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재산세 인하를 주도했던 서울 강남구의 일부 주민들이 올해 늘어난 조세 부담에 반발하며 재산세 납부 거부 운동을 벌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27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정부 정책과 강남구청을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연합뉴스 배재만
강남구민들이 종부세 부과에 대해 느끼는 반응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억울하다"가 될 것이다. 쉽게 말해 "가진 것이라고는 달랑 아파트 한 채 뿐인 서민들이 강남구민 가운데 대부분인데 정부가 뭘 해줬다고 이토록 무지막지하게 세금을 거두느냐"는 것이다.
강남구민들은 몇 가지 심각한 착각을 하고 있다.
첫째, 강남구민들은 정부가 자신들에게 해 준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배은망덕도 이런 배은망덕이 없다.
익히 알다시피 강남구의 아파트 가격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높은 이유는 무엇보다 사회적 인프라, 즉 도로, 지하철, 공원, 의료시설, 학교, 상권 등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좋기 때문이며 이는 곧 삶의 질이 타 지역에 비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남구민들도 자신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곳에 살고 있다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물론 강남에 구축된 사회적 인프라는 대부분 국세로 마련된 것이다. 사정이 이와 같은데 정부가 강남구민들에게 해준 것이 없긴 왜 없나?
둘째, 강남구민들은 종부세를 징벌적 세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구민들의 이런 인식은 전적으로 부당한 것이다. 종부세는 징벌적 세금이 결코 아니며,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일 뿐이다.
어떤 서비스를 향유하는 데 대해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아마 버스를 탈 때 요금 내는 것을 부당하게 여기는 강남구민들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버스 요금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이 값진 사회적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는 그토록 인색한 이유가 무언지 정녕 궁금하다.
셋째, 강남구민들은 권리만 알고 의무의 이행에는 인색하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2005년 4월 기준으로 강남, 서초, 송파 3개구의 아파트 시가총액은 무려 163조1968억원에 이르며, 그 중 강남구의 전체 아파트 가격 총액은 69조4307억원에 이른다.
2002년 4월 현재 강남권역 3개구 아파트의 시가총액은 95조7744억원이었다. 3년 만에 무려 67조4224억원이나 폭등한 것이다. 이를 강남권 3개구 소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세대수로 나누면 한 세대 당 1년에 평균 1억1395만원, 3년 동안 3억4185만원에 해당하는 불로소득을 얻은 셈이다.
1년간 발생한 전국 평균 자본이득이 2887만원임을 감안할 때 강남권 소재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이 취한 불로소득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가 확연히 드러난다.
강남권역에 소재한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가격 상승을 시작한 때가 2000년경이었다는 점, 2005년 4월 이후 최근까지 강남권역 3개구의 아파트 가격은 상승을 계속했다는 점 등을 감안한다면 이들이 취한 불로소득의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천문학적 수준의 불로소득을 얻었다면 이에 따른 의무도 이행함이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강남구민들에게 이런 상식은 남의 나라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들은 불로소득을 개인이 독식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에 따른 세금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변한다.
이들의 행태는 권리만 알고 의무는 모르쇠했던 조선시대 양반들의 작태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혹시 강남구민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반상의 구분이 엄연하던 조선시대와 혼동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