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세금폭탄으로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

[인터뷰] 민심버스 타고 비전투어 나선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등록 2006.11.22 11:50수정 2006.11.2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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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주진 기자]

"매일 일하러 나갈 수만 있다면 더 이상 소원이 없겠다면서 길바닥에 넙죽 엎드려 절하며 울음을 터트리던 한 노동자의 절규를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지난 여름 '100일 민심대장정' 기간 동안 국민과 함께 먹고, 자고, 땀 흘리며 온몸으로 민심을 체험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손때 묻은 그의 '민심수첩'엔 전국 방방곡곡 삶의 현장에서 들은 민심의 소리가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 있다. 그런 그가 이 민심수첩을 손에 들고 또 다시 버스에 올랐다.

지난 11월 9일부터 45인승 중고 버스를 개조한 이동식 토론방 '민심버스'를 타고, 민심의 소리를 정책과 비전으로 만들기 위한 2차 민심대장정, '비전투어'를 시작한 것이다.

청년 실업자들의 모임인 백수연대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취업전문가, 비정규직 노동자 등 시민, 전문가들과의 토론을 통해 정책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일자리·노후·교육·주거 등 4대 민생 문제만큼은 꼭 해결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과거 권위주의와 개발시대 패러다임이 잔존하고 있는 국가 체질을 확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며 '국가체질론'을 내세우고 있다.

"21세기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한 시대입니다. 사고와 행동의 틀을 모두 바꿔야 합니다. 국가 주도형 경제개발에서 벗어나 개인의 창의와 민간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국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가 자원을 재편성해야 합니다."


요즘 그의 입에선 부쩍 미래, 비전, 개혁, 통합 같은 단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대권주자 빅3 가운데 가장 개혁적인 인사로 손꼽히는 그는 최근 모 언론사의 설문조사에서 오피니언 리더 그룹이 뽑은 '대통령 적합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2차 민심대장정 이틀째인 11월 10일, 서울 서대문에 있는 사무실에서 손 전 경기도지사의 국가경영 비전과 철학을 들어봤다.


- 국가체질론 속에서도 특히 교육개혁을 강조했는데?
"우리 국민 불행지수의 가장 큰 원인은 아마 교육 문제일 것이다. 여든넷 된 할머니가 굽은 허리를 이끌고 고추밭에서 일하는 것도 손자 교육비 때문이고, 재활용품 수거 작업을 하는 노동자의 바람도 자녀를 학원 한 군데라도 더 보내는 것이었다.

기러기 아빠, 가정 파탄, 일자리, 심지어 아파트값 폭등도 모두 교육에서 비롯된 것이다. 학교에서만 공부해도 좋은 대학에 가고, 취직할 수 있고, 가난한 아이들도 교육을 통해 사회적 신분 상승이 가능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국가 주도가 아닌 창의성과 경쟁력이 살아 있는 교육의 자율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민심대장정 때 만난 한 중년 남성은 '25년 일해서도 아파트 한 채 살 수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국민들을 절망에 빠지게 하고 불행하게 만든다. 국가가 세금으로 때려잡으면 된다는 인식은 시장에 대한 기본 인식도 없을 뿐더러 국민의 실생활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다. 그러니 정책만 나오면 실패하는 거다.

아파트 값을 잡으려면 서민을 위해 짓는 공공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완전 공개하고,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를 폐지하거나 감면해야 한다. 또 30년간 전용면적 25.7평으로 묶여 있는 국민주택 규모를 약간 상향 조정해 분양가 심사제를 도입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아파트를 꾸준히 공급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한나라당은 '부자 비호 정당'이라는 누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무주택자를 대변하는 부동산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 민심대장정 이후 지지도가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이명박, 박근혜 등 다른 주자에 비해 지지율이 낮다.
"민심대장정에 처음 나섰을 때 국민들은 경기고, 서울대, 옥스퍼드대학을 나와서 교수,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까지 지낸 사람이라 서민 생활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가까이서 겪어본 사람들은 '어, 저 사람 우리와 같네?'라고 반기며 손을 잡아주었다.

손학규를 아는 사람들은 손학규를 좋아하게 된다.(웃음) 정치에서 지지율이나 판도의 변화는 오랜 기간 축적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강하고 탄탄하다고 믿는다. 갑자기 지지율이 올라서 집권을 한들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겠나? 지금처럼 뚜벅뚜벅 걷다 보면 결국 국민들이 알아줄 것이라 믿는다."

- 저출산시대,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2차 민심대장정 첫날, 한 여대생이 취업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괜찮은' 여성일자리 창출과 육아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경기도지사 시절, 여성개발원을 독자적으로 만들었던 것은 여성 정책에 있어 여성의 사회참여를 확대하고,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문제가 시급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 0세부터 2세까지 영유아에 대한 보육료 지원을 전국에서 최초로 시행했다. 이 정책을 중앙정부가 본받기도 했다. 여성 취업 확대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 핵심 고리가 된다. 앞으로 보육 정책은 물론, 특히 서민 여성들의 사회참여 기회를 늘리기 위한 정책을 주로 내놓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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