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협상 거부', 청와대 고립무원 가속화

계속되는 '헛발질'... '정무판단 능력 심각한 문제' 지적

등록 2006.11.27 16:32수정 2006.11.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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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노무현 대통령의 '여ㆍ야ㆍ정 정치협상회의' 구성 제안을 한나라당이 공식 거부하고 열린우리당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 이번 제안이 청와대의 고립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는 형국이다.(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노무현 대통령의 '여ㆍ야ㆍ정 정치협상회의' 구성 제안을 한나라당이 공식 거부하고 열린우리당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 이번 제안이 청와대의 고립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는 형국이다.(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그래, 어떻게 해야 할까요?"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를 한나라당이 공식 거부한 직후, 청와대의 향후 행보를 묻는 질문에 한 핵심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농담 섞인 답변이었지만, 답답함이 묻어났다. '한나라당의 거부를 예상했을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대통령께서 진정성을 담아서 제안한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이) 거부한 진의도 파악해봐야 하고…"라고 말끝을 흐렸다.

다른 핵심관계자도 '사전에 한나라당과 물밑접촉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바로 공개될 텐데 뭐…"라고 받았다.

청와대의 이같은 당혹감은 윤태영 대변인의 공식브리핑에서도 그대로 표출됐다. 윤 대변인은 26일 오후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해 "청와대로서는 안타깝다"면서 "이병완 비서실장이 오전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에게 한 번 더 재고해달라는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두 번, 세 번 요청해도 단호히 거절할 것"

a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의 재고 요청에 다시한 번 거절의사를 밝혔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의 재고 요청에 다시한 번 거절의사를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병완 실장이 오전 11시에 강 대표에게 전화했을 때, 강 대표는 최고위원회 결의대로 다시 한 번 거절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나경원 대변인은 "전효숙 인준안, KBS 사장 문제 등 모두 대통령 뜻에 따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면서 "두 번, 세 번 요청해도 한나라당은 단호히 거절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청와대로서는 달리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진정성'을 담아 제안한 것"이라면서 "사람이 싫으면 표결이라도 해달라는데 그것도 안 되는 꽉 막힌 상황을 뚫기 위해 고심 끝에 나온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거부방침을 밝히자, 먼 하늘만 바라보는 형국이 됐다.

오히려 청와대에겐 이번 제안이 고립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렇다 치고, 열린우리당도 이번 협상 제안 과정에 대해 탐탁치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이번 제안은 25일 당·정·청 4인회동과 뒤 이은 청와대 정무특보단 회의 등을 거쳤다. 그러나 현안이 전체적으로 논의된 4인 회동에서 정치협상회의에 대해 충분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긴밀하게 협의했다", "이전부터 각종 상황에 대해 얘기해왔다"고 하지만, 27일 오전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반응은 이와는 다르다.

김 의장은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정례회동 등 직접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당은 정부가 방향을 정해놓고 추진하는 당정협의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정치협상' 제안을 비롯해 청와대의 일방통행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권내에서 여당과 청와대가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 측면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민주·민노도 비판공세... 청와대 "어쩔 수 없다"

이번 정치협상 제안에서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원천적으로 배제했다. 두 당은 '제2의 대연정' 제안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범국민 차원에서 정국을 풀어나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에 제2의 연정을 제안한 것"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민주노동당도 "두 당만의 의견조정으로 정국을 일방적으로 끌어가겠다고 하는 것은 이 회의가 정치를 밀실에서 주고받는 '밀거래정치협상회의로 전락하게 될 것임을 반증한다"면서 "이는 한자리수 지지율 정부의 마지막 발버둥으로 보일 뿐"이라고 '조롱'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제안이 이렇게 무산된 것은 이미 여러 차례다. 멀게는 지난해 여름 '대연정'도, 가깝게는 여야의 관리내각·중립내각에 대한 응답형식이었던 '거국중립내각'도 모두 무산됐다.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청와대 정무판단 능력과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무팀도 있고, 최근에는 이해찬 전 총리와 문재인 전 민정수석 등으로 정무특보단이 구성됐음에도 이런 '헛발질'이 계속 되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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