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완화는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

[논평] 허구에 불과한 '세금폭탄론'... 종부세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등록 2006.11.29 17:53수정 2006.11.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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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해 9월, 재산세 인하를 주도했던 서울 강남구의 일부 주민들이 올해 늘어난 조세 부담에 반발하며 재산세 납부 거부 운동을 벌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재산세 인하를 주도했던 서울 강남구의 일부 주민들이 올해 늘어난 조세 부담에 반발하며 재산세 납부 거부 운동을 벌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배재만

올해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부과가 시작되었다. 종부세 신고 안내서를 발송하면서 발표한 국세청 현황에 따르면 대상 납세자 수는 1만4000개의 법인을 포함하여 총 35만1000명이며, 납부세액은 1조7273억원으로 지난해의 2.7배 수준이라고 한다.

올해 종부세가 부과되기까지 숱한 논란이 계속되어 왔으며, 지금도 논란은 계속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종부세에 대한 오해와 한계를 짚어 보고 적절한 조정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종부세가 과연 '세금폭탄'일까

무엇보다 종부세와 관련한 논란 중 대표적인 것이 '세금폭탄' 논란이다. '세금폭탄론'은 지난해 8·31 대책 발표 후 몇몇 보수언론에서 유포하기 시작하여 급속도로 퍼졌으며, 그 표현의 자극성도 날로 더해 갔다. 정말 세금폭탄인지의 진위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그 표현만으로도 해당 정책 및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에 부정적인 인식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과연 종부세는 세금폭탄인가? 우선 종부세의 성격 및 관련 논란의 특징, 실제 부과 범위 정도를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종부세의 성격부터 살펴보자면 종부세는 보유세에 해당되는데, 보유세는 부동산 관련 세금 중 부동산 문제의 핵심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는 토지불로소득을 차단하고 투기를 억제할 수 있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즉,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토지불로소득 및 이에 대한 투기수요를 차단하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가 되어야 하며, 보유세는 이를 위한 가장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수단이 된다는 뜻이다.

또 최근의 '아파트 값 폭등' 사태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내용은 바로 이러한 가격상승이 건물에 대한 것이 아닌 토지의 속성인 '위치'에 대한 것이며, 토지의 가격상승은 소유주의 노력과는 거의 무관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보유세는 이러한 토지불로소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단순히 세금폭탄으로 치부하는 것은 그 정당성이 희박하다.


정치논리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세금폭탄론'

게다가 지금까지 이루어진 세금폭탄 논란이 경제논리보다는 사실여부와 관계없는 정치논리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것을 감안할 때, 세금폭탄론은 더욱 더 그 설 자리를 찾기 힘들다. 8·31 대책이 발표되자 보수 언론들은 마치 전투태세를 갖추고 기다렸던 군인들처럼 일제히 '세금폭탄론'이라는 '기사폭탄'을 터뜨렸다.


심지어 종부세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서민들'까지 들먹거리며 마치 종부세로 인해 서민들의 생계가 크게 위협받을 것 같은 논조의 기사들을 쏟아내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정부나 각종 매체 및 단체들을 통해 종부세의 실제 부과대상이 전체 주택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적어도 '서민'을 들먹이는 세금폭탄론은 수그러들고 있는 추세다.

종부세 관련 논란이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로 진행되어 왔음을 알 수 있는 더 확실한 근거는 8·31대책 이후 진행되어 온 정치적 상황과 종부세에 대한 각 당의 대응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선 8·31대책의 국회통과 과정도 매우 극적이어서 당시 큰 이슈였던 사학법과 함께 국회에 계류하다가 연말에 가까스로 통과된 바 있다. 이후 현 정부의 지지율 급락과 5·31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참패가 이어지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겨냥한 비난의 화살을 쏟아냈다. 마치 여당의 참패 원인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있었던 것인양 한나라당은 물론 여당마저도 비난대열에 동참했다.

이후 부동산 가격이 정부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급등하자 한나라당은 보수언론의 엄호를 받으며 8·31대책 발표 이후 꾸준히 언급해 왔던 종부세 과세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과세대상도 세대별 합산에서 인별 합산으로 환원할 것을 주장하였다.

여당의 일부 의원들도 이에 동조하는 행보를 보이는 데까지 이르렀으나,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부자비호당', '부자비호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두려운 탓인지 최근 한나라당은 당론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여당에서도 해당 의원들의 입단속을 시키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처럼 일련의 종부세 및 부동산 정책 관련 논란은 정치논리를 근간으로 진행되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종부세는 세금폭탄' 주장 설득력 없어

a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아파트 건설 현장.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아파트 건설 현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반면 경제논리나 수치로만 따져보자면, 통계에 어느 정도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종부세의 실제 납부 대상은 전체 주택보유세대 중 극히 일부분인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다.

