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경 강릉경찰서 주문진 검문소에서는 전남 모 지역에서 신혼여행을 왔던 부부가 벌금미납 수배로 인해 체포되어 경찰서로 호송된 일이 있었습니다. 신혼의 부푼 꿈을 안고 설악산으로 여행을 가던 부부는 음주운전 벌금 200만원 미납으로 인해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된 것입니다.
연로한 부모님에게 효도하려고 떠났던 여행길에서 벌금미납으로 검거되어 모처럼의 효도관광이 부모님의 마음만 아프게 한 사례, 방학이 되어 고향에 갔던 대학생이 사소한 시비로 조사를 받은 후 개학이 되어 학교를 다니던 중 영문도 모른 채 경찰서로 끌려오는 안타까운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의 대부분은 통지절차만 제대로 이루어졌으면 방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깁니다."
현재 강릉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신중씨의 말이다. 장씨는 벌금미납 수배자를 검거해야 하는 현직 경찰관으로서 이 과정의 인권침해 소지와 위법성 여부에 대해 최초로 국가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오는 30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리는 '벌금형 집행과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회'는 장씨의 진정이 접수된 지 1년 6개월만에 마련된 자리다.
검찰, 형집행장 남발로 국민을 '수배자'로
일반 국민들은 선고받은 벌금을 내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고 사법기관에 의해 검거되어 벌금을 내고 풀려나거나 아니면 경찰서 유치장에서 하룻밤쯤 지내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법상식이다.
형사소송법 제477조는 벌금이나 과료 등 재산형의 집행을 '민사소송 절차'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다. 이에는 별다른 이론이 없다.
즉 인권의 보장을 위하여 재산형이 부과된 사람에게는 기본적으로 당사자가 부담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는 데 그치라는 법의 명령이라는 점에 모두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벌금형 미납자에게 형집행장을 발부하고 수배하기 전에는 반드시 민사집행 절차에 의한 벌금징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형집행장 발부는 도저히 벌금을 징수할 수 없는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법적 절차가 제대로 지켜진다면 벌금을 낼 능력이나 의사가 충분히 있음에도 통지를 받지 못해서 어느날 갑자기 검거되어 억울하고 황당한 일을 겪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벌금징수의 주관 기관인 검찰은 이러한 절차를 생략한 채, 노역장 유치를 전제로 한 형집행장을 남발하여 국민들을 수배자로 만들고 있다. 심지어는 검찰 업무 시간 이후에 검거되어 호송되어 오는 국민들은 아무런 법적 근거없이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시키도록 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논란... 인권위 결론 주목
필요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형집행장을 발부하는 것은 일반 사회에서 빚을 받기위해 법적 기관 명의를 도용(보통은 빨간 글씨로 위협적이다)하여 공갈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검찰내부에서도 문제가 제기될 만큼 심각하다. 전 대구지방검찰청 조사부장 조대환 검사는 '노역장 유치 집행절차에 관한 소고'라는 연구논문에서 "노역장 유치를 위해서는 먼저 벌금형에 대한 집행이 선행되어야 하며 그것이 불가능하게 됐을 경우에 한하여 노역장 유치 집행이 가능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본인도 현직 경찰서 수사과장으로서 유치장을 관리하고 있다. 하룻밤이지만 단지 벌금 수배자라는 이유로 유치되는 국민들 중에는 억울한 사람이 많을 거란 생각을 늘 해왔다. 그리고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유치에 대해서도 늘 의문을 가져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토론회는 그 의미가 크다. 이 자리에는 법원, 검찰, 법무부, 학계, 인권단체와 실무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현직 경찰관도 참석해 열띤 공방을 벌일 예정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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