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사용 부적절하지만 무죄?

오웅진 신부 '무죄' 판결... 검찰 "납득 안 된다"

등록 2006.11.17 14:57수정 2006.11.1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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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열린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꽃동네 오웅진 신부가 환호하는 300여명의 신도 및 지지자들에게 "사랑합니다"라며 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17일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강일원)가 업무상횡령과 사기, 업무방해, 보조금의예산및관리에관한법률위반, 명예훼손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충북 음성 꽃동네 오웅진(60) 신부에게 원심(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오 신부에게 적용됐던 모든 혐의에 대해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공모 증거가 없다"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법원의 판단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즉각 상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우선 검찰은 보조금관련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까지 무죄를 선고한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고보조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5억여원에 대해 실제 근무하지 않는 직원들을 근무하는 것처럼 허위로 보조금을 신청해 교부받은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 극과 극, 1심 "엄히 처벌 마땅" vs. 2심 "편취 의도 없었다"

하지만 1심 재판부가 "엄히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본 반면 2심 재판부는 "적절하지 않은 업무처리가 있었지만 편취할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공모증거 또한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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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꽃동네 오웅진 신부가 축하의 꽃다발을 받고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기쁨을 표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검찰의 한 관계자는 "범행 의도가 있었느냐 없었느냐를 놓고 법원이 다른 판단을 내릴 수는 있지만 국고보조금을 부정하게 사용해 보조금법을 위반한 명백한 사실에 대해서까지 무죄를 선고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방만한 회계경영으로 인한 부적절한 예산집행에 까지 법원이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인 셈이다.

사기 혐의와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에 대한 무죄 선고에 대해서도 "법원이 성급한 판단을 내린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전체적으로 사실관계가 아닌 판단의 문제인 것 같다"며 "부분적으로 법원이 다른 판단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처럼 전부 무죄 판단을 내린 데 대해서는 당황스럽다"는 속내를 밝혔다.

검찰은 오 신부에게 사기 혐의 이외에도 ▲오 신부가 공금을 사용해 동생 및 친척들에게 8억 8000만원을 지출한 데 대해 업무상횡령을 비롯 ▲업무방해 (태극광산) ▲명예훼손(태극광산 등) ▲정보통신이용망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었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관계가 다른 것이 아닌 이를 판단하는 법리의 문제가 쟁점이 된 만큼 대법원에서 충분히 다투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에서 어떤 법리적 판단을 내릴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 신부 "사필귀정...우리나라는 행복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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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웅진 신부의 무죄 소식에 '만세'를 부르는 300여명의 신도 및 지지자들. ⓒ 오마이뉴스 장재완

한편 이번 항소심 재판에서도 오 신부가 312만9000평에 이르는 방대한 토지를 왜 사들였는지 대해 설득력 있게 밝혀내지 못했다.

이와 관련 오 신부와 함께 기소된 한 수녀는 지난 항소심 공판에서 "현도사회복지대학과 멀리 떨어진 땅을 무슨 이유로 샀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가평 꽃동네에 병원 설립을 위해 도움을 준 A회사에게 주기 위해 샀고 재단 이름으로 사면 값이 비싸져 개인이름으로 샀다"고 진술한 바 있다.

다른 회사를 주기 위해 재단 재산으로 땅을 구입해 개인이름으로 해놓았다고 밝혀 실정법 위반여부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었지만 이번 판결에서는 판단의 증거자료로 채택되지 않았다.

항소심 판결 직후 오 신부는 성서 마태복음 5장(11절에서 12절)의 '나 때문에 모욕을 당하고 박해를 받으며 터무니없는 말로 각종 비난을 받게 되면 너희는 행복하다. 즐거워하고 기뻐하라'는 구절을 낭독했다.

오 신부는 이어 "법원의 판단은 사필귀정"이라며 "가난한 사람을 위해 봉사하고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사랑의 종점을 위해 달릴 수 있는 이 나라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 신부와 신도들은 현도사회복지대학에서 별도 모임을 갖고 무죄판결을 자축하기도 했다.

오 신부는 꽃동네(음성, 가평, 강화)와 현도사회복지대의 설립자고 대내외 최고 책임자로 꽃동네는 지난 2001년 기준 전국 최대 약 85만 여명의 회원이 연간 120억원에 이르는 후원금과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연 130억원의 보조금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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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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