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의 짧은 만남과 이별

등록 2006.11.28 15:20수정 2006.11.2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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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집에서 참새와 놀고 있는 아이들.

집에서 참새와 놀고 있는 아이들. ⓒ 김현


“아빠, 우리 새장 사자.”
“그래 사자. 나도 새 키울래.”
“안돼. 참새는 새장에서 살지 못해. 밖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살아야지.”
“근데 옛날엔 어떻게 앵무새랑 키웠어. 참새도 새니까 새장에서 키울 수 있을 거 아냐.”


일요일 아침, 아들 녀석과 딸아이가 일어나자마자 새를 만지고 쓰다듬으며 새장 타령을 합니다. 집에서 참새를 키우자며 아빠를 조르는 거죠.

토요일 아이들 외가댁에 갔다가 오는 길에 할머니가 참새 한 마리를 아이들에게 주었습니다. 집안에 들어온 참새를 잡아 놨다가 손자들이 오니 준 것이지요. 아이들은 참새를 받아들자 환호성을 지르며 시골 마당에서 참새를 날리며 밤 깊은 줄도 모르고 놀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참새만은 가슴에 꼭 품에 안고 잠들었습니다.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저리 좋을까 싶어 그냥 뒀는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새장을 사자고 졸라대는 겁니다.

사실 어젯밤엔 참새는 상자 안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습니다. 차 속에서 골아 떨어졌던 녀석들이 집에 도착했을 쯤 눈을 뜨더니 방에 들어오자마자 참새의 잠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상자 안에 숨구멍을 뚫어주고 못쓰는 헝겊을 깔아주느라 열두 시가 다 되어서야 잠을 청했습니다. 잠자리에 들어가면서도 잊지 않고 참새와 인사를 나눴습니다.

“참새야 잘 자. 안녕!”
“내일은 넓은 데서 자게 해줄 게. 잘 자. 아함 졸립다.”


그렇게 늦게 잠든 아이들은 평소대로라면 아홉 시나 되어야 일어나야 할 터인데 웬일인지 오늘 따라 일찍 일어나 곧장 참새한테 달려가 ‘참새야, 잘 잤니’ 인사를 하자마자 새장 타령을 한 것입니다.

“너희들 아빠 말 좀 들어봐. 지금 상자 속에 들어있는 저 참새가 어떻게 하고 있니. 밖으로 나오기 위해 부리로 구멍을 쪼아대고 있지?”
“응.”


“그럼 왜 밖으로 나오려고 저렇게 하는 걸까?”
“그야 답답하니까 그렇지 왜 그러긴.”

“맞아. 그럼 너희들이 저 상자 속에 갇혀 있다면 밖으로 나가고 싶을까 안 나가고 싶을까?”
“당연히 나가고 싶지. 저 속에서 어떻게 살아.”

“그래 맞아. 저 참새도 갇혀 있으면 답답해해서 살 수가 없을 거야. 아들, 네가 저 참새라면 밖으로 날려보내면 좋겠니 아님 다른 새장 속에 가둬두면 좋겠니?”
“…. 알았어 아빠. 그럼 조금만 더 놀다가 이따가 날려줄게. 그래도 되지?”
“그럼 되지. 근데 참새는 손으로 너무 만지면 힘이 빠지니까 상자에 넣고 모이도 주고 잘 먹나 관찰해 봐. 알았지?”

a 작별인사로 기념사진

작별인사로 기념사진 ⓒ 김현


사실 아이들은 틈만 나면 새를 키우자, 강아지를 키우자, 햄스터를 키우자고 합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나와 아낸 아이들의 의견을 이런저런 이유를 대 거절하곤 합니다.

이번 참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 말대로 새장을 구입해 키워도 되겠지만 그 결과는 좋지 못한 걸 알기 때문입니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야 할 참새가 홀로 새장 속에 갇혀 지내다 보면 결국 생명을 잃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골에서 자란 난 어릴 때 밤이면 친구들과 참새 사냥을 다녔습니다. 랜턴을 들고 모종이나 빈 집 처마 속에 알을 낳거나 잠을 자고 있는 참새를 잡아 놀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깜깜한 밤에 참새들이 잠을 자고 있는 곳에 불빛을 비추면 새들은 잠시 어리둥절하여 날아가지를 못하고 우리들 손에 잡혀 있다가 결국은 죽고 말았지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우리들은 애지중지 보살핀다며 손으로 만지고 호주머니에 넣고 했던 것이 참새들에겐 시달림이 되어 결국 죽고 만다는 걸 알았습니다. 집에서 참새를 키운다면 이 참새도 분명 그럴 것을 알기에 아이들을 설득하여 참새를 자유롭게 해주기로 결정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참새를 놓아주면서도 못내 아쉬운지 나무 위에 올려놓고도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참새도 곧바로 날아가질 않고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며 눈치를 봅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리둥절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참새를 보고 아이들이 “야, 빨리 날아가” “건강하게 잘 살아야 돼. 빨리 가” 하면서 손짓을 합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우리가 옆에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옆을 떠난 후 한참 후에 와 보니 참새는 어디론가 날아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참새가 떠난 빈 자리를 바라보며 아들 녀석이 ‘안 보이니까 이상해’ 하고 혼잣말로 중얼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단 하룻밤의 만남이지만 그만큼 정이 들어서일 겁니다. 그러나 그 하룻밤의 짧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아이들은 여러 모로 생각하고 얻은 게 있으리라 봅니다.

a 훨훨 날아가렴

훨훨 날아가렴 ⓒ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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