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 '런던 놀이'를 하면서 사진 찍다

배우 배두나가 찍은 런던의 모습, 그녀가 보낸 런던의 일상

등록 2006.11.07 10:59수정 2006.11.0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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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두나`s 런던놀이> 겉표지

<두나`s 런던놀이> 겉표지 ⓒ 옐로우 미디어

배두나는 참 독특한 배우이다. 그녀가 내뿜는 연기가 그렇고, 다양한 재주를 지닌 면이 그렇다. 일본어를 독학해 습득했다는 그녀는 사진도 책을 보며 독학했다고 한다. 그렇게 사진 찍는 재미에 푹 빠진 배두나가 책을 출간했다.

<두나`s 런던놀이>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 책은 그녀가 연기하는 중간 중간에 런던을 찾아 촬영했던 소중한 추억이 담긴 사진여행기이다. 그러나 배두나는 전문적인 사진작가가 아니기에 사진에 어떤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아니 애초부터 배두나 그녀가 제목을 ‘놀이’로 명명했다는 자체부터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사진은 그냥 찍는 거다’라는 그녀의 생각처럼 초보가 촬영한 사진들로 평범하고 익숙하다. 마치 우리가 흔히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올리는 듯한 사진처럼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다. 그래서 반가운 이들도 있을 테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배두나 개인에게는 영광의 기록이자, 노력의 산물일 것이다. 이점을 지극히 감안하고 본다면 배두나가 찍은 사진이 어쩐지 예쁘다. 그리고 사진과 여행을 사랑하는 배두나의 방랑기를 주체할 수 없어 내놓은 책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이 책을 흥미롭게 볼 수 있다.

“여행을 통해 얻는 것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적당한 긴장, 적당한 자유, 적당한 여유… 그것들은 고갈된 에너지에 윤기를 주기도 하고, 움츠러든 마음과 어깨를 펴주기도 하고, 소중한 이들을 더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본문 서문 중에서)

내용들도 여느 여행 책처럼 심오하거나 특정한 주제가 담긴 것도 아니다. 그가 연기에 몰입한 후 그것을 버리기 위해 여행을 떠났던 것처럼 내용도 그가 느낀 런던과 그곳에 보낸 일상이 낱낱이 일기처럼 쓰여져 있을 뿐이다. 메모나 낙서정도라고 하면 배두나 본인이 화를 낼까?

그렇듯 글도 지극히 평범하다. 하지만 일기라는 자체가 주는 매력이 있지 않은가? 남의 일상을, 생각을 살짝 엿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것도 이 시대의 배우의 일상을 말이다.


이처럼 배두나는 런던에서 보낸 이야기들을 친한 친구에게 들려주듯 소소하게 담아냈다. 그러나 수려한 문장은 아닐지라도, 군데군데 배두의 생각을 듣고 있자면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꽤 사진을 할애한 공간에 비해 글의 내용이 적어 뭐랄까, 배두나 개인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그것에서 공감하고 감동하기엔 역부족이란 느낌을 애석하게도 지울 수 없다.

다만 그녀가 이야기하던 놀이라는 개념이 우리에게 신선하게 다가온다는 점은 충분히 칭찬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초짜의 눈에 비친 런던의 모습... 아니, 책 속에 배두나의 화보가?

a 런던에서의 배두나

런던에서의 배두나 ⓒ 옐로우 미디어

“고무줄을 가지고 놀던 놀이가 고무줄놀이인 것처럼, 공기를 갖고 노는 게 공기놀인 것처럼 ‘런던놀이’는 런던을 가지고 노는 것”(본문 중에서)

이처럼 런던이라는 한 공간을 자신만의 놀이터로 여기며 구석구석 돌아다닌 덕분에 사진은 런던을 상세하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초보 사진작가에 비친 런던이지만 비교적 우리는 런던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살짝 당황스러움이 있다. 초짜의 눈에 비친 런던의 모습이 채워져 서툴지만 자신만의 관점으로 찍은 사진들만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배두나가 직접 모델이 되어 화보형식의 사진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팬이 아니고서야(예쁜 그녀의 모습이니 다들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 부분은 이 책에 가장 아쉬운 부분 중의 하나이다. 특히, 일반인들이라면 한 달 동안 호텔에 투숙하며 호텔방을 자기 방처럼 꾸미고, 그곳에서 뮤지컬을 보러 다니며, 사진 찍기 놀이에 푹 빠져 산다는 자체만으로도 위화감인데, 정작 사진집에 본인의 모습이 등장한 것을 책으로 엮었다는 점은 보는 독자로 하여금 어떻게 생각을 해야 하나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물론 이 책은 그녀의 럭셔리 한 생활을 보여주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알 수 없는 질투심! 이것은 분명 배두나의 삶이 부럽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여행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여행을 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사는 것은 바로 그 여행 자체를 위한 것들이다. 무언가를 가지고 돌아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짧은 기간이나마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나를 즐겁게 해 줄 무언가를 사는 것이다. 여행의 순간 순간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을. ”(본문 중에서)

이처럼 여행은 개인의 산물이니, 개인적으로 책을 내 보여준 것이니 너무 곡해하지는 말길 바란다. 그저 그녀가 그냥 사진을 찍듯 우리도 이 책을 그냥 읽어내려 가면 될 것이다. 다만 부디 다음의 책을 다시 한 번 낸다면 더욱더 수려해진 사진 촬영 기술과 함께 책의 내용도 조금 더 풍부해지길 바란다.

두나's 런던놀이

배두나 지음,
테이스트팩토리(Yellowmedia(옐로우미디어)),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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