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앞 마당에 떨어져 있는 놀놀한 은행 낙엽입니다. 은행 잎 자체가 노란 빛을 띠기 때문인지 생기가 돌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언젠가 땅에 들어가겠지요.권성권
한 떨기 낙엽에도 분명코 남모르는 사연이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비오는 날 빗방울을 빨아들여야 하는 슬픔이 있습니다. 눈 오는 날 눈송이를 떠받들어야 하는 인내도 필요합니다. 비바람을 견디다 못해 가냘픈 생명의 끈을 놓아야 하는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본 나무의 생기를 북돋우려 땅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힘겨운 몸부림도 눈에 선합니다.
그런 의미를 새긴다면 낙엽과 쌀이, 낙엽과 사람이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낙엽은 그저 쓰레기 더미처럼 무의미한 게 아닙니다. 오물처럼 더럽게 여길 경계의 대상도 아닙니다. 오히려 낙엽 속에 깃든 생명의 순환은 모두가 깊이 눈여겨봐야 합니다. 낙엽은 그야말로 본 나무를 키우는 밑거름이요, 또 다른 이의 생기를 공급하는 참된 북돋움인 까닭입니다.
겨울이 오는 길목에 무엇인가 떨어져 나간 듯 남모르는 아픔이 찾아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아픔은 또 다른 사람을 향한 북돋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순환사회에서 나의 떨어져나감은 다른 이의 덧붙임으로 상승작용을 하는 까닭입니다. 나의 비워짐은 때론 다른 이의 더해짐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한 줌 낙엽 속에 깃든 작은 의미들을 새긴다면, 내게 닥쳐 온 작은 아픔들이 때론 잔잔한 이로움일 수 있습니다. 나의 일부가 떨어져 나감은 나의 근본을 키우는 밑거름이요, 또 다른 이에게는 북돋움이 되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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