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아파트' 신앙부터 깨라

[주장] 금리 인상 땐 이자부담↑ 가격↓ 떨어지고 '이중고' 불가피

등록 2006.11.26 14:56수정 2006.11.2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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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11·15 대책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사진은 과천 정부종합청사 인근 주공아파트 단지.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11·15 대책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사진은 과천 정부종합청사 인근 주공아파트 단지. ⓒ 오마이뉴스 남소연


대중매체 중에서도 대표인 공중파방송은 보통사람들의 문화를 대변한다. 공중파방송의 광고나 드라마 또는 시트콤에 등장하는 아파트의 이미지를 보라. 전용면적 85㎡ 이하에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거실과 안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최소한 60평형이다. 그게 무슨 문제냐고 반문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이나 미국, 서유럽 국가의 방송은 그러하지 않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은 '아파트' 하면 떠올리는 게 바로 타워팰리스로 대변되는 초호화 고급아파트인 것이다. 한국사람은 경제활동을 통해 수입이 생기면 반드시 아파트를 사야한다고 믿고 있다. 이것은 신앙이다. 미혼남성은 아파트를 사거나 세를 얻을수 있어야 결혼을 할 수 있다고 믿고 미혼여성은 적어도 그런 능력이 있어야 배우자로서 결혼을 생각한다.

수도권에서는 어느 동네, 몇 평형에 사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경제적 능력이 파악된다. 가족의 경제력을 자랑하면서 강북의 모르는 동네에 산다고 하는 것보다 강남 무슨동 무슨아파트 몇 평에 산다고 말하면 듣는 사람은 그냥 다들 '아~ 그러세요' 더이상 말이 필요없다. 이것을 깨야한다.

정부 정책을 비난하면서 아파트를 대체할 만한 재화가 없다고들 주장한다. 대부분 거짓말이다. 첫 번째로 단독주택. 서울을 기준으로 웬만한 동네의 아파트는 평당 2000만원을 넘겼다. 그럼 34평형이면 7억원이다. 이 돈이면 강북지역의 단독주택을 살 수 있다. 대표적인 고급주택지인 성북동에 5억이면 건평 48평에 마당있는 집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주차장도 있다. 8억이면 반지하에 월세까지 받을 수 있는 정원있는 대지 100평에 건평 92평짜리 집도 있다. 강남도 마찬가지다 8억이면 대지 60평, 건평 90평짜리 주택에서 집주인 행세하면서 월세 받아 용돈할 수도 있다.

두 번째로 주목할 것은 다세대 주택이다. 다세대는 들어가는 입구와 계단, 현관과 내부구조가 대부분 아파트와 대동소이하다. 게다가 아파트랑 비교하면 현저히 싸다는 장점이 있다. 왜냐면 대부분의 다세대주택은 대지가격과 건축비를 더한 가격에 사업마진 정도만 붙어있지 맹목적인 프리미엄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아파트를 자기돈으로 사지 않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폭등을 불러 일으켰다고 파악할 수 있다. 지금 은행에서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에는 융자를 안 해준다. 은행에서 경매로 넘기면 원금을 회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로지 융자를 잘 해주는 것이 아파트다. 지난 몇 년간 은행은 다세대주택 등에 융자된 주택대출은 회수하고 아파트 등 관리가 손쉬운 대출은 늘려왔다. 서민들 역시 자신이 가진 돈에 최대한의 융자를 끌어들여 아파트를 구매했고 거의 모든 아파트는 가격이 폭등하여 융자끼고 잘 샀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는 변동... 지금이 위험한 때


투기시장에서는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된다. 무슨 뜻이냐면 앞서 언급한 두가지 대체재화로 먼저 갈아타는 사람은 더이상 아파트 가격이 오르기를 바라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면 2~3년전에 4억원을 주고 산 아파트가 지금 8억원을 호가하고 있다면 지금이 가격의 천장이라고 판단하고 매도를 한다. 그 다음에 전세를 살든지 아니면 그것도 불안해서 다세대나 단독을 매입해 거주하는 것이다. 그런 매도자가 많아질수록 아파트 가격은 불안해 질 것이고 맹목적으로 매입에 나선 서민들과 최근에 매입한 서민들은 시장의 출렁거림에 따라 우왕좌왕할 것이다.

여기에 가장 위험한 요인은 바로 대출이다. 국제금리가 미국의 저금리 기조에 따라 현재 초저금리 시대에 있지만 몇 년 전만해도 우리는 10% 이상의 은행대출금리를 당연시하던 사회였다. 기억을 되새겨보라. 2억원 대출에 월 0.5%면 100만원인데 1%면 200만원이다. 200만원씩 이자를 내면서 대출을 유지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 얼마나 되는가? 게다가 100만원의 이자도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는 희망으로 지출하는 투기성 자금 아니었던가? 이자율이 올라가면 매월 내는 이자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 가격하락도 보게 될 것이다.


지저분하고 좁은 곳에서 살라는 것이 아니다. 아파트 말고도 깨끗하고 아늑하면서도 최소한의 거주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런데 대한민국 서민들은 아파트만 보았다. 다시 말해 기득권 세력들이 아파트만 보여줬고 서민들은 아파트만 보았다. 이것은 욕심이다. 내가 4억원을 주고 산 아파트를 누군가 7억, 8억에 사줄 거라는 욕심. 내가 2억원 주고 산 아파트를 누군가 4억, 5억원 주고 사줄 거라는 욕심.

이렇게 정리하겠다. 지금 누군가가 2억원의 대출을 끼고 4억원 짜리 아파트를 산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려라. 그 아파트가 5억원까지 올라갈 수도 있고 7억원까지 올라 갈 수도 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팔 것인가? 팔 수 있는 사람은 지금 사지도 않는다. 2억원의 대출을 낀다는 얘기는 그 사람의 전 재산이라는 방증이기도 하고 한 달에 100만원의 이자를 감당한다는 얘기이다.

그쯤되면 부인보다도 애들보다도 아파트에 더 큰 돈을 지출한다는 뜻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아파트와 결혼한 사람이 아파트와 이혼이 쉽겠느냐는 말이다. 결국 아파트 가격이 3억원을 지나 그 밑으로 떨어지고 아파트에 대한 신앙이 깨져야 팔게 될 것이다. 물론 대출 2억원은 고스란히 남는다. 파산을 하거나 자살을 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아파트 투기에서 소외되거나 아예 벗어난 국민들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가격하락에 대비해서 후속대책을 마련해놓아야 할 것이다. 후속대책은 가격대책이 아니라 자살방지대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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