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113회

영원 속으로

등록 2006.11.27 16:46수정 2006.11.2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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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생명은 모진 환경을 견뎌오며 수십 억 년간을 버텨왔다. 그 과정에서 지구의 생명은 절멸의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끝가지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하쉬의 생명도 그러했다. 하지만 하쉬의 생명은 행성전체를 파괴하는 대 파국을 이겨내지 못했다. 하쉬의 생명을 이어나갈 ‘지구’라는 행성을 찾아냈지만 그곳의 생명은 우리를 받아 들이지 않았다. 엄청난 시공간의 괴리를 가진 씨앗이 다른 생명체들은 비록 서로 진정으로 대화하는 법을 몰랐다.


-하쉬의 생명은 자신들보다 하잘것없다고 여긴 지구의 생명을 짓밟고 자신의 생명만을 키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지구의 생명은 자신들 외의 생명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그것은 외계인의 존재를 받아들인 지금까지도 마찬가지다. 외계인의 존재를 인지하고 받아들인 이들은 인간이라는 지구 생명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시끄러워!”

남현수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의 앞에는 마르둑이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남현수가 서 있는 배경도 대학 캠퍼스가 아니었고 열대 식물이 사방을 둘러싼 낯선 평지였다.

“또 이상한 장난을 치면 내가 당황할 줄 알고?”


“지구의 생명께 할 말씀이 있어 이렇게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이젠 이런 일에 익숙해지셨을 테니 일부러 케냐까지 오게 하는 수고를 덜어드렸습니다.”

“그것 참 눈물나게 고맙군.”


남현수는 이죽거리며 마르둑이 뭘 어떻게 하던 상관 않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순간 마르둑은 자신의 가슴 부위를 뚜껑을 여는 것 같이 쥐어뜯기 시작했다.

“어?”

남현수가 놀랄 사이도 없이 마르둑은 자신의 옷과 함께 가슴팍을 활짝 열어서는 그 내부를 훤히 내보였다. 마르둑의 내부는 마른 가죽과도 같은 장기로 가득 매워져 있었다.

“이제 절 폐기시켜 주십시오.”

“뭐라고?”

“다른 두 안드로이드는 제가 폐기시켰지만 전 스스로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날 여기까지 데리고 온 이유가 고작 이거야?”

마르둑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제가 말씀드릴 것은 없습니다. 그냥 보시면 알 수 있는 일이니까.”

“내가 싫다고 한다면?”

마르둑의 표정이 갑자기 험악하게 변했다.

“그때는 널 죽일 수밖에 없지! 지구의 더러운 생물이 뭘 그리 따지나! 네 놈이 바보가 아니라면 어서 내 가슴을 쥐어뜯어 파괴해 버려!”

마르둑의 태도는 평소의 그 답지 않게 다분히 의도가 뻔히 드러나 보일 정도로 서툴렀다. 하지만 남현수는 이것저것을 따지지 않았다. 남현수는 오른손을 죽 뻗어 마르둑의 내부를 잡아 무섭게 잡아 뜯었다.

“이 까짓것쯤을 겁낼 줄 알았냐? 내가 주저했으면 쓸데없는 소리를 주절거리며 날 현혹시키려 드는 것이었겠지. 안 그래?”

중얼거리는 남현수를 앞에 두고 마르둑은 힘없이 쓰러졌다. 남현수는 옆에 있는 바위를 들어 쓰러진 마르둑을 마구 내려쳤다. 한바탕 광란이 벌어진 후 남현수의 앞에 남은 것은 대체 무엇이었는지 알아보기 힘든 섬유질의 파편뿐이었다. 남현수가 파편을 들어 살펴보니 마르둑을 이루고 있는 재질은 재미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바깥쪽은 매끈하고 질기며 튼튼했지만 안쪽은 섬유질로 되어 있어 바깥쪽까지 쉽게 풀려 버리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겨우 남은 마르둑의 흔적도 작은 바람에 조금씩 올이 풀리며 스러져 가고 있었다. 남현수는 바람이 싣고 가는 마르둑의 흔적을 좇아 시선을 옮기다가 모든 것이 타오르는 양 붉게 물든 땅을 보고서는 흠칫 놀라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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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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