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즈카 오사무의 <사파이어 왕자>, 원제는 <리본의 기사>다. 필자의 주변에도 이 만화를 이야기하시는 어른들이 많다.후지 TV, 무시 프로덕션
만화를 그렇게도 무시하는 어른들이지만, 사실 우리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보다 더 많은 만화를 보면서 자랐다. 그들의 어린 시절에는 <우주소년 아톰>과 <사파이어 왕자>, <마징가 Z>와 <밀림의 왕자 레오> 등, 정말 다양한 만화들이 있었다. 지금의 30대가 된 어른들은 <동짜몽>을 보며, 꿈을 키웠던 시절이 있었다.
만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에 비해 많이 부드러워진 것 같기는 하다. 허영만 만화는 여전히 영화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인터넷 만화를 개척한 강풀은 인기작가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과거의 잔재는 여전히 남아있다.
10여 년 전, YMCA 어머니 만화 모니터 모임은 <아기공룡 둘리>를 불량만화로 규정하고, 둘리가 ‘비교육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이 단체가 어른 중의 '일부'라는 것은 분명히 전제해야 한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은 스스로 "만화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자부"한다는 것이다. <아기공룡 둘리>까지 불량만화로 지정한 화려한 과거가 있는 그들은 과연 어떻게 '만화발전에 이바지'했을까?
나는 그런 이들조차도 만화를 보고 울고 웃었을 어린 시절이 있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데즈카 오사무의 지적은 그런 이들에게도 여전한 의미를 갖는 것 같다. 과연 그 행동이 그 말대로 '만화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지, 과연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조금 더 고민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만화에 대한 시선을 유연하게 바꾸고 있는 어른들도 과거에 비해 많아졌다는 점에 희망을 걸고 싶다.
지금도 많은 만화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혼을 불어넣고 있을 것이다. 다양한 직함을 갖고 있던 데즈카 오사무는 "당신은 의사인가? 영화감독인가? 프로듀서인가? 만화가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꼭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나는 프로듀서나 영화감독은 아닙니다. 물론 의사는 더더욱 아니죠. 나는 만화가입니다."
지금의 어른들도 그 한마디에서 느껴지는 '혼'과 '자부심'이 담긴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들이다. 그 시절을 생각해보며, 지금의 아이들을 조금만 더 배려해 보자. <나루토>와 <원피스>가 왜 인기가 있으며, <강철의 연금술사>를 왜 그렇게들 좋아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잘 모른다면, 필자와 같이 알아가 보자. 필자는 그것을 위해 이 연재기사를 신청했다. 뜻이 있는 곳에는 늘 길이 있는 법이다. 마음을 열고 그 길을 같이 가보자.
덧붙이는 글 | 1. <옛날 만화, 요즘 만화> 코너는 만화에 대한 편견에 반박하면서, 만화가 지금까지 어떤 의미를 가졌으며, 앞으로 가질 의미는 어떤 것인지 함께 생각해보자는 목적에서 진행될 것입니다. '같이 생각해보고, 같이 느껴가는 것'입니다. 저도 모자라는 부분이 많은만큼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2. <한겨레신문>의 제 블로그에도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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