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해 역영하고 있는 '인간어뢰' 이안 소프.호주올림픽위원회 홈페이지
기자회견의 장소는 그가 태어나고 성장한 시드니였다. 이안 소프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자유형 400m, 계영 400m, 계영 800m)를 획득하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그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2개의 금메달(자유형 200m, 자유형 400m)을 획득했다. 총 5개의 금메달, 호주에서 역대 최고의 성과다. 게다가 그가 수립한 13개의 세계신기록은 그의 성가를 한껏 높였다.
이안 소프는 아테네 올림픽 이후 훈련을 거의 하지 않아 잠정적인 은퇴생활을 해온 셈이다. 그러나 그가 워낙 슈퍼스타이다 보니 언론의 추적보도가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보기 민망할 정도로 체중이 불어난 모습이 TV카메라에 잡혀서 한동안 논란이 일었다.
급기야 그에게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그의 조기은퇴까지 점쳐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그는 돌연 호주로 나타나서 훈련을 재개했다. 안타깝게도 훈련성과는 지지부진 했고 괴질(열이 오르는 병)까지 도져 결국 은퇴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한편 지난 20일 오후 호주스포츠약물방지위원회(ASADA) 관계자가 그의 집을 방문해서 국민들을 긴장시켰다. 그러나 정작 그가 은퇴를 결심하는 과정에서 미스터리 여인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의 초점이 약물에서 그 여인으로 옮겨갔다.
'미스터리 여인'의 정체는 스포츠 심리학자
이안 소프가 기자회견장에서 그 여인의 이름을 밝히지 않아서 대부분의 호주언론은 하루 동안 '미스터리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심지어 그가 약물관련설을 희석시키기 위해서 고도의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루머가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호주의 유일한 전국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안>이 이안 소프가 "경이로운, 정말 경이로운 사람"이라고 말했던 사람이 맥콰리대학교의 스포츠&레크리에이션 담당 CEO 데이드레 앤더슨이라고 보도한 것.
오랫동안 스포츠 심리학자로 활동한 앤더슨은 22일 오전 <2UE 라디오>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서 "그는 정상에서 무려 10년 동안 머물렀다. 그곳은 불안하고 고독한 곳이어서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면서 금메달을 2개나 딴 호주의 여자수영선수 쉐인 굴드의 예를 들었다.
굴드는 16살에 참가한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금메달 따고나서 호주로 돌아오자마자 은퇴했다. 그후 그녀는 20년 동안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았다. 더욱 아이러니컬 한 것은 그녀가 물 공포증에 시달렸다는 사실이다. 바로 그녀가 약 한달 전 이안 소프를 데이드레 앤더슨에게 데리고 갔다.
몇 주 동안 이안 소프의 심리상태를 점검한 앤더슨은 "지금 은퇴하라"는 권유를 했고 이안 소프는 고뇌 끝에 권유를 받아들였다. 앤더슨은 "이안은 정말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그는 지금부터 더 큰 업적을 이룰지도 모른다, 인생은 여러 채프터가 있다"고 말했다.
앤더슨의 권유를 받아 은퇴를 결심한 이안 소프는 "어떤 운동선수가 선수생활을 그만 두고 싶으면 나에게 연락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그러면 나는 그를 앤더슨에게 데려갈 것"이라고 말했고, 쉐인 굴드도 "앤더슨은 운동선수의 은퇴시점(transition time)을 가장 잘 조언해주는 전문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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