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받은 부시, '강경' 왕고집 과연 꺾을까

[전망] 전문가들,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 "회의적"... 일부 "그래도.."

등록 2006.11.08 19:15수정 2006.11.08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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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조지아주의 스테이츠보로에서 하원의원에 출마한 맥스 번스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부시는 유세장마다 케리 의원의 실언을 비판하는 등 전세를 역전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조지아주의 스테이츠보로에서 하원의원에 출마한 맥스 번스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부시는 유세장마다 케리 의원의 실언을 비판하는 등 전세를 역전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AP=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가 민주당의 승리로 끝났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간 선거 패배로 부시 대통령의 북핵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이 과연 바뀔 것인지가 가장 관심사다.

많은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강조해온 미 민주당의 입김이 강해지고 이것이 부시 행정부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실제 정책을 바꿀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부시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

미국 중간선거가 민주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부시 미 대통령이 대북정책을 바꿀지는 의문이다. 사진은 미 국회의사당 건물.
미국 중간선거가 민주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부시 미 대통령이 대북정책을 바꿀지는 의문이다. 사진은 미 국회의사당 건물.강인규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는 "부시 정권의 대북 정책은 실용주의나 현실주의가 아닌 종교·윤리적인 것에 기초해 있다"며 "국내 정치적 어려움 때문에 단기적으로 일정 정도 타협을 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에서 양보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사실 북한핵 폐기 등 근본적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민주당도 북한에게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단, 구체적인 전술이나 접근 방법에 있어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은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적과의 회담 자체를 굴복이라고 생각하는데 비해, 민주당은 현실주의적 접근 방법을 사용해 문제의 당사자와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9월 통과된 미 국방 수권법안에 따라 오는 12월까지 부시 대통령은 대북정책조정관을 임명해야 한다.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를 내놓아 북·미 수교를 추진했던 윌리엄 페리와 비슷한 역할이다.

박 교수는 "대북정책 조정관이 임명되고 이 인물이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는다고 해도 부시 대통령이 듣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며 "단, 부시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인물이 대북정책조정관에 임명되고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과 제대로 의사소통이 된다면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희망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북한에 양보하지는 않을 것"

남성욱 고려대 교수도 "미 민주당의 발언권이 강해져 대화를 하라는 요구가 더 강해지고, 부시 행정부 안에서도 대외정책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중간 선거에 패배했다고 부시 대통령이 대외 정책을 완전히 수정할 지는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 역시 "부시 대통령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남 교수는 "부시 대통령이 과연 클린턴 행정부 때의 페리 같은 사람을 대북정책 조정관으로 임명해 난국을 돌파할 지 의문"이라며 "아마 부시 대통령은 대북정책 조정관을 힘이 없거나 자신과 코드가 맞는 사람으로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기존의 태도만을 그대로 고수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데는 남 교수도 의견을 같이했다.

남 교수는 "이전에 미국은 6자회담에서 북한이 굴복하지 않겠다면 그만 두라는 입장이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6자 회담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다, 미국은 대북 인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더 팽팽한 긴장 속에 6자 회담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역대 한국 정치를 봐도 야당이 다수였지만 결국 정책을 집행하는 쪽은 행정부"라며 "미 민주당의 목소리가 커지겠지만 이것을 수용할 지 거부할 지는 부시 정권의 몫"이라고 밝혔다.

"고집센 부시라도 내년부터 대선 국면인데..."

테러와의 국제 분쟁에 관해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는 부시 미 대통령과 외교안보팀.(자료사진)
테러와의 국제 분쟁에 관해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는 부시 미 대통령과 외교안보팀.(자료사진)백악관 홈페이지
그러나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부시 행정부의 태도가 변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이번 중간 선거가 이라크 전쟁 등 대외 정책의 실패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고,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가 청문회나 예산권 등을 통해 행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미 대선 경쟁이 시작되는데 이미 실패한 대외 정책을 다른 공화당 후보들이 그대로 고수할 수 없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백 실장은 "특히 민주당이 상·하원을 완전 장악하면 부시 행정부가 압력을 사용하고 싶어도 객관적 조건상 대화와 협상으로의 실질적인 정책 변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라크에서 군대 철수가 미 유권자들의 요구다, 아무리 부시 대통령이라고 해도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이데올로기만 고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태도는?

이번 중간 선거와 관련, 관심을 끄는 것 가운데 하나가 북한이 앞으로 취할 태도. 지난 1일 북한은 6자 회담에 복귀하기로 발표했다.

이번 중간 선거 결과는 아마도 북한이 원했던 것이기 때문에 6자 회담 복귀 입장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단,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을 상대로 모종의 모색을 할 수 있다. 민주당을 움직여 부시 대통령을 더 압박하기 위해서다.

김근식 교수는 "6자 회담장에 나온 북한은 아마 중간 선거에 패한 부시 행정부의 취약한 처지를 이용해 미국을 더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반대로 민주당의 유력 인사를 평양에 초대하는 등 민주당에는 이른바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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