'진정한 서민'이라 할 수 있는 무주택 세대까지 감안하면 종부세 납부 대상에 들었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대한민국 상위 1% 내에 들었다는 자랑스러운 증거(?)일지도 모른다.

이른바 '버블세븐'지역 중 서초구의회에서는 "대부분이 20년 내지 30년 전 내 집을 장만한 사람들인데 이를 투기목적으로 볼 수 없다"며 헌법소원을 준비하는 등 종부세 거부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국세청에 따르면 다주택 보유자들이 소유한 주택이 전체 종부세 대상 주택의 92.3%이며 전체 종부세 대상자의 71.3%는 두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임을 감안해 볼 때 이들의 세금폭탄 주장은 설득력이 더욱 희박하다.

이 모든 내용을 감안할 때 종부세를 세금폭탄에 빗대는 것은 사실여부와 관계없는 정치논리에 바탕을 둔 것이거나 지나친 논리적 비약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종부세는 충분한가? 앞에서 종부세 세금폭탄론의 허구를 확인했다고 해서 현재의 종부세가 제도적 측면이나 과세의 정도에 있어서 충분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우선 과세 폭과 관련하여, 정부는 애초에 목표로 잡았던 보유세 실효세율 1% 방침을 철회, 수정하여 2017년까지 0.61%로 잡은 상태이며 이와 관련하여 추가적인 수정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미국 등 선진국의 보유세 실효세율 1%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우리나라와 선진국과의 단순비교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반론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비해 국토가 훨씬 좁은 우리나라에서 투기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을 고려해 봐도 보유세의 목표세율 0.61%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보유세 강화하고 다른 세금은 낮춰야

종부세는 부동산을 소유한 것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사회적인 대가를 내는 보유세의 일종으로 볼 수 있으며, 일부 언론에서 이를 징벌적인 '세금폭탄'이라고 부르는 것은 맞지 않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조세저항을 우려해 종부세의 과세기준을 6억원 이상으로만 한정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의 종부세는 6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한 부분에 대해서만 과세를 하고 있는데, 사실 6억원이라는 자의적인 기준은 불필요하다. 부동산(특히 토지)을 보유하고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대가를 사회에 납부하는 것이 공평하고 맞다. 비싼 자동차를 가졌으면 많은 세금을 내고 싼 자동차를 가졌으면 적은 세금을 내는 것처럼, 부동산의 보유정도에 따라 그만큼에 해당하는 대가를 내는 것이 맞다.

따라서 현재의 6억원 기준을 9억원으로 올리자고 하는 주장은 말도 안 되는 것이며, 오히려 모든 부동산(특히 토지를 중심으로 한 토지세)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공평하고 논란의 소지를 처음부터 없앨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종부세는 토지와 주택을 포함한 모든 부동산을 과세대상으로 삼는다. 토지와 건물이 겉으로 보기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생산적 노력과는 전혀 무관한 토지와 생산 활동의 산물인 건물을 묶어서 함께 과세하게 되면 토지불로소득 환수 및 투기억제라는 긍정적인 효과와 더불어 건축 활동 억제 및 경기침체 등의 원치 않는 불청객이 함께 찾아오고 만다.

따라서 이와 같은 내용을 반영하여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며, 현재의 재산세가 건물분과 토지분으로 이미 분리되어 과세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 및 보완을 위한 좋은 힌트가 될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는 건물보다는 토지를 중심으로 한 보유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으며, 토지보유세를 통해 부동산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대신 건물분 보유세와 부동산 거래세, 다른 생산적인 노동에 대한 악성세금 등을 감면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조세저항도 줄일 수 있고 이것이 경제정의에도 맞는 것이다.

종부세 완화는 불난 집에 다시 기름 붓는 격

정치권의 종부세 완화 움직임이 일단 수그러들었다고는 하나 종부세 완화 주장이 완전히 소멸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각종 언론이나 소위 '버블세븐'지역의 지방자치단체 및 소유주를 중심으로 종부세 완화 주장이 끈임 없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전술한 바와 같이 현재의 종부세가 보완될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보유세의 역할을 하고 있는 종부세를 완화하게 되면 현재 겨우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다시금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특히 토지가 모든 경제활동의 근간이 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종부세의 완화를 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오히려 토지불로소득 제거 및 투기적 가수요 차단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보유세를 충분히 강화하고 토지와 건물을 분리하는 등의 제도적인 조정을 더하는 것이 적절한 방향이다. 그렇게 된다면 거래의 동결효과 등으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각종 거래세나 양도소득세의 감면까지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토지불로소득이 적절히 환수되고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적절히 개편됨에 따라 '일하는 사람이 잘 사는 사회'라는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한국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토지정의시민연대 공식 논평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토지정의시민연대 공식 논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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