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원더우먼 VS 타이슨'의 권투시합

아이들 크면 멋진 데이트하고 소주도 한 잔 할 겁니다

등록 2006.11.18 14:22수정 2006.11.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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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이 물장난을 하고 나와서는 춥다고 아우성입니다. 둘째 처남이 물려 준 목욕가운을 꺼내 아이들을 입혀 놓고 보니, 그 모습이 권투 시합 나가는 모습 같아 '히히, 요 녀석들과 장난 좀 쳐볼까!' 하며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합니다.


"세린! 너 권투 알지?"
"알아! 왜?"
"권투 선수들이 권투시합 할 때 이런 옷 입거든. 너 태민이랑 권투시합 할래?"
"좋아!"

"태민! 너 권투가 뭔지 알아?"
"몰라"
"(대략 난감) 아빠 봐봐. 이렇게 '휙휙' 상대방을 때리는 거야."
"그럼 누나 때려"
"(또 대략 난감) 아니, 그게 그러니까….꼭 때린다기보다는 살짝 살짝 누나를 건드리는 거야"
"세린이 너도 동생 진짜로 세게 때리지 말고 살짝 건드리는 흉내 정도만 내야 돼. 알았지?"

옆에 있던 아내는 쓸데없는 짓 한다고, 그러다 진짜 싸우면 어떻게 하냐면서 핀잔을 줍니다. 하지만 그냥 왠지 장난기가 발동해서인지, 아내가 뭐라 하든 말든 저는 권투시합을 강행했습니다.

"자, 잘 들어! 아빠가 심판이야. 아빠가 '선수 입장!'하면 방 안에 있다가 여기(거실)로 나오는 거야? 알았지? 자, 그럼 세린이는 '원더우먼'이라고 부르고 태민이는 '타이슨'이라고 부른다. 아빠가 '원더우먼 입장! 타이슨 입장!'하면 나와."

아내는 여전히 궁시렁 궁시렁 거립니다. 나보고 애냐면서. 그러면서도 아내는 뭔가 재밌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는지 식탁 의자에 앉아 구경할 자세를 취합니다. '치, 자기도 재밌어하면서 괜히 나만 보고 그래' 저는 아내를 한 번 째려보고는 장난감 마이크를 손에 쥡니다.


"청 코너, 3살, 12㎏, 특기-붙잡고 늘어지기, 타~이~슨~!"(여기서 아내, 혼자 박수치며 '와!' 나보다 한 수 더 뜨는 아내다. 나 참 웃기셔.)

"홍 코너, 6살, 19㎏, 특기-결정적인 한방, 원~더~우~먼~!"(박수 안 치는 아내, 왜 안 치냐고 했더니 자기는 아들 편이라나 뭐래나. 그럼 난 딸 편^^)


a 비장한 표정으로 등장한 우리의 타이슨~ 이마에 물기 좀 닦고 나오시지^^

비장한 표정으로 등장한 우리의 타이슨~ 이마에 물기 좀 닦고 나오시지^^ ⓒ 장희용


a 오늘 시합의 전략이 무엇입니까? "에, 저의 장기인 붙잡고 늘어지기로 누나를 지치게 한 후 한 방으로..."

오늘 시합의 전략이 무엇입니까? "에, 저의 장기인 붙잡고 늘어지기로 누나를 지치게 한 후 한 방으로..." ⓒ 장희용


a 이길 수 있습니까? 비장한 타이슨, "넵! 한 방에 보내겠습니다!!"

이길 수 있습니까? 비장한 타이슨, "넵! 한 방에 보내겠습니다!!" ⓒ 장희용


a "크하하하^^ 네가 날 이기겠다고? 가소로운 것!"

"크하하하^^ 네가 날 이기겠다고? 가소로운 것!" ⓒ 장희용


a "자, 덤벼라 타이슨! 나의 날렵함을 보여주마!"

"자, 덤벼라 타이슨! 나의 날렵함을 보여주마!" ⓒ 장희용


a "야~ 타이슨 어디 가?" 갑자기 돌아서서 어디론가 가는 타이슨.

"야~ 타이슨 어디 가?" 갑자기 돌아서서 어디론가 가는 타이슨. ⓒ 장희용



a 타이슨을 쫓아간 원더우먼, "어디가냐니까? 이리 안 와!" 결국 타이슨 '엉엉'

타이슨을 쫓아간 원더우먼, "어디가냐니까? 이리 안 와!" 결국 타이슨 '엉엉' ⓒ 장희용


a 한참을 울고 난 후 시큰둥한 타이슨^^

한참을 울고 난 후 시큰둥한 타이슨^^ ⓒ 장희용


a 엄마의 위로를 받고 있는 타이슨. 한편 승리에 취한 원더우먼 세린이는 그저 좋다고^^

엄마의 위로를 받고 있는 타이슨. 한편 승리에 취한 원더우먼 세린이는 그저 좋다고^^ ⓒ 장희용


a 침통한 타이슨을 위로하기 위해 귀에 다 "태민이가 이긴거야. 만세!" 했더니, 정말로 이긴 줄 알고 만세를^^

침통한 타이슨을 위로하기 위해 귀에 다 "태민이가 이긴거야. 만세!" 했더니, 정말로 이긴 줄 알고 만세를^^ ⓒ 장희용



아이들 크면 함께 데이트도 하고 소주도 한잔 할겁니다

녀석들과 잠깐이지만 재밌는 시간 보냈습니다. 이렇게 신나게 한바탕 놀고 나면, 에너지가 솟는 것 같습니다. 삶의 활력이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집 안에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가 행복함을 느끼게 해 줍니다.

때로는 이 녀석들과 노는 것이 피곤할 때도 있지만, 특히 아침 일찍 일어나 놀아달라고 할 때는 다소 짜증이 나는 날도 있지만 이 녀석들이 "아빠, 놀아줘!"하는 것이 저는 제일 행복한 말입니다. 많은 분들의 경험처럼 이 녀석들이 더 크면 자기 또래 친구들과 노는 것을 더 좋아할 테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니, 좀 서운하더라도 참아야 되겠죠? 그리고 저는 지금 또 하나의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크는 것에 대한 서운함과는 정반대로 빨리 커서 숙녀가 된 세린이와는 팔짱을 끼고 가을 낙엽을 걸으며 멋진 데이트를, 태민이 하고는 눈 내리는 겨울밤에 포장마차에서 지금의 '아빠와 애기'가 아닌 '아버지와 아들'로서 소주 한 잔 하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생각만 해도 행복해집니다. 물론 아이들이 성장하고 나서 아내와의 오붓한 데이트도 즐거운 상상 중의 하나입니다.

덧붙이는 글 | 사진 설명은 아이들이 한 말과 행동에 대해 제가 재미를 가미해 설명한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사진 설명은 아이들이 한 말과 행동에 대해 제가 재미를 가미해 설명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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