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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영 기자] 패션지 여기자들은 어떻게 살까? 개봉 후 2주 연속 흥행순위 1위에 오른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본 관객들은 질문한다. 명품으로 온몸을 치장하고 다닐까? 성공을 위해 선배의 자리를 밟기도 하는 걸까? 국내 패션지 여기자들은 “국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미국의 최고 패션지 편집장 미란다와 신입 비서 앤드리아의 일과 사랑을 그린 영화다. ‘보그’지에서 일했던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동명 소설이 원작.
패션 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을 경멸하며 완벽주의에 빠져 일을 하는 편집장과 패션을 전혀 모르고 명품족을 비웃는 비서 사이의 긴장 관계가 이어진다. 의식 있는 기자를 꿈꾸던 앤드리아가 ‘55사이즈’로 다이어트를 하고 명품 샘플을 입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기 시작하자 비로소 미란다의 신임을 얻기 시작한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패션지에서 직원이 업체의 샘플을 가져다가 공짜로 입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직원의 능력과 자질보다 외모와 패션 감각을 중시하는 것도 흔치 않은 예다. ‘바자코리아’ 정아진 기자는 “명품을 좋아하는 패션지 여기자들도 있지만 그건 단순히 취향의 문제”라면서 “박봉에 시달리는 일반 회사원과 다를 게 없는 패션지 기자들에게는 샘플로 나온 브랜드를 세일 가격에 먼저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유행통신’ 고현정 기자는 “명품 의류를 소화해야만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한다는 설정에 무리가 있다”면서 “다른 분야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패션지 여기자들도 철저하게 일로 평가받는다”고 밝혔다.
‘악마는…’는 화려한 명품족 이면의 어두운 면도 보여준다. 편집장은 돈과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해 암투를 일삼는 것으로 묘사된다. 앤드리아 또한 성공을 위해 애인과 친구, 선배들과 갈등한다.
한 패션지 여기자는 ‘악마는…’을 “패션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외모에만 신경 쓰고 남을 짓밟고 암투를 벌이는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영화”라고 평가하면서 “자사의 선후배 관계가 좋은 것은 물론이고 외부 행사에서 같이 만나는 일이 많은 경쟁지 기자들과도 친하게 지내는 편”이라고 말했다.
패션지 편집장들은 미란다처럼 유명 디자이너의 진퇴를 결정하는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악마’ 같을까. 패션지 여기자들은 “패션계 전반을 쥐락펴락하는 편집장은 거의 없다”면서 “신인 디자이너의 의뢰와 부탁을 받아 잡지에 실어주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유명 디자이너의 성패를 좌우하는 권력은 없다”고 못 박는다. 패션계의 일부분을 차지하며 공생관계에 있을 뿐이라는 것.
또한 “명품을 선호하는 편집장도 간혹 있지만, 다른 신문 잡지의 편집장과 마찬가지로 마감에 쫓겨 머리도 감지 못하고 야근을 하는 ‘인간적인 편집장’이 더 많다”고 전한다.
이 작품이 패션지 여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환상과 오해를 심어줄 여지가 크다는 것이 국내 패션지 여기자들의 중론이다. 패션과 잡지 산업의 규모가 우리보다 월등히 큰 미국의 실정과 국내의 실정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도 많다.
이 영화의 실제 배경이 된 패션지로 알려진 ‘보그’의 경우, 기자들에게 외부와의 접촉을 자제하라는 방침을 내린 상태다. 괜한 대응으로 패션지 여기자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부추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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