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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고 하기엔 이른 것 같고, 가을이라고 하기엔 늦은 것 같은 11월의 끝자락. 대문을 나서면 아름다운 단풍이 익을 대로 익은 듯 빨갛고, 노란색의 세상이 눈부시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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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트가 어울리는 계절 ⓒ 정연창
높은 산의 단풍은 이미 져 버렸지만, 서울 도심의 단풍은 고운 자태를 뽐내며 겨울의 문턱 앞을 곱게 수놓고 있다. 겨울의 상징인 첫 눈은 이미 내린 지 오래되었지만 가는 가을의 아쉬움을 남기고 가려는 듯 차곡차곡 쌓이는 낙엽이 미련 되어 발길에 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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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익은 단풍나무의 자태 ⓒ 정연창
가을사진을 찍어보려는 생각으로 단풍으로 곱게 물든 단풍나무와 은행나무 그리고 잎이 무성한 플라타너스의 아름다운 모습을 찍다가 그만 중단해 버렸다. 내가 찍는 사진이 아름다운 가을의 모습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눈으로 바라보는 곳 어디든 늦가을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데 한정된 공간의 표현인 사진은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모독' 이라는 생각에 사진기를 호주머니에 다시 집어넣고 눈으로 가을의 향연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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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엽을 밟아 보셨어요? ⓒ 정연창
설악산이나 내장산의 단풍이 아름답다고 하는데 올해는 바쁘기도 하고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아 산행은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서울 도심에서도 곱게 풀 먹인 듯 바삭거리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이 화려한 모습으로 내게 다가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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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 터널 ⓒ 정연창
여름엔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던 플라타너스. 커다란 나뭇잎이 늦게까지 매달려있어 청소하는 미화원들을 끝까지 힘들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그만큼 겨울의 삭막함을 막아주는 고마운 면도 있다. 절반도 안 떨어졌건만 플라타너스나무 터널 아래는 낙엽이 수북하고 미화원아저씨가 담아놓은 부대자루는 낙엽으로 배가 불룩하다.
급격한 기온하락이라도 생기면 '늦가을의 향연'도 빨리 끝날 것 같은 아쉬움에 기상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앞으로 한 달간의 예보를 보았더니 '12월 상순에는 찬 대륙고기압이 북편하여 지나면서 기온은 평년보다 높겠다'고 한다. 단풍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시간이 조금 늘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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