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자전거, 등산객들에겐 질주하는 무기?

[논쟁] 등산객 안전 위협하는 산악자전거, 그 해법은

등록 2006.11.26 15:31수정 2006.11.27 09:32
1
원고료로 응원
주말이면 집 주변의 조그마한 산을 자주 오르곤 한다. 시간이 없어서 멀리 있는 명산은 가지 못하기에, 주말이면 운동 삼아 오르던 것이 이제는 습관이 돼 버렸다.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등산로가 굽이굽이 정상까지 나 있어 산을 오르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산에 올라 좁은 등산로가 제법 붐빈다.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일상에서 만나는 것과는 또 다른 기분을 느끼게 해 그런 붐빔도 기분 나쁘지 않다. 그저 웃는 얼굴로 스쳐 지나거나 "반갑습니다" 정도의 간단한 인사말 정도로도 지날 수 있어 마음이 가볍다.

험악한(?) 산악자전거에 위협을 느끼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등산로에 사람 말고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도 사람과 더불어 등산로를 즐겁게 활보했다. 때론 애완동물들이 사람들을 귀찮게 하기도 했지만, 인간과 더불어 자연을 즐기는 모습이 만추의 산을 더 활기차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풍경 속에서도 가끔씩 위험 요소가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산악자전거의 출현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평소에는 자전거를 자동차를 대신하는 운송수단, 혹은 스포츠로 여겨 자전거에 대한 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자전거 도로가 활성화되어 있어 주말이면 인근 강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곤 했다. 때문에 나도 자전거를 타고 아름다운 진주 남강변을 달려봐야겠다는 생각도 해 왔다.

그런데 등산로에 출몰하는 그 무시무시한(?) 산악자전거 때문에 그런 마음이 조금씩 없어졌다. 처음에는 자전거를 타고 등산로를 열심히 달려가는 사람들의 힘찬 숨소리를 들으면 저절로 힘이 생겼다. 하지만 늘어가는 자전거 통행으로 좁은 등산로가 짜증스러운 통행로로 변해가면서 그 생각은 조금씩 달라졌다.


정상에서 내달려오는 험악한 산악자전거 앞에서 등산객들은 옴짝달싹도 못하고 옆으로 비켜서야 한다. 뿐만 아니라 위, 아래에서 비켜 달라는 보이지 않는 그 험악함이 짜증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자전거 전용 등산로를 만들어야 하나?


a 해질녁 한강 자전거도로 모습. 자전거족과 보행자들의 안전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질녁 한강 자전거도로 모습. 자전거족과 보행자들의 안전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며칠 전 산에 오르던 중에 눈인사 정도로 자주 뵙던 어르신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젊은 사람이 자주 산에 오르는 것을 보니 꽤나 산을 좋아하나 보군요."
"예,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하기가 어려워서요. 할아버지께서도 등산을 좋아하시나 봐요. 제가 올라 올 때마다 운동을 하고 계시는 것을 뵈었는데."
"산이 좋지요. 많은 것을 우리에게 주잖아요. 요구하지도 않으면서…."
"근데 할아버지 다리에 붕대를 감고 계시는데, 어디 다치셨나요?"
"아, 이거요. 그 놈에 자전거 때문이죠. 까딱했으면 큰 사고 날 뻔했어요."

할아버지께서는 좁은 등산로에서 미처 피하지 못하고 자전거에 다리를 약간 다친 모양이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요즘은 좁은 등산로 쪽으로는 아예 발걸음도 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나이 드신 분들이 좁은 등산로에서 산악자전거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며 할아버지께서는 우려섞인 말씀을 하셨다.

"자전거를 타고 왜 산 정상으로 오르락 내리락하는지 모르겠어. 그놈이 정상에서 빠르게 등산로로 내려오는 경우에는 정말로 겁이 나 옴짝달싹도 못하고 옆으로 비켜서야 하는 경우도 많아. 자칫하면 크게 다치겠더라고…."
"할아버지께서 자전거를 타시는 분께 말씀을 좀 드리지 그랬어요."
"그 사람들도 모두 산을 즐기는 사람들인데, 꼭 그렇게 말하기가 좀 그랬어. 그렇다고 자연을 해치며 다니는 것도 아니고, 다만…."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복잡하고 혼잡한 교통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전거를 통행의 수단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즐김의 스포츠로도 자전거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부응이나 하듯이 지자체들은 공해없는 도시 조성의 하나로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많은 시민들에게 쾌적함과 함께 여유로운 삶의 공간을 선사하고 있다.

산악자전거도 잘 달려야 환영 받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런 자전거도 때에 따라서는 자칫 사고의 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 대상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특히 좁은 통행로나 등산로 같은 곳에서는 자칫 과속으로 달리는 자전거에 보행자들이 크게 다칠 수도 있다는 점은 간과되는 것 같다.

분명 자전거는 현대인들에게 자동차 문명의 공해와 혼잡스러움으로 찌들어버린 심신을 달래줄 수 있는 대안임에 분명하다. 특히 최근 많은 이들로부터 자전거 타기 캠페인이 개최되는 등 자전거는 분명 21세기 통행 수단의 획기적인 수단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자전거도 때론 사람들에게 위협적인 운행수단이 될 수 있음과 동시에 자전거를 탈 곳과 타지 말아야 할 곳을 분명히 알려주고 교육하는 그런 환경도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좁은 등산로에서 험악해(?) 보이기까지 한 산악자전거로 등산객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거나 그들을 위험으로 내몬다면 그건 오히려 자전거가 주는 혜택보다는 그로부터 받는 피해가 훨씬 심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널이 헤아려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2. 2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3. 3 '명품백 불기소'에 '조국 딸 장학금' 끌어온 검찰 '명품백 불기소'에 '조국 딸 장학금' 끌어온 검찰
  4. 4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