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102회

제노사이드

등록 2006.11.07 16:56수정 2006.11.0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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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야 정신 차려

겨우 하쉬들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빠져나온 솟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시 정신을 잃은 수이를 흔들어 깨웠다. 필사적으로 하쉬들의 위협을 빠져나가느라 지친 솟은 잠시 쉬어가는 동안에서야 수이가 자신의 등 뒤에서 축 늘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이!

솟이 수이의 몸을 안고서 한참이나 심하게 흔든 후에야 수이는 겨우 가느다랗게 실눈을 뜨고 입술을 움직였다.

-솟......
-수이! 날 알아보겠어?

솟은 수이를 들쳐 업고 빠져 나올 동안에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던 터라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에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뻐했다.

-솟!


수이는 눈을 크게 뜨고 솟의 품안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솟과 얼굴을 마주치는 순간 마구 비명을 질러대었다.

-아아악!


-수이! 왜 그러는 거야!

당황한 솟은 수이를 꼭 끌어안으며 진정시키려 했지만 그럴수록 수이의 비명과 몸부림은 계속될 뿐이었다. 솟은 수이를 꼭 끌어안고 깊이 흐느꼈다.

순간 솟은 귀가 멍하게 울리며 정신이 멍해지기 시작했다. 무엇인가 알 수 없는 것이 솟의 뒤통수에 거세게 내려쳐진 탓이었다. 수이를 안고 있는 팔에 힘이 풀리며 솟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대체 뭐지?’

솟의 눈으로 이상한 동굴의 하얀 천장이 들어오는가 싶더니 곧 수이를 일으켜 안은 인간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바로 솟을 따라 이상한 동굴에 들어왔던 그차였다. 그제야 솟은 그차가 자신의 뒤에서 무기로 쓰는 굽은 나무막대를 던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네가 왜?

바닥에 떨어진 굽은 나무막대를 서서히 집어 드는 그차를 행해 솟은 의혹과 분노에 가득 차서 외쳤다. 그차는 굽은 나무 막대를 잡고서 솟의 이마에 겨누고 중얼거렸다.

-더러운 놈! 넌 사영을 욕보이고 죽인 것도 모자라 또 다른 여인을 원하는 거냐?

솟은 그것이 자신이 그차에게 습격을 당해야 하는 이유인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평소에 그차가 유달리 사영을 아끼고 있다는 느낌 따위는 들지 않았고 어차피 수이는 솟 자신의 여인이었다.

-사영의 일은 미안하나 수이는 내 여자다. 네가 이럴 권리는 없어.

솟은 필사적으로 외쳤지만 돌아오는 건 그차가 휘두르는 나무막대였다.

-아직도 뭐라고 지껄일 힘이 있는 거냐!

솟은 충격과 고통으로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지만 수이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버티며 애타게 소리쳤다.

-그차! 제발 부탁이니 이곳에서 수이를 데리고 나온 다음에 나를...

그러나 그차는 솟의 말을 듣지 않고 계속 무자비하게 솟의 온 몸을 향해 나무막대를 휘둘렀다.

-더러운 짐승! 죽어라! 죽어!

솟의 온몸이 피로 물들고 갈가리 찢기다 시피 한 후에야 그차의 손길은 멈추었다. 솟은 겨우 가느다랗게 숨을 유지했고 희미한 시야 사이로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는 수이를 데리고 가는 그차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수이...

솟은 온 몸을 비틀어 일어나려 했지만 겨우 고개만을 돌릴 수 있었다. 그쪽에는 차디찬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상한 동굴의 벽이 솟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벽에 물에 비치듯 솟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솟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서 미친 듯이 절규했다.

-아니야... 이건 뭔가 잘못 되었어!

벽에 비친 솟의 모습은 바로 네드족인 키의 모습이었다. 솟은 비통함과 고독 속에서 서서히 정신이 아득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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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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