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지난 2일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공개적인 여권 정계개편 논의를 시작했다.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등 의원들이 의총장에 앉아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정계개편에 관해 말을 아끼려 했다. 국회의원으로서 정기국회 기간동안 치솟은 아파트 값을 잡을 방법을 찾고, 계속되는 한반도 위기 상황을 극복할 외교안보정책상의 대안을 찾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었다.
정계개편에 대한 입장을 얘기하는 이유가 정치인으로서의 '개인 평가'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초선 의원으로서 국민에게 정당한 평가를 받는 방법은 옳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신념, 지금도 확고하다.
그런데, 최근 유시민 장관이 "통합신당은 지역주의 신당이며, '도로 민주당'"이라는 말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명은 버릴 수 있지만 민주당으로의 회귀는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분당책임론'을 들어 한 발자국도 움직이려 하지 않는 민주당과의 정계개편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왜 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분들이 이런 말들을 했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더군다나 '도로 민주당'이라니.
영남 고립도, 영남 패권주의도 반대한다
열린우리당의 정치개혁 실험이 비록 실패로 끝나고 있을지언정 정당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는 점, 이를 부정하는 '분당책임론'이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이미 다른 글에서 이를 밝혔다.
그러나 민주개혁 세력의 대통합, 창조적 파괴를 통한 새로운 대안세력으로의 진화하려는 모든 시도를 '도로 민주당'이라는 언어 프레임에 가두려는 '정치적 수사' '정치공학'에는 단연코 반대한다.
대통합을 위한 시도를 '도로 민주당' 프레임으로 가두는 것은 두 가지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첫째, 평화 민주개혁 세력의 통합을 '도로 민주당'이라 할 때, 이것은 반(反) 영남패권주의이며 영남 고립이 된다. 따라서 통합은 '지역주의'로의 회귀라고 인식된다.
둘째, 열린우리당이 민주당보다 선진적인 정당일진대, 민주개혁 세력의 통합을 '도로 민주당'이라고 선전한다면 통합은 명분이 없으며 오로지 '정치공학'에 의한 움직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영남 고립을 반대한다. 마찬가지로 영남 패권주의도 반대한다. 국민의 정부를 스스로 '호남정권'이라 부르지 않았던 것처럼, 참여정부가 스스로를 '부산정권'이라 부르지 않기를 바랐다. 지역주의를 극복하자고 만든 정권과 당 아니었나.
지역주의를 비판해 지역주의 덕보는 사람들
생각해보자. 민주개혁 세력의 대통합과 새로운 대안세력으로의 진화를 '도로 민주당'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치세력을 '영남 대 호남'으로 구분짓고 이를 고착화하려는 한나라당의 전략에 따라가는 것이다. 그런데 지역주의를 극복하고자 만든 정권과 정당이 새로운 움직임을 '지역구도로의 회귀'라고 윽박지른다.
우리나라 정당사를 살펴보자. 1963년 정당법이 제정된 이후 모두 110개의 정당이 생겼고 이 중 102개가 사라졌다. 정당의 평균수명은 3년 2개월이다. 우리나라가 정치 후진국이라 그러한가.
정치불신을 부추기는 사람들은 유난히 수명이 짧은 한국 정당을 들어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연명을 위해 이합집산을 한 결과"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새로운 정당은 새로운 정치인들과 함께 했다는 점은 애써 부정한다.
한국정치를 '지역주의'라고 몰아가려는 세력은 "한국 정당의 생명력이 짧은 이유가 대통령 선거 때마다 지역주의를 통해 표를 얻으려는 계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좌파 정당이 존재하지 않는 협소한 이념 장 안에서 단임제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는 조건은 절대 거론하지 않는다.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우리 사회의 특성상, 국민을 대변하는 정치체가 함께 변동한다는 특성 또한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세력은 무시한다. 왜? 지역주의라는 틀을 강조해야 지역주의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진화도 '지역주의' 회귀 반대가 전제
지역주의를 극복한다는 측면에서 열린우리당 강화론과 통합론은 같은 것이다.
이미 열린우리당 인사들은 지역주의를 극복한다는 데 뜻을 모은 사람들이다. 평화민주세력의 진화를 위한 어떤 방법을 채택하든, 지역주의 회귀 반대를 전제할 것이다. 이들에게 '도로 민주당'이라는 멍에를 씌우는 것, 유 장관의 표현처럼 '학대'다. 동지에 대한 학대를 멈춰야 한다.
당 내부와 외부에서 '도로 민주당' 프레임을 사용하여 통합논의를 '지역주의 회귀'로 몰아세우는 일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특히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지역주의를 미워하다가 지역주의 덫에 걸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그리고 제발 정기국회 회기만이라도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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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영남대, 전남대 로스쿨 및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중입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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