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빡이 동작 잘하면 오히려 비정상?

TV에 열중하다 되레 걱정이 늘어난 사연

등록 2006.11.19 16:38수정 2006.11.1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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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빡이 동작을 열심히 하고 있는 막내 창수 ⓒ 박석철

우리집 6살 막내 창수는 평소 여러가지 흉내를 잘 낸다. 특히 TV 코미디프로그램 <개그콘스트>에 나오는 마빡이 흉내를 기가막히게 내면서 가족은 물론 이웃의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창수가 주위 사람 눈치를 살살보면서 마빡이 흉내를 낼 때면 보는 사람이 모두 배꼽을 잡는다. 특히 아내와 내가 창수의 연기에 "어이구 잘하네"라고 칭찬을 하면, 정말 마빡이와 똑같이 손바닥으로 이마를 두드리며 땀을 뻘뻘 흘리며 한다.

한데 문제가 생겼다. 토요일(18일) 저녁 온가족이 TV 오락프로그램 <스폰지>를 보면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7세 이하의 어린이들에게는 000 동작이 힘들다'는 문제를 낸 후 그 답을 '마빡이'라고 했다.

설명인 즉, 아동의 신체는 여러 부분의 성장률과 뇌, 운동발달이 다르기 때문에 7살 이하 어린이는 마빡이 행동이 잘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유치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1시간 동안 마빡이 동작 실험을 하는데, 정말 아이들이 두 손바닥을 번갈아 가며 이마를 때리는 마빡이 동작을 잘 하지 못했다. 거기다 전문가가 나와 "이 나이 때는 마빡이 행동이 잘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아내와 큰 아이가 "그럼 마빡이 동작을 잘하는 창수는 비정상이네"하며 우려를 한 것. 급기야 창수에게 마빡이 동작을 하라고 시켜보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그런데 창수는 조금전 TV속의 또래 아이들과는 다르게 마빡이 동작을 틀리지 않고 잘 해냈다.

창수는 'TV속의 설명이 틀리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정말 열심히 흉내를 내는 것이다. 그러자 큰 애는 "야! 창수는 비정상이네, 큰일났다"고 놀려됐다. 그런데 아내는 이 말을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오락 프로그램인데 그냥 흘려 버려라"고 하는 내 말이 별로 설득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아내가 이렇게 걱정을 하는 것은 창수가 또래 아이들 중에 키가 작은 편이고, 흉내내는 것이나 말하는 것이 어른스러우기까지 하니 다소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그냥 물흐르듯이 가자"는 아빠의 사고가 아이를 더 걱정하는 엄마의 심정을 다 헤아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 참에 TV 안보기운동에 동참이라도 해야 될 것 같다. "우리집 유일한 문화생활은 TV보기다"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큰 아이의 말도 귀에 거슬린다.

특히 창수가 '무슨 요일날 무슨 개그맨이 나온다'는 말을 일상용어로 할 때면 더 그렇다.

잠시 웃을 수 있지만, 웃기는 목적의 TV속의 말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지경에 이르면 정말 문제가 아닌가. TV에 열중하다 걱정만 늘어나는 꼴이다.

덧붙이는 글 | sisaulsan.com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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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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