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세의 달인? 나는 줄 잘 선 적이 없다"

고건 전 국무총리, 서강대서 '대학생들과 만남'

등록 2006.11.20 21:40수정 2006.11.2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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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고건 전 총리가 20일 오후 3시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린 '2007 대선주자와 대학생들의 만남'에 참석했다.

고건 전 총리가 20일 오후 3시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린 '2007 대선주자와 대학생들의 만남'에 참석했다. ⓒ 김현수

홍정욱 헤럴드 미디어 사장 "서울시장, 국무총리, 최연소 전남도지사 등 이른 나이에 주요 관직을 두루 거쳐 '처세의 달인'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고건 전 총리"국가가 나를 필요로 할 때 묵묵히 일을 수행했을 뿐이다. 처세라는 것은 줄을 잘 선다는 것인데 나는 그런 일이 없다"


11일 오후 3시 서강대학교 다산관. 고건 전 총리는 대학생 300여명 앞에서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 '처세의 달인'이라는 아킬레스건에 유연하게 대응한 것이다.

고건 전 총리가 '2007년 대선 주자와 대학생들의 만남'에 첫번째 주자로 나섰다. 이 행사는 <헤럴드경제>(발행인 홍정욱)가 <캠퍼스헤럴드>, <코리아헤럴드>와 공동으로 개최한 것이다.

"처세는 줄서기... 난 줄 선적 없다"

a 고건 전 총리가 홍정욱 대표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고건 전 총리가 홍정욱 대표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김현수

'내일을 꿈꾸는 사람들, 그들의 삶과 추억 그리고 사랑'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홍정욱 헤럴드미디어 대표가 사회자로 나섰다. 홍 대표는 학생들을 대신해 고건 총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나눴다.

고건 전 총리는 이날 대학시절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고 전 총리는 대학시절 가장 하고 싶었던 것으로 연애와 학생회장 활동, 그리고 동서양 고전 탐독을 꼽았다. 고 전 총리는 "연애는 대학생활 내내 한 사람하고만 했다"며 "당시 여자친구가 지금 부인이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에 다산관을 가득 메운 학생들은 큰 환호를 보냈다.

고 전 총리는 "집안 살림은 아내가 전권을 가지고 있고, 집밖의 일은 내가 맡는 '이권분립형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녀문제나 내 장래문제에 대해서는 아내와 꼭 상의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고건 전 총리는 자신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풀어냈다. 고 전 총리의 부친은 박정희 정권 시절 야당 국회의원을 지낸 고형곤 박사다.

"아버지는 나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당시 강경 야당노선에 있던 아버지의 정치성향 때문에 본인은 행시 합격 후 3년 반 동안 보직을 받지 못해 가슴앓이를 했다. 그러나 그 기간동안 어느 부서에도 소속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시책에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할 수 있었다."


이어 고 전 총리는 부친에 대해 "인생의 파트너이자 공직 생활의 기본원칙을 세운 분"이라고 강조했다.

고건 전 총리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로 행사 분위기가 무르익자 홍정욱 대표는 정치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홍정욱 대표 "지난 5·31지방선거와 7·26재 보궐 선거 등에서 후보로 참여할 수도 있었는데 이런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
고건 전 총리 "당시 선거는 중앙정치대결의 연장선이었다. 주민자치의 본질을 왜곡하는 선거에 반대한다."


고건 전 총리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고 전 총리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지금까지 몇 차례의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이미 판단했다, 본인도 국민들의 평가와 다르지 않다"며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비판적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으로 ▲강남을 중심으로 전국부동산 정책을 수립하고 ▲수요 억제 위주의 정책을 편 것을 꼽았다. 이어 해결방안으로 임대 아파트 공급 확대 등을 제시했다.

학생들 "인간적이다" vs "대선 주자로 색깔이 없다"

a 고건 전 총리가 행사 직후 학생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고건 전 총리가 행사 직후 학생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 김현수

고건 전 총리는 이날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젊은이들은 큰 꿈을 키우고 간직하라"며 "대학생활은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실력을 쌓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를 지켜본 학생들의 평가는 고건 전 총리의 개인적인 면과 정치적인 모습에 따라 엇갈렸다. 김혜민(서강대 중문과)씨는 "대선후보의 인간적인 면을 보니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며 "담백하고 진솔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다. 조세근(서강대 경제학과)씨는 "대선 후보로서 정책이 일반적이었고 새롭지 않았다"며 "지나친 중도로 자기만의 색깔을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정훈(서강대 수학과)씨도 "위험을 피하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대답이 없어 아쉬웠다"고 밝혔다.

'2007년 대선 주자와 대학생들의 만남'의 두번째 주자로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나선다. 손 전 지사는 오는 21일(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대학생들 앞에 설 예정이다. 마지막 주자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다. 이 전 시장은 오는 24일 오후 역시 한국외대에서 대학생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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