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이 통과됐다.AP/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최초로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정부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세 차례, 총회에서 한 차례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에 모두 불참하거나 기권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표결에서는 이례적으로 찬성을 함으로써, 그 배경과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대북인권결의안에 찬성 입장을 밝힌 배경에 대해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신장에 기여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북한의 핵실험 강행 등 정치적 상황 변화를 함께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북 화해협력정책의 기조를 유지하고 북한의 식량권 등 실질적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실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은 한국 정부에게 '뜨거운 감자'였다. 결의안을 지지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와 국내의 보수진영의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찬성할 경우 북한 인권 개선에 실질적인 효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악화라는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작년까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앞세워 기권이나 불참을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번에 입장을 바꾼 이유는 다분히 국내외의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7월 초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10월 초에는 핵실험까지 강행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은 더욱 악화되었고, 국내에서도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논란이 거세졌다.
특히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상황에서 대북 인권결의안에 또 다시 기권하거나 불참할 경우, '유엔 사무총장 배출국'으로서의 위상에 금이 갈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름불러 망신주기' 수준에서 벗어나야
북한의 인권상황이 대단히 열악하고 북한 정부가 이를 개선하기 위한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동포인 한국이 그 누구보다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이 곧 정부가 유엔 인권결의안을 지지한 한 것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의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북한의 인권 상황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미국 주도의 대북 인권 공세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남북관계의 악화라는 부작용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유엔의 인권결의안을 비롯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접근은 '이름 불러 망신주기'(naming and shaming)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의안의 내용을 보더라도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과 권고만 있을 뿐, 북한에게 가장 절실한 인도적 지원에 대한 권고나, 인권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평화권과 개발권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
이번 결의안이 타당성과 실효성을 갖춘 월한 결의안이 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비판 및 시정 권고와 함께 국제사회가 인도적 지원에 적극 나서고 북한의 경제 회생을 근본적으로 어렵게 하는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이 포함됐어야 한다. 또 평화권의 확립 차원에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고 북미·북일관계 정상화를 권고하는 내용 또한 들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유엔 총회 결의안에서도 이러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쨌든 정부가 이번에 유엔 총회 인권결의안에 찬성한 만큼,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발언과 개입은 불가피해졌다. 북한의 인권 상황이 눈에 띠게 개선되지 않으면, 매년 유엔에서 대북결의안이 상정될 것이고, 정부 역시 계속 이를 지지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대북 인권결의안 찬성 그 후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향후 한국 정부는 크게 두 가지의 보완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앞으로 유엔 대북 인권결의안 작성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 즉 주어진 결의안에 지지를 표명하는 것을 넘어, 대북 인권결의안에 북한에 대한 권고와 함께 국제사회의 의무와 책임도 병기할 수 있는 결의안 채택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직후 중단한 인도적 지원을 하루 속히 재개하는 것이다. 정부 스스로 인권결의안에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의 식량권 해결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다짐한 만큼, 이에 대한 실천 조치로 인도적 지원 재개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래야만 북한 주민의 실질적인 인권 개선에 도움을 주면서 남북관계의 악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역시 남한과 국제사회를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인권 개선 조치를 적극 취하고 '선의'를 가진 당사자와의 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피해의식에 휩싸여 정작 자신의 문제를 돌보지 못하면, '최악의 인권탄압국'이라는 오명을 영원히 벗어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남북한 정부는 핵과 미사일 등 정치·군사적 문제로 인해 중단한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 사업을 재개함으로써, 한반도 주민들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하루빨리 남북대화의 복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국제신문> 11월 20일자에 기고한 것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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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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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이름불러 망신주기'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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