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의 전쟁' 수목극 멜로 3색 경쟁

[TV] '흥행 보증수표' 하지원, 김정은, 김하늘 연기대결

등록 2006.11.17 15:56수정 2006.11.1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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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황진이

황진이 ⓒ kbs

최근 수목극 시장은 그야말로 ‘여배우들의 자존심 경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동안 스크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브라운관에서 얼굴을 보기 힘들던 여성 톱스타들이, 최근 약속이나 한듯 신작 드라마로 안방극장에 속속 복귀하고 있다.

<황진이>(KBS)와 치열한 시청률 선두 경쟁을 펼치던 MBC <여우야 뭐하니>가 종영한 이후, 수목드라마 시장은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MBC는 지난 15일부터 김하늘과 강지환을 주인공으로 한 정통 멜로물 <90일, 사랑할 시간>을 내세웠다. 이보다 한주 앞서 SBS는 <파리의 연인>(2004)의 제작진과 주연배우 김정은이 다시 의기투합하여 만든 <연인>을 첫 방영했다.

하지원-김하늘-김정은, 세 톱스타 여배우들간의 본격적인 첫 대결이 펼쳐진 지난 16~17일은 일단 선발주자인 하지원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황진이>는 지난 17일 자체 최고인 24.6%(AGB 닐슨미디어리서치)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경쟁작인 <여우야 뭐하니> 종영이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SBS <연인>역시, 본격적인 이야기 전개에 돌입한 16일 13.3%(3회), 17일 15.1%(4회)로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MBC <90일, 사랑할 시간>은 방영 첫주 한 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며 다소 고전했다. 특히 1회(8.6%)에 비하여 2회(5.6%)에 시청률이 더욱 하락했다는 것이 아쉬웠다.

a 연인

연인 ⓒ sbs


자신의 ‘홈그라운드’로 돌아온 세 여배우, 서로 다른 매력 대결


시청률 경쟁을 떠나 수목극 시장은,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세 여배우들의 매력 대결만으로도 관심을 모으기 충분하다.

하지원, 김정은, 김하늘은 모두 국내에서 여배우로는 드물게,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막론하고‘원 톱’을 맡을수 있을정도로 검증된 스타성을 갖춘 배우들로 평가된다. 정극과 희극, 공포에서 멜로, 코미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소화할 수 있는 연기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도 공통점.


그러나 최근 이 세 여배우들은 나란히 최근 스크린에서 흥행 부진을 겪으며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고심해왔다. 다양한 연기 변신을 시도해왔지만, 정작 대중들이 그녀들에게 기대하는 이미지는 따로 있었다.

주로 현실적이고 강단있는 캐릭터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하지원은, <내사랑 싸가지>나 <신부수업>같은 코믹발랄함이나 <키다리 아저씨>처럼 ‘예쁜 척’하는 역할로는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다모>나 <발리에서 생긴 일>,<형사-듀얼리스트>등에서 보여주듯, 강함 속에 부드러운 여성성을 감춘 ‘외강내유’의 이미지가 하지원의 전매특허다.

단아하거나 청순한 고전적 이미지는 거리가 있음에도, 차갑고 이지적인 겉모습 뒤로 뜨거운 열정을 간직한 ‘시대의 명기’ 황진이 역할은, 강인한 매력을 뿜어내는 하지원에게 꽤 잘 어울린다. '퓨전 멜로 사극'이라는 장르적 특수성에서 나오는 화려한 볼거리, 경쟁작의 종영으로 인한 고정팬층의 확보로 순항이 예상되고 있다.

a 90일, 사랑할 시간

90일, 사랑할 시간 ⓒ mbc

김정은은 자타가 공인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다. 영화 <가문의 영광>과 <파리의 연인>으로 이어지는 그녀의 열혈 코믹 연기는 ‘삼순이’ 김선아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김정은만의 전매특허였다. 그러나 지난해 최악의 드라마였던 <루루 공주>를 시작으로, <사랑니>, <잘 살아보세>등 최근 출연작들의 성적이 좋지 않았고, 이미지 변신 여부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연인>시리즈는 김정은의 대표작이자, 그녀가 가장 자신있는 이미지로 돌아온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약속>의 리메이크작이기도 한 이 작품에서 그녀는 전반부의 코믹발랄함과 후반부의 신파 멜로를 넘나드는 눈물 연기를 소화해야 한다. 조폭과 여의사의 사랑이라는 극단적 설정, 전작들에서 많이 반복된 설정과 캐릭터의 식상함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변수다.

김하늘은 하지원이나 김정은과 달리 전형적인 멜로의 여주인공으로 시작했다. 초창기부터 영화 <동감>, 드라마 <햇빛속으로> <피아노> <로망스> 등 김하늘은 주로 남자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청순가련형의 이미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지난 몇 년동안은 <동갑내기 과외하기> <그녀를 믿지마세요> <청춘만화> 등 다소 망가지는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변신하여 종횡무진 활약했다.

오히려 지난 2004년 오랜만에 정통 멜로로 돌아왔던 <유리화>에서는 작품이나 연기면에서 모두 좋은 평을 얻지 못했다. <90일, 사랑한 시간>은 할머니가 같은 사촌남매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는 파격적인 내용으로 시작부터 ‘근친애’ 논란을 일으켰다.

배우들의 연기와 드라마적 완성도에서는 일단 호평을 보내고 있지만, 전형적인 신파멜로물이라는 약점, 지나치게 무겁고 어두운 소재의 이야기라는 한계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지가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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