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교대생들은 왜 소극적이지?

교원 수급 차이가 원인... 내년 임용 서울은 800명, ·부산은 60명

등록 2006.11.09 12:10수정 2006.11.0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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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경인교대 교정에 교육부의 교원수급정책을 비판하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경인교대 교정에 교육부의 교원수급정책을 비판하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 정연경

각 지방 교대생들이 교육부의 초등교원 감축계획에 반대하는 무기한 동맹휴업에 들어갔거나 동맹휴업을 위한 총투표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소재 교대생들에 대한 지방 교대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내년 임용 숫자가 크게 줄어든 지방과 달리 서울 교대생의 내년 초등교원 임용은 수급이 가능할 정도이기 때문에 서울 지역 교대생들이 투쟁에 적극 동참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국교육대학생대표자협의회'(교대협)와 '전국교대4학년비상대책위원회'(4학년비대위)측은 지난 6일 교대협 홈페이지(www.uriedu.or.kr/index.php3) '우리의 입장'이라는 글을 올려 임용고사 거부 철회 결정을 알렸다. 이에 따라 대다수 교대 4학년 학생들은 오는 19일로 예정된 임용고사 준비를 위해 도서관으로 돌아갔고, 1·2·3학년 학생들은 전면적인 무기한 학사거부 또는 동맹휴업 준비에 들어갔다.

경인대 경기캠퍼스, 공주, 대구, 부산, 전주, 진주, 청주, 제주교대는 이미 학사거부에 들어갔고, 이화여대 초등교육과를 제외한 나머지 교대 및 교원대는 동맹휴업을 위한 총투표가 진행중이거나 예정되어 있다.

서울 교대생들이 투쟁에 찬물 끼얹고 있다

임용고사 거부 및 동맹휴업 문제를 둘러싸고 서울 교대와 지방 교대 간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이는 서울교대가 처음부터 임용고사 거부 방침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교대생들 사이에 퍼지면서 시작되었다. 이번 사태에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고 있는 이화여대 초등교육과에 대한 불만도 함께 터져 나왔다.

몇몇 교대생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서울교대와 이화여대 초등교육과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교대협 홈페이지에 '정말'이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올린 한 학생은 '서울교대 잊지 않겠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서울교대가 발을 빼면서 급격히 투쟁 열기가 식었다"고 주장했다.


전국 교대생을 위한 카페 '교대피플'(cafe.naver.com/kyodeapeople.cafe)에도 마찬가지다.

"서울교대가 실습 중이라 학우들 의견이 안 모인다는 것은 핑계가 안 된다."(아이디: spyner)


"서울교대에서 투쟁에 적극적이었던 제 친구는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당했다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아이디: justicesp)

"이화여대 역시 초등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 연대해야 함이 옳다고 생각합니다."(아이디: 레드코)


2007년 임용 대책을 위한 게시판이 별도로 마련된 한 포털사이트의 초등임용고시 관련 카페에도 서울지역 교대생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서울교대 빼고라도 시험 거부하자. 이번에도 못 막으면 내년에도 서울 800명 TO나게 되어있다."(아이디: 김정일)

"서울 지역만이라도 지역 가산점 없애자."(아이디: Qdrhdwkd)

"서울교대 문제는 변한 것 없습니다. 저들이 찬물 끼얹는데는 큰 역할 했지만요."(아이디: 양쫓는촌닭)


서울-지방 교대생 입장 차는 교원 수급 때문... 서울은 800명, 부산은 60명

a 서울과 부산 지역의 초등교원 임용자수. 장애인 포함 서울은 800명, 부산은 60명이다.

서울과 부산 지역의 초등교원 임용자수. 장애인 포함 서울은 800명, 부산은 60명이다. ⓒ 정연경

이러한 입장 차이는 지방과 서울의 초등교원 임용자 수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청주교대 05학번 한 학생은 "서울은 초등 교원 임용자수가 많아 교대생들이 이번 사태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서울특별시의 발표에 따르면 2007년 서울에 임용될 초등교원 임용자 수는 장애인 포함 800명인 반면, 경기 지역을 제외한 지방 임용자수는 이에 크게 못 미친다. 2007 초등교원 임용자수는 광역시의 경우 인천 300, 대전 180, 광주 150, 울산 100, 대구 190, 부산 60명이다.

이에 대하여 경인교대 총학생회 집행위원장 신광만씨는 "서울교대와 이화여대는 서울이라는 특성 때문에 교원 임용자수가 많아 소극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이라며 "그만큼 지방 교육의 여건이 좋지 않다는 뜻도 된다"고 말했다.

한편, 교대협 의장 전승혁(부산교대 총학생회장)씨는 이에 관련해 "서울교대가 동맹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인 선택을 하자는 것일 뿐이다"라며 "서울교대도 실습이 끝나는 대로 동맹휴업 총투표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은 단순히 교원 임용자 수에만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교대생들은 지방의 교원 임용을 늘릴 수 없는 이유가 지방교육재정이 파탄 나도록 만든 개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있다고 주장한다.

신광만씨는 "2004년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내국세 13%+의무교육기관 교원 인건비 일부'에서 '내국세 19.4%'만으로 한정하는 내용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고쳤는데 이 때문에 지방교육청의 부채가 증가해 더 이상 교원 임용을 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따라서 교대생들은 정부가 올해의 교원 임용자수 문제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교육정책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2007년 초등교원 임용자수를 줄이겠다고 밝힌 이후 전국의 교대생들은 ▲2006∼2020년 초등교원 중장기적 수급정책의 전면 재검토 ▲교대 신·편입생 정원 축소 ▲지방교육재정 확충 ▲표준수업시수 법제화 ▲학급총량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정연경·이상욱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 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정연경·이상욱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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