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만든 건 친노세력 아니다
노 대통령도 신당 창당 반기지 않았다"

[인터뷰]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일심회 수사 진척 없어"

등록 2006.11.16 12:05수정 2006.11.17 13:51
0
원고료로 응원
a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원.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신기남 의원은 2003년 8월 30일 "신당의 시작은 미약할지라도 나중은 창대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2004년 4월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대승이 확정되자 연합뉴스는 "신 의원의 예언이 결과적으로 적중한 셈"이라고 썼다.

'미약' 정도가 아니라 '종말'의 위기에 처한, 열린우리당에 대해 신 의원이 '창당비사'를 쓰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호기심이 확 일었다.

'천·신·정'의 천(정배)과 정(동영)이 (정도 차이는 있지만) 통합신당 추진에 나선 데 반해, 당사수(재창당)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그가 '역사와 기록'을 통해 통합신당파를 압박하려는 것일까.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문제로 한나라당이 국회본회장을 점거하고 있던 15일 오후. 국회 정보위원장실에서 만난 신 의원은 책에 담을 내용의 핵심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열린우리당은 노대통령이 만든 것도 아니고 친노파가 만든 것도 아니다. 우리당내 친노파는 2004년 총선 이후에 만들어졌다. 우리당은 정치개혁을 바라는 외로운 개혁가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정당이다.

또 하나 착각은 우리당이 다수당이 된 것이 탄핵 때문이라고, 지갑을 주웠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 우리당 지지율이 낮다가 개혁지도부가 뜨자 1월 하순에 한나라당과 지지율이 비슷해졌다. 나왔다. 2월 중순 하순 되면서 10% 차이로 한나라당을 리드하기 시작했다. 국민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탄핵으로 더 얻은 의석은 10석 정도였다."


신 의원은 "노 대통령은 당선자로서 권력기반이 필요했기 때문에 (소수파로 출발할 것이 뻔한) 신당에 대해 우려하고 걱정하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2003년 신당추진 때 노 대통령 우려, 그래서 외로웠던 것"

유시민 의원이 열린우리당 창당 전에 "신당이 편하고 쉬운 길인 것을 다 알면서도, 노 대통령은 그렇게 가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을 했었다고 하자, 신 의원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서 "그래서 신당추진 때 외로웠다는 것"이라고 받았다.


그는 열정적으로 열린우리당 창당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시 신당을 만들자고 결사대를 구성한 사람은 친노파가 아니다, 친노파는 2004년 총선이 끝나고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의 유명한 독수리 5형제는 친노파도 아니고 모험가들이다. 오히려 민주당 내에서 신당의 길을, 특히 국민과 호남의 지지가 미약하다고 봤던 사람들이 안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신당추진과 비교해, "당시 신당 추진은 지금과 다르다"면서 "간판바꿔달기식, 인위적인 그런 개혁을 시도했다면 국민이 지지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자신감이 없어지고, 후퇴하려 하고 의기소침해 하는 모습이 역력해진" 올 여름에, 비망록식으로 당시 상황을 정리할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미 공개된 일을 정리해서 되살려내고,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알려지지 않은 일들을 소개함으로써 창당정신을 되살려보겠다는 것이다.

신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창당은 2000년 16대 국회이후 민주당의 정풍쇄신운동의 연장"이라면서, "그때부터 내년까지의 우리 역사의 정치적 격동기를 책에 담겠다"고 말했다. 책을 내는 시점은 내년 봄으로 잡고 있다.

a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원.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우리당 창당으로 한나라당도 상당한 변화, 민주당은 그대로"

신 의원은 열린우리당 창당의 성과로 ▲지역구도 파열, 당내민주화 등 정치개혁 ▲돈 안 쓰는 정치 ▲정치권 인물교체 등을 꼽았다. 이런 흐름이 한나라당도 상당히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대로다.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통합론이 무성한 지금, 민주당에 대한 그의 반감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열린우리당이 잘못한 것에 대해 "서민과 중산층의 삶의 질을 높이지 못했고, 노선과 정책면에서 미흡했다"는 점을 꼽으면서, "참여정부가 그것을 등한시했고, 오히려 역행한 일이 많았고, 우리당이 그것을 이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창당실패론' '창당원죄론'에 대해, "일종의 유행"이라면서 "유행이라는 것이 실제보다 많이 과장돼 있고, 보는 것보다 대중심리에 의해 함부로 평가를 내린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비판했다.

그는 예전에 "천정배만 따라가면 된다"고 했다.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전 의장을 '개혁동지'라고 부른 신 의원은 특히 천 의원에 대해 "대학 2년 후배지만, 많이 배웠고, 늘 그가 명쾌한 대답을 해줬다"고 평가한 뒤 "이번 일(통합신당)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창당이 실험이었다니 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창당정신까지 부정하고 폄훼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도 신당이 성공할지, 결과적으로 민주당과 통합하는 것으로만 귀결되는 게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그 연장에서 신당추진세력에 대해 "구체적인 전략,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민주당 통합만 갖고는 냉소를 받을 것이고, 지금 (신당통합론이) 잠복기에 들어간 것은 정기국회 중이기 때문에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정원장은 언론인터뷰 회피하는 게 의무"

a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원.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회정보위원장인 그에게 '일심회 사건'에 대해서도 물었다. '일심회 사건 간첩단 규정', '내부인사가 국정원장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김승규 원장의 <조선일보> 인터뷰에 대해, "상당히 놀랐다"며 "현직 국정원장이 기자와 접촉한 경위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하다. 그런 걸 회피하는 것이 의무 아니냐"고 말했다.

수사 진척 정도에 대해서는 "보고는 받고 있지만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시간이 지난 것에 비해서는 진척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나는 (열린우리당) 창당에 앞장섰던 사람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럴 각오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국민들이 엄중한 심판을 내린다면, 창당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심판받을 때는 받아야 한다. 그런 자세로 나가야 한다. 국민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유시민 장관은 민주당과 합당하고 열린우리당 없어지면 당에 복귀하지 않고 (정치)끝내겠다고 한다"는 말을 던졌다. 실제 그같은 상황이 된다면 신 의원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그는 "어떻게 당이 없어지는가? 우리 같은 사람이 있는데. (유 장관이 실제 그렇게 말했다면) 대단히 책임감이 강한 자세다"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 한나라당의 점거농성으로 결국 전효숙 후보자 인준 처리에 실패했다. 열린우리당은 국회에서는 흔해 빠진 몸싸움조차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부동산 문제로 헉헉대는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절대로 전효숙 건을 강행처리하지 못 할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총체적인 무기력'상태인 열린우리당에게, 신 의원이 말하는 창당초심으로 돌아갈 힘이 과연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까. 국회를 빠져나오면서 든 생각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3. 3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갚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갚게 하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