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부시, 북한에 '화해' 손짓

[APEC 정상회의] 미 "북한 핵 폐기하면 경제 지원, 안전 보장"

등록 2006.11.18 21:58수정 2006.11.19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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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백승렬


12월에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6자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대한 온건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17일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6자회담의 조기 재개와 9·19공동성명 중 실천 가능한 부분은 먼저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합의한 것에 이어, 18일에는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경우 상응한 조치로 대북 경제지원과 안전보장을 하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한·중 정상회담의 합의내용이 한·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북 핵 포기하면, 안전 보장과 경제 인센티브 협의할 것"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베트남 하노이에 온 부시 대통령은 18일 오전 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언론브리핑에서 "북한이 핵무기와 핵 야망을 포기하면 북한의 안전보장과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에 대한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는 점을 북한 지도자들이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틀 전인 16일 싱가포르 강연에서도 "북한이 평화적인 길을 택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당사국은 북한 주민들을 위해 안보를 보장하는 한편 경제적 지원과 다른 혜택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한국과 미국, 중국이 6자회담을 앞두고 '대화를 통한 해결' 메시지를 북한에게 분명하게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상회담에 배석한 송민순 안보실장은 "양 정상이 북한 핵문제는 반드시 폐기되고 해결되어야 한다는 데 서로 확고한 의견을 피력했다"고 전한 뒤, "한·미 양국이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누었다"면서 "특히 양 정상은 북한 핵문제를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송 실장은 또 "양 정상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취하고 있는 조치 가운데, 그 어느 나라보다 한국이 취하고 있는 조치가 북한에 대해 가장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는 데 대해 평가를 같이 했다"고 밝혔다.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문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한국은 PSI에 전면적 참여를 하지 않고는 있지만, PSI의 목적과 원칙을 지지하고 동북아시아에서 핵확산 방지를 위해 사안별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고, 부시 대통령은 "PSI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지와 협력에 감사한다"고 응수했다. 외형적으로는 일단, 한국의 PSI 불참을 미국이 인정한 형국이다.

"부시 대통령이 노 대통령을 만나면 UN 안보리 대북 제재결의안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문제를 협의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이에 대한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송 실장은 "한국이 취하고 있는 조치에 대해 정상회담 전 실무적으로 한 번 더 있는 그대로 설명이 되었고, 그러한 설명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다음 '만족한다'는 입장을 양 정상이 표현한 것"이라면서 "정확한 교신, 정확한 이해에 바탕을 둔 입장표명"이라고 답했다.

"UN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는 보도가 많았는데 한·미, 한·미·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정상 간에는 그런 이견과 오해가 완전히 해소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실제 한국정부의 입장과 앞으로 취하는 조치 등을 분명히 이해함으로써 그간에 있었던 이견이나 갈등이나 이런 것은 그럴 만한 근거가 없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북 금융제제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송 실장은 "그동안 실무선에서도 많은 의견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정상 간에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미·일 3자회담] "대북 압력-상응조치 병행"

a 노무현 대통령,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8일 오후 하노이 쉐라톤호텔에서  북핵 해법 등을 논의하기 위한  한ㆍ미ㆍ일 3자  정상회담을 하고있다.

노무현 대통령,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8일 오후 하노이 쉐라톤호텔에서 북핵 해법 등을 논의하기 위한 한ㆍ미ㆍ일 3자 정상회담을 하고있다. ⓒ 연합뉴스 박창기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이날 오후에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6자회담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기본적으로 압력만이 아니라 북한이 핵폐기를 하는데 대한 대응조치들을 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같은 3국의 '온건' 분위기와 달리,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에 대한 우리 정부의 찬성표결에 대해 "남북관계를 뒤엎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로 인해 생기는 결과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향후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 고이즈미 전 수상, 부시 대통령이 2002년에 만난 이후 4년 만에 열린 3자회담에서 노 대통령, 부시 대통령, 아베 총리는 한·미·일 간의 협력과 함께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이 긴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중국과 많은 조율을 하기로 했다.

이날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동북아시아에 있어서 중요한 일원이고 역할을 해야 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일 정상회담] "역사 문제에 지도력 발휘해 달라"

18일은 정상회담의 날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 일본과도 양자 정상회담을 했다.

노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만나 "역사 문제가 더 이상 동북아 지역 협력 질서에 장애요인이 되지 않도록 총리가 지도력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고, 아베 총리는 "역사 공동위원회를 조기에 발족하고 양국간 공통의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두 정상은 또 6자회담이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기로 했으며, 한일정상회담에 앞서 열렸던 한·미·일 3자 정상회담에 대해 "매우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악수하면서 "아베 총리의 손이 아주 따뜻해요"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가슴도 따뜻합니다"라고 받았다.

자이툰 부대 '감군·주둔 연장'결정난 듯

▲ 이라크에 파병된 국군 자이툰 부대.(자료사진)
ⓒ국방부 제공

이라크 아르빌에 파병돼 있는 자이툰 부대는 내년에도 계속 주둔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로 파병기한이 만료되는 자이툰 부대에 대해 정부가 감군과 함께 계속 주둔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낸 듯하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송민순 안보실장은 18일, "현재의 2330명에서 1500명 수준으로 줄여 계속 주둔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는 17일자 언론보도에 대해, "부분적으로 비슷한 방향일 수도 있고, 부분적으로 맞지 않은 것도 있다"고 답했다.

감군 규모에 차이는 있어도, '계속 주둔한다'는 것에는 변화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송 실장은 "현재 이라크 상황, 여기와 관련된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이 취할 조치 등과 조율해서 우리의 주둔 수준, 연장 문제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PSI-파병연장 맞바꾸기, 현실화 되나

정부가 이같은 흐름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견돼 왔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함으로써 간신히 실마리를 잡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시 행정부의 지원이 필요하고, 따라서 파병연장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더욱이 부시 대통령은 지지도 하락과 중간선거 패배로 이라크전 수행 동력을 급격하게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와 파병연장을 맞바꿀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예상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정치적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이 준비하고 있는 '정부의 철군계획서 제출을 촉구하고 이를 당론으로 채택하는 서명안'에 90여명의 당소속 의원이 참여했다.

임 의원 측은 "애초 예상(과반수 70명) 보다 많은 90여명의 의원이 참여했다"며 "다음주 초 원내대표실에 서명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군 부대의 이라크 철군 촉구 결의안' 서명에도 우리당·한나라당·민주당·민주노동당 의원 20여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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