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민들! 그렇게 살면 행복하세요?

[주장] 국세 들인 인프라 혜택 누리면서 의무에는 인색

등록 2006.11.27 08:40수정 2006.11.2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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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대치동 미도, 쌍용, 우성, 선경,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재산세는 내려주고 종부세는 즉시 폐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미도, 쌍용, 우성, 선경,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재산세는 내려주고 종부세는 즉시 폐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정수희

대한민국이 부동산 투기 광풍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강남구민들이 또 다시 '권리 투쟁'에 나서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강남구민들과 의회가 일치단결해 내달 납부 예정인 종합부동산세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한다.

언론 보도를 직접 인용해 보자!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강남구민회관에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 촉구 결의안 채택에 따른 지역 주민 설명회'가 열렸다. 강남구 의회가 지난달 31일 종합부동산세법 개정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후 이에 대한 주민들의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자 결의안의 취지를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강남구 내 115개 아파트 단지 입주자 대표들에게 설명회 개최 사실을 알린 결과 아파트 동(棟) 대표 등 83명과 주민 등 150여 명이 모였다.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도 참석했다.

설명회는 '종부세는 과세의 효율성.형평성을 무시한 무리한 폭등 과세이기 때문에 부과 기준을 공시지가 6억원 이상에서 9억원 이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낭독한 후 주민들의 자유토론으로 이어졌다.

…강남구의회가 종부세 개정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8월 말 대치동 미도아파트를 시작으로 청실아파트, 쌍용 1.2차 아파트 주민들이 차례로 종부세법을 고쳐 달라는 탄원서를 냈기 때문이다. 탄원서에 서명한 주민들은 4개 아파트 단지 6000여 명이다. 구 의회는 주민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결의안을 채택한 후 이를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재정경제부 등에 보냈다. 강남구의회 관계자는 "강남을 부자동네라고 하지만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주민들이 더 많다"며 "종부세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워낙 강해 개정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11월 24일자)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겠지만, 강남구민들의 종부세 저항 운동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차원을 넘어서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강남구민들의 주장이 잘못된 이유


강남구민들이 정부의 종부세 과세에 극력 저항하는 근거는 크게 종부세가 이중과세라는 점과 '세대별 합산' 과세 방식이 위헌 소지가 크다는 점이 꼽힌다.

그러나 종부세의 산출세액에서 과세 대상자가 이미 납부한 재산세를 차감한 후 종부세를 부과하므로 이중과세 지적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 과세 방식이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도 수긍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공공재산적 성격이 매우 강한 부동산은 일반 소득과는 다르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점, 모든 개별적인 경제주체가 부동산을 각각 소유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제현상은 아니며 따라서 혼인을 통해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다고 해도 이는 마땅히 수인해야 하고 이는 혼인한 사람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는 점,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영위해야 한다는 것은 헌법상의 기본권이라는 점 등이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 과세 방식이 위헌이 아님을 증명한다.

위에서 상세히 살핀 것처럼 종부세 과세에 격렬히 저항하고 있는 강남구민들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다.

종부세는 징벌적 세금이 아닌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대가

지난해 9월, 재산세 인하를 주도했던 서울 강남구의 일부 주민들이 올해 늘어난 조세 부담에 반발하며 재산세 납부 거부 운동을 벌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27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정부 정책과 강남구청을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지난해 9월, 재산세 인하를 주도했던 서울 강남구의 일부 주민들이 올해 늘어난 조세 부담에 반발하며 재산세 납부 거부 운동을 벌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27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정부 정책과 강남구청을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연합뉴스 배재만

강남구민들이 종부세 부과에 대해 느끼는 반응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억울하다"가 될 것이다. 쉽게 말해 "가진 것이라고는 달랑 아파트 한 채 뿐인 서민들이 강남구민 가운데 대부분인데 정부가 뭘 해줬다고 이토록 무지막지하게 세금을 거두느냐"는 것이다.

강남구민들은 몇 가지 심각한 착각을 하고 있다.

첫째, 강남구민들은 정부가 자신들에게 해 준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배은망덕도 이런 배은망덕이 없다.

익히 알다시피 강남구의 아파트 가격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높은 이유는 무엇보다 사회적 인프라, 즉 도로, 지하철, 공원, 의료시설, 학교, 상권 등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좋기 때문이며 이는 곧 삶의 질이 타 지역에 비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남구민들도 자신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곳에 살고 있다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물론 강남에 구축된 사회적 인프라는 대부분 국세로 마련된 것이다. 사정이 이와 같은데 정부가 강남구민들에게 해준 것이 없긴 왜 없나?

둘째, 강남구민들은 종부세를 징벌적 세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구민들의 이런 인식은 전적으로 부당한 것이다. 종부세는 징벌적 세금이 결코 아니며,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일 뿐이다.

어떤 서비스를 향유하는 데 대해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아마 버스를 탈 때 요금 내는 것을 부당하게 여기는 강남구민들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버스 요금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이 값진 사회적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는 그토록 인색한 이유가 무언지 정녕 궁금하다.

셋째, 강남구민들은 권리만 알고 의무의 이행에는 인색하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2005년 4월 기준으로 강남, 서초, 송파 3개구의 아파트 시가총액은 무려 163조1968억원에 이르며, 그 중 강남구의 전체 아파트 가격 총액은 69조4307억원에 이른다.

2002년 4월 현재 강남권역 3개구 아파트의 시가총액은 95조7744억원이었다. 3년 만에 무려 67조4224억원이나 폭등한 것이다. 이를 강남권 3개구 소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세대수로 나누면 한 세대 당 1년에 평균 1억1395만원, 3년 동안 3억4185만원에 해당하는 불로소득을 얻은 셈이다.

1년간 발생한 전국 평균 자본이득이 2887만원임을 감안할 때 강남권 소재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이 취한 불로소득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가 확연히 드러난다.

강남권역에 소재한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가격 상승을 시작한 때가 2000년경이었다는 점, 2005년 4월 이후 최근까지 강남권역 3개구의 아파트 가격은 상승을 계속했다는 점 등을 감안한다면 이들이 취한 불로소득의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천문학적 수준의 불로소득을 얻었다면 이에 따른 의무도 이행함이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강남구민들에게 이런 상식은 남의 나라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들은 불로소득을 개인이 독식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에 따른 세금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변한다.

이들의 행태는 권리만 알고 의무는 모르쇠했던 조선시대 양반들의 작태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혹시 강남구민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반상의 구분이 엄연하던 조선시대와 혼동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된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오마이뉴스 권우성

닫힌 사회를 지향하는 강남구민들

이미 강남구민들은 지난 6월 재산세를 인하해 대한민국 국민들을 아연실색케 한 적 이 있다. 강남구민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이번에는 종부세를 손보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아마 강남구민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현명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공동체 의식도 없이 자신들만의 협애한 이익을 위해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는 강남구민들을 바라보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 이를 데 없다. 하긴 사회적 노략질이라 할 부동산 불로소득은 불로소득대로 챙기고 그에 부과되는 경미한 수준의 세금은 납부하길 거부하는 강남구민들의 행태가 이해되기란 어려운 일이다.

안타까운 것은 강남구민들이 스스로 사회에서 고립된 섬이 되길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즉 강남구민들은 열린사회가 아니고 닫힌 사회를 원하는 성 싶다. 닫힌 사회를 지향하면서 열린사회의 적으로 자신들을 자리매김하는 강남구민들! 그렇게 살면 행복하세요?

덧붙이는 글 | 이태경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협동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대자보와 뉴스앤조이, 다음블로그에도 기고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태경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협동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대자보와 뉴스앤조이, 다음블로그에도 기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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