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도림의 밀랍세계 '부드러움의 힘'

귀화 독일인이 전하는 '밀랍'의 세계... 다음달 3일까지 전시

등록 2006.11.20 11:50수정 2006.11.2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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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담양군 대덕면 문학리 옥천골에서 밀랍초를 만드는, 귀화한 독일인 빈도림씨가 지난 5년 간 결실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장은 담양군 창평면 용수리에 있는 달뫼미술관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빈도림의 밀랍세계 - 부드러움의 힘'이다. 전시 기간은 11월 18일부터 12월 3일까지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빈도림씨는 다양한 밀랍양초 외에도 밀랍의 부드러움을 드러내 주는 조형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담양군 창평면 용수리(용운동)에 있는 달뫼미술관

달뫼미술관은 광주에서 30여분 거리에 있으며 찾기 쉽다. 지난 5월 전남대 미대 신경호 교수와 광주 교대 미술과 정인수 교수 부부가 개원한 미술관이다. 미술관은 동네 창고를 개조해서 만들었다. 어린 시절 새마을 운동이 한창일 때 창고를 어른들이 울력으로 지었던 기억이 새롭다.

작품 <군사분계선> 앞에 선 빈도림, 이영희씨 부부

필자는 지난 7월 작업실에서 빈도림씨 부부를 만나서 항아리 꿀초를 만들었고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실었던 인연으로 다시 만나서 몹시 반가웠다.

꿀을 짜고 난 찌꺼기를 걸러 밀랍양초를 만드는 빈도림(53)씨는 베를린 출신의 독일인으로 원래 이름은 디르크 휜들링(Dirk Fuendling)이다. 얼마 전부터 방송, 잡지 등에 가끔 소개되어 이제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빈도림씨는 한국학 공부를 인연으로 1974년 한국에 처음 발을 디딘 후 유학생, 교수, 대사관 통역관을 거치며 30여년 동안 대구, 서울 등 대도시에서 생활했다. 그러다 5년 전 한적한 담양 대덕 옥천골에 정착했다. 하지만 빈도림씨의 전원생활은 한가롭지만은 않았다. 그때부터 그는 한국의 문학작품을 독일어로 옮겨 소개하는 번역작업에 집중하는 한편, 한봉 농가에서 버려지는 밀랍을 거둬들여 밀랍양초를 만드는 소위 '투잡스' 생활을 시작했다. 이렇게 바쁘게 살았던 빈도림씨에게 올해는 의미 깊은 수확의 해다. 2년 6개월 간 작업한 끝에 원불교 교전을 독일어로 번역, 출간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유일의 100% 천연 밀랍초'를 소재로 전시회까지 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촛불은 작고 힘이 없지만 그 무서운 철의 장벽, 베를린 장벽도 무너뜨렸습니다. 게다가 밀랍초, 이 밀랍은 너무도 부드러워서 깜짝 놀랄 지경입니다. 아무리 날카로운 가시, 철조망으로 찔러도 비명 한번 지르지 않고 도리어 그 무서운 것들을 끌어안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내던져 세상을 부드럽고 아늑하게 만드는 밀랍의 포용력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전시 작품들

전시장 내부

밀랍을 떼어내 녹여서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다.

군화, 광주일보, 탄피 사이로 흘러내리는 밀랍초

옛 생각에 젖게 하는 달걀 전시작품

농기구를 이용한 작품

군사분계선의 철책도, 날카로운 농기구도 밀랍초의 부드러운 힘으로 녹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빈도림씨는 라이프치히 촛불 시위가 독일 통일의 출발점이었던 점을 부각했다.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인 한국도 남북의 차가운 이념을 부드러운 힘으로 녹여 통일의 길로 나아가자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

밀랍 매화꽃(다음의 작품)

작가 '다음'은 인간문화재 제50호 정지광 스님에게 범패와 지화(紙花)를 전수받았다. 미국과 독일 등에서 여러 차례 선화(禪畵)를 전시했으며 선(禪)을 주제로 한 다양한 공연 예술도 기획했다. 여기 전시된 매화는 밀랍을 체온으로 녹여 빚은 것이다. 이른 봄날 매화가 새싹을 틔우는 듯하다.

평생 고서화 복원 및 보존을 위해 노력한 이효우씨의 능화판 및 능화판 제본도서들

능화판은 책표지를 장식하기 위해 각종 문양을 조각한 목판이다. 한국의 책은 고려시대까지는 두루마리 형태였으나 고려 말에 이르러 지금과 비슷한 형태를 갖추게 되며 이때부터 능화판이 제작되기 시작했다. 인쇄술이 미약했던 당시에는 서책이 매우 귀한 재산이어서 책 표지 장식에도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능화판 표지는 능화판과 종이 위에 밀랍을 고루 문질러 바른 다음, 종이를 능화판 위에 얹고 고운 돌로 문질러 능화판에 새겨진 문양이 종이에 도드라져 새겨 나오게 해서 만든다. 전시 판매되고 있는 책들에는 <전래 육아가사>, <고산 가사선>, <송강 가사선>, <고려 가요선> 등이 있다.

창평 달뫼갤러리에 들려서 관람한 후 마을을 거쳐 20여분만 걸어서 오르면 월봉산과 저수지를 만날 수 있다. 그 곳에서 다시 20여분 오르면 창평초등학교의 전신인 '창흥의숙'이던 상월정이라는 정자에 이르게 된다. 느긋하게 걸어 오르며 여유 있는 시간을 누리라고 권하고 싶다.

늦가을 창평으로 와서 밀랍초의 '부드러움의 힘'을 느껴보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 빈도림 이영희씨의 <부드러움의 힘> 전시회
  전시장소 : 담양군 창평면 달뫼미술관 Tel 061-382-1980
  전시시간 : 2002. 11. 18 ~ 12. 03
  관람시간 : 11:00 ~ 18:00, 월요일 휴관

* 빈도림씨 홈페이지 :  http://honeycandle.co.kr/ >

덧붙이는 글 * 빈도림 이영희씨의 <부드러움의 힘> 전시회
  전시장소 : 담양군 창평면 달뫼미술관 Tel 061-382-1980
  전시시간 : 2002. 11. 18 ~ 12. 03
  관람시간 : 11:00 ~ 18:00, 월요일 휴관

* 빈도림씨 홈페이지 :  http://honeycandl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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