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위해선 농토 팔고 농촌 떠나는 게 정답"

한미FTA 체결은 농민 떼죽음으로 내모는 일

등록 2006.11.15 16:24수정 2006.11.1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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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40년 동안 농사를 지어온 송원후씨

40년 동안 농사를 지어온 송원후씨 ⓒ 안서순

"곡식이 자라는 것을 보는 재미로 농사를 짓습니다."

송원후(52·충남 서산시 대산읍 영탑리)씨는 어릴 적 부모님의 농사일을 거든 것까지 포함하면 40년 동안 농사를 지은 농사꾼 중 농사꾼이다.

송씨는 밭농사는 '먹을 것'만 하고 논농사만 150마지기(3만평)를 짓고 있는 제법 규모가 큰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이다. 게다가 연 8000여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어 농촌지역 평균소득을 웃도는 '부자'다.

그런 그가 '한미FTA반대 서산시농민회 천막농성'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14일, 비바람이 치는 심란한 밤을 서산시청 앞 광장 한켠에 비닐로 만들어진 5평 남짓한 미니 하우스 속에서 보냈다. 그는 15일 오전 7시에 일어나 밤새 웅크린 몸을 휴대용 가스렌지에 끓인 라면으로 풀었다.

"보쇼, 앞으로 한미FTA가 체결되면 농민들은 대농이나 소농이나 모두 망하게 돼 있슈, 지금 남보다 농사 많이 짓는 사람들은 내가 무슨 상관있나 하지만 그들 역시 도산의 길을 피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게 한미FTA거든유."

송씨는 올 농사의 손익계산을 해보았느냐는 말에 "따져봐야 밑질게 뻔헌디 속상헌 일을 왜 헌대유, 그렇게 세밀하게 따지면 농사짓는 재미가 없어져서 저는 그런 계산은 잘 안험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묻자 이런 셈은 처음 해 본다며 올 농사의 '성적표'를 공개했다. 송씨의 올 농사 소득은 현재 쌀 가격(13만8000원 기준)으로 볼 때 8000여만원 정도 된다고. 그러나 여기서 농약대 350여만원, 비료 240여만원, 유류대 800여만원에 트렉터와 콤바인, 이앙기, 건조기 등을 구입하느라 빚을 얻은 이자와 기계감가삼각비, 인건비 등을 포함해 3000여만원 등 모두 4390여만의 영농비가 소요됐다. 또 여기에 지난해 농협에서 얻어 쓴 영농자금 2000여만원을 포함할 경우 올 소득 8000여만원 중 실제 남는 금액은 1600여만원이다.


송씨는 이 1600만원을 가지고 팔순의 부모님과 아내, 두 아들과 1년을 살아야 한다. 이 금액을 월로 계산하면 매달 133만원으로 이 정도면 농촌경제에서 적은 액수는 아니다 싶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부모님은 연세가 많아 한달에 몇 번씩 병원을 오가야 하고 두 아들은 군제대를 한 후 복학을 한 대학생으로 학비만 2000여만원이 든다. 게다가 지난 2001년 본체값과 작업기 등을 포함해 7000만원을 주고 산 트렉터가 수명이 다되어 내년에는 다시 구입해야 할 판이다. 8500만원을 주고 산 벼를 베는 콤바인은 부품 몇 가지만 교환해도 100만원 가까이 든다. 알고 보면 남은 게 남은 것이 아닌 것이다.


"농사를 지으면 빚만 늘어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배운게 농사고 할 수 있는 일이 농사일밖에 없어 할 수 없이 농사를 짓고 살지만 전망이 없슈, 해마다 빚만 쌓여 올까지 진 빚이 1억4000만원이 넘유."

서산농민회 부회장인 나진생씨는 "비교적 대농소리를 듣는 송 선배 같은 입장이 이러한데 중소농의 처지야 여북하겠느냐"고 말했다. 또 "빚을 얻어 농사를 지으면 갚아지는 게 아니라 또 빚을 얻어 먼저 빚을 갚아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다보니 농가마다 부채를 위태롭게 지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씨는 "살기위해서는 농토를 팔고 농촌을 떠나는 게 정답"이라며 "한미FTA가 체결되면 농촌에 남고 싶어도 미국산 농산물이 소비사장을 모두 점거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농촌은 규모가 크든 작든 도산될 수밖에 없는 예정된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그렇게 될 경우 영농비 등을 얻어 쓰느라 농협 등 금융기관에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농토는 경매로 넘어갈 것이고 살길이 막막한 순박한 많은 농민들은 여기저기서 농약을 먹고 음독자살하거나 정든 집 대들보에 목을 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날게유"라며 흥분했다.

송씨는 농업이 장래만 보장된다면 지금 대학을 다니는 아들들에게 농사를 지으라고 권하고 싶다고 할 만큼 '땅'을 사랑하는 진정한 농사꾼이다. 그런 그가 한미FTA는 우리나라 농민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길이라며 '투사'로 변신하려 한다. 농민들이 받아들이는 한미FTA는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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