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 구리시장은 "민족의 운명과 직결된 고구려역사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최육상
- '고구려의 기상, 대한민국 구리시'라는 표어가 인상적이다. 고구려에 주목한 이유는.
"동북공정을 중국이 작심하고 진행하고 있는 이상, 역사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승패는 일시에 결정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국제 여론을 등에 업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역사 인식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열의가 핵심이다.
구리시가 끼고 있는 아차산에서 1500여 점의 고구려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이는 남한 내 고구려 관련 최대 유적지이다. 또한 구리시에는 광개토대왕, 장수왕, 온달장군과 평강공주 등 고구려 영웅들의 역사기록이 존재한다. 한편 신라는 경주, 백제는 공주와 부여로 대변된다. 구리가 자랑스러운 705년 고구려역사를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유물과 기록이 있다고는 하지만 구리시 자체로 고구려 사업을 하기는 버겁지 않을까.
"고구려 역사 복원은 지난 2000년부터 준비를 시작해 2002년에는 고구려 역사주제공원의 조감도를 완성하고 외자 유치도 확보했었다. 하지만 민선 3기에서 낙선하며 그 계획이 무산됐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사업의 핵심은 예산과 토지 문제다. 역사공원 부지가 그린벨트로 묶여 건립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고구려역사복원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면 가능하다고 본다."
- 예산이 4000억원이라고 들었다. 시 1년 예산보다도 많은 국책사업 규모 아닌가.
"대부분을 민간자원에서 유치할 생각이다. 동북공정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인 2002년에 이미 1300억원 유치를 확보했던 경험이 있다. 지금은 고구려 역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 윤호중 의원과 김기헌 의원이 발의한 고구려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민자 유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 고구려 역사주제공원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아차산은 중국 지안에 있는 고구려 환도산성의 지세와 유사하다. 아천동 일대 10만평을 역사공원으로 조성해 1500여 점의 유물을 복원하는 것을 비롯해, 만주와 평양에 있는 고구려유물도 재현할 생각이다. 역사교육을 위한 문화공간, 광개토대왕·장수왕광장, 가상현실 놀이공간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간다."
- 역사주제공원의 사업성은 자신 하나.
"민선 3기 때 착수했으면 지금쯤 완성돼 고구려열풍에 기름을 부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방송 3사가 경쟁적으로 방송하고 있는 사극들을 봐라. 주몽은 전남 나주, 대조영은 강원도 속초, 연개소문은 충북 단양에서 촬영하는데 그 곳이 고구려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얼마 전 제주에서 촬영하고 있는 태왕사신기 팀이 구리시에 촬영지 협조를 요청했다. 그래서 행정자치부와 경기도를 쫓아다니며 20억원을 마련해 1500평 부지를 준비했다. 촬영지가 완성되면 대장간마을로 조성해 고구려의 철기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 동구릉 학술대회 축사를 들으니 조선왕릉에도 상당한 애착이 있는 것 같다.
"동구릉은 조선왕조 500년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개국의 시조인 태조, 임란을 겪긴 했지만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선조, 조선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영조가 있는 등 조선의 처음과 끝을 경영한 왕들이 모두 자리한다.
이처럼 왕릉에는 역사의 교훈이 담겨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단지 소풍이나 가는 곳으로 여겨 그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최대 왕릉군인 동구릉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훼손된 문화재를 복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그것이 지역발전과 접목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사업은 없다."
-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조선왕릉 사업도 국책사업에 가까워 보인다.
"경복궁, 화성 등 궁과 성들에는 조선왕조의 역사가 담겨 있지만 동구릉처럼 500년 조선통사를 다루는 곳은 없다. 구리시의 고구려·조선과 한강 건너에 있는 암사동의 선사시대, 풍납동의 삼한시대(백제)를 포함하면 고려를 제외한 역사주제관광도시를 연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관광객이 한 해 약 600만명에 이르는데 그 중 절반이 서울의 인사동을 찾는다고 한다. '한국을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들을 인천 영종도에서 유람선을 태워 풍납동과 암사동을 거쳐 구리시까지 한 번에 데려 올 수 있다."
"정부가 앞장 못서면 국민이라도 나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