 싶었고, 또 현미 찹쌀을 사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더니 창평 장날이었다. 5일, 10일이 창평 장이다.

모처럼 자장면을 드시고 싶어 하셨는데, 자장면 집이 하필 실내 리모델링 하는 중이어서 국밥집에서 선지국으로 사드렸다.

오매댁 할머니 집에서 현미 찹쌀을 사기로 했는데, 오매댁 할머니가 창평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고 계신다고 했다. 엄마는 몇 군데 안되는 미용실을 뒤져서 찾으셨다. 우리 셋은 같이 차를 타고 용운동으로 올라갔다. 현미찹쌀 20kg을 4만원에 샀다. 거기다 고구마를 봉지에 담아 주시며 일요일날 우리 애들 삶아주라고 하신다. 엄마같은 정을 다시금 느껴본다.



미용실에서 파마 보자기를 뒤집어 쓴채로 같이 오신 오매댁 할머니 집이다. 소를 열마리 넘게 키우셔서 마당에 여물 써는 작두를 비롯해서 짚다발이 많았다.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다.



그러다가 슬피우는 어미소의 울음소리를 듣게 되었다.

"왜 소가 저렇게 크게 소리를 질러요?"

"염병허고 우냐? 어지께 송아지를 두마리 팔아부렀더니 저렇게 안 우냐?"

"네? 소가 송아지가 없어져서 우는거예요?"



"징상스럽게도 운다~. 엊저녁부터 잠을 못자게 운다."

"송아지를 몇마리 낳았는데요?"

"시(세)마리~"



"송아지는 가격이 얼마나 해요?"
"한마리에 백팔십만원 받었어"
"와~ 그렇게 많이 받아요?"
"암송아지라 그래~"
"암송아지는 그렇게 비싸요?"
"아니여~ 삼백만원썩 했는디 내린거여~"
"그래요?"




그러는 중에도 소는 동네가 떠들썩하게 울었다.
듣는 사람 애간장이 녹아나게 울었다.
우는 이유를 알고 들어서 일까?
내 눈에도 이슬이 맺혔다.



얼마나 참기 힘들면 소가 목을 자학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송아지를 암송아지 두마리와 숫송아지 한마리를 낳았다고 한다. 암송아지만 팔렸다고 한다. 새끼 한마리가 옆에 있는데도 떠나간 자식 생각에 그리 슬피 우는 것이었다.



엄마랑 오매댁 할머니는 사람이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다.



슬피 우는 소를 남겨둔채 현미찹쌀을 가지고 나왔다. 엄마가 머리에 이고 내 차로 가고 계신다.

"어찌 짐승이 우는 소리에 이렇게 가슴이 아플까"하며 동네를 나섰다. 오매댁 할머니는 파마를 하시다가 올라오셔서 다시 내차로 창평 미용실로 모셔다 드렸다.

덧붙이는 글 | * 지난 11월 5일날 다녀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11월 5일날 다녀왔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3. 3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4. 4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5. 5 국방부의 놀라운 배짱... 지난 1월에 그들이 벌인 일 국방부의 놀라운 배짱... 지난 1월에 그들이 벌인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