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사망과 강아지 탄생

[현장] 창당 3주년 기념식장의 두 가지 풍경

등록 2006.11.10 15:52수정 2006.11.1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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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영등포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열린 창당3주년 기념식에서 김근태 당의장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축하떡 촛불을 끄고 있다.
10일 영등포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열린 창당3주년 기념식에서 김근태 당의장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축하떡 촛불을 끄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11월 10일 오전 열린우리당 창당 3주년 기념식장.

이날 행사는 영등포 청과물 시장 한복판에 자리한 당사에서 열렸다. 국회의원들과 당직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보낸 축하 화한도 한켠에 세워져 있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가수 양희은씨의 '상록수'가 배경음악으로 깔리고, 지난 3년간 열린우리당의 활동 면면이 담긴 동영상 화면이 흐르자, 김 의장은 "가슴이 뭉클하다"며 감정을 드러냈다.

이내 김 의장은 "우리는 다시 할 수 있습니다, 함께 합시다"며 동료 의원들에게 서로 악수를 나누라고 권했다.

신학용 의원은 옆에 안영근 의원과 악수를 나누며 "가면 안 돼, 함께 있어야 해(웃음)"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안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고건 사람'으로 통한다. 그는 "(고건) 신당이 만들어지면 열린우리당에서 적어도 100명은 움직인다"고 호언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의원은 "내년에도 (창당 기념식을) 한다면 오지 않는데 마지막이라니까 왔어(웃음)"라며 쓴 농담을 건넸다.

오늘은 비장하지만, 내년 이맘 때는


김근태 당의장이 기념사를 하기 위해 연단으로 나가고 있다.
김근태 당의장이 기념사를 하기 위해 연단으로 나가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내년 이맘때 열린우리당은 어떤 당명으로, 어떤 대선 후보를 추대해 막판 선거전에 몰입해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근태 의장은 기념사에서 당의 진로와 관련 모든 가능성을 열어제꼈다. 그는 "산에 오를 때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산에 몸을 맡겨야 한다"며 "평화와 번영의 길을 함께 걸어갈 길벗들을 두 팔 벌려 맞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길 원내대표 역시 "또 한번의 변화를 두려워 말아야 한다"며 "다시 시작하는 아침 준비하면서 지킬 것과 버릴 것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반대 축에 있는 신기남 전 의장의 소회는 달랐다. 민주당 등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신당파'와 달리 그는 '당 사수파'다.

신 전 의장은 기자와 만나 "'깃발 내리자, 정치실험은 실패했다'며 당이 패배주의, 회의주의에 빠져 있었다"며 "그런데 오늘 과거의 기록을 보니 다시금 희망과 용기가 솟는다"고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어느 의원은 "무조건 뭉치면 산다, 뭉치면 죽었다가도 살아날 수 있지만 흩어지면 끝이다"라고 결속을 강조했다.

의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김근태 당의장의 기념사를 듣고 있다.
의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김근태 당의장의 기념사를 듣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강아지들 이름은 '평화' '번영' '통합'

한편 열린우리당에 한 가지 경사(?)가 났다. 지난밤 당에서 기르는 주인없는 개가 새끼 3마리를 낳은 것.

김근태 의장은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그 개가 창당을 축하하는 의미에서인지 새끼 3마리를 낳았다"며 당직자들이 지어준 강아지 이름이 '평화' '번영' '통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장영달 의원도 "어려운 집안에 예쁜 강아지가 3마리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가 앞으로 마음을 힘껏 쓰면 국민에게 예뻐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는다"고 거들었다.

문희상 의원은 기념식장에서 건배 제의를 하며 "세 새끼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창당 정신!''처음처럼!'"이라고 외쳐 한바탕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행사가 끝난 뒤, 세 마리 강아지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 봤다. 쓰레기통을 치우던 한 아주머니가 있는 곳을 일러줬다. 당사를 청소하는 미화원들이 있는 구석진 방이었다. 개는 창당 이후 3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모씨(남·64)가 기르고 있었다. 길을 잃은 개 한 마리가 당사에 머물다가 누렁이 두 마리와 얼룩이 한 마리를 낳은 것이라고 한다.

김씨는 "졸지에 내가 대리모가 되었다(웃음)"며 개들에게 삶은 고기를 먹였다. 당사 미화원으로 일해온 그는 창당 3주년 소회를 묻자 그는 "이름(당명)이 바뀌더라도 계속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일 오후 태어난 강아지 세 마리가 어미인 '우리'의 품에 안겨있다. 세 마리 강아지들의 이름은 '평화' '번영' '통합'이다. 두 마리는 누렁이이며 한 마리는 점박이 강아지다.
9일 오후 태어난 강아지 세 마리가 어미인 '우리'의 품에 안겨있다. 세 마리 강아지들의 이름은 '평화' '번영' '통합'이다. 두 마리는 누렁이이며 한 마리는 점박이 강아지다.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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