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114회

영원 속으로

등록 2006.11.28 16:56수정 2006.11.2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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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과학자들도 이젠 모든 입자가 진동으로 창출된다는 사실을 이해해 나가고 있더군요.

남현수의 머릿속에 잊어버린 기억이 환하게 불이 들어오듯 되살아났다. 마르둑은 그 말을 하고서는 수이의 후손이라는 흑인소녀와 남현수를 마주 세워 두고서는 작은 상자를 열어 음악을 들려주었다. 그것은 남현수가 일찍이 들어 본적이 없는 묘한 음악이었다.


-곧 셋의 유전자가 하나가 되어 새로운 생명이 생깁니다.

남현수는 저항하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하쉬의 유전자를 보관하고 있는 저와 지구의 생명을 수호하는 남박사님의 유전자, 그리고 오래전 지구와 하쉬의 유전자를 혼합한 상태에서 가장 최적화된 수이의 후손이 한데 어울러져 전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킬 것입니다.

남현수는 어떻게든 마르둑의 행위를 저지하려고 인상을 찌푸리며 겨우 허리를 굽혔다가 어깨를 비틀어 마르둑을 노려보았다.

-그러지 마십시오. 이건 지구 생명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하쉬의 과학이 지구보다 뛰어나나고는 하나 지구의 시간으로 따져보아도 10만년이 일렀을 따름입니다. 그러나 하쉬의 문명은 우주의 구조를 채 알지 못했고 초광속 여행의 비밀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비슷한 환경의 행성을 발견한 것도 이 곳 지구에 그치고 말았고 수많은 하쉬의 생명이 우주에서 닥쳐온 재앙에 의해 소멸되고 말았지요. 지구도 마찬가지 입니다.


남현수는 저항할 힘을 잃고 땅바닥에 푹 엎어졌다. 그런 남현수를 앞에 두고 마르둑의 얘기는 계속 되었다.

-지구의 생명 중 하나인 인류가 종말을 두려워한 것은 그런 연유로 인한 것입니다. 비록 우리보다 뒤쳐지는 문명이지만 지구는 하쉬에 비하면 낮은 확률의 위험을 안고 있는 행성입니다. 앞으로 수 만 년이 지나면 인류나 아니면 그 뒤를 잇는 생명은 하쉬행성의 생명들이 풀지 못한 우주의 비밀을 밝히고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다른 행성을 찾아 편하게 이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뒤를 잇는 생명?

시간을 초월해서 남현수는 과거의 마르둑에게 직접 질문을 던졌다.

-인류만이 그런 사명을 이룰 수 잇을 것이라고 생각 마십시오. 지구의 모든 생명이 그런 과업을 이룰 수 있는 확률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하쉬는 그 확률을 좀 더 높이는 것으로 지구의 땅을 빌리는 대가를 치르려고 합니다.

남현수는 검은 땅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 인류를 능가하거나 최소한 대등한 지적 능력을 갖춘 생명체의 존재는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생명은 지구의 생태계에서 바닥에 위치할 것입니다. 지금 지구의 생태계는 우리 하쉬의 생명체가 함부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수 십 억년 동안 이루어진 틈을 함부로 찢고 들어가다가는 7만 년 전이나 그 이전의 실수를 반복할 뿐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류가 잘못된 선택을 하여 생명이 멸절 당할 때, 엄청난 파국이 닥쳐 지구의 생명으로서는 바른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이 새로운 생명체는 그 찬란한 꽃을 피울 것입니다.

남현수는 검은 땅으로 성큼성큼 걸어 내려가 그 곳의 검은 흙을 한 움큼 잡고 바라보았다. 그 흙 속에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지구의 생명체도 하쉬의 생명체도 아닌 전혀 다른 제 3의 생명체가 우글거리고 있음을 남현수는 알 수 있었다.

-제가 단순히 지니고 있는 자료로는 이 모든 상황을 판단 할 수 없어 요란스럽게 외계인의 지구방문이라는 행사를 가지고 굳이 7만 년 전의 상황을 재현 한 것입니다. 행여 이것이 인류의 시야를 어둡게 할까 염려되어 손을 써 놓았으니 훗날의 일은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남현수의 귓가에서 마르둑의 말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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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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