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시대에 국가는 무엇을 할 것인가?

[서평]장하준의 <국가의 역할>

등록 2006.12.04 17:09수정 2006.12.04 17:09
0
원고료로 응원
<국가의 역할>은 <쾌도난마 한국경제>로 주목을 받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교수가 쓴 신자유주의 비판서이다.(원래 영어로 쓰인 책이기에, 옮긴이 이종태, 황해선의 이름이 책 표지에 병기되어 있다)

전작 <쾌도난마 한국경제>는 정승일 교수와의 대담 형식을 통해 한국 경제의 현안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대중적인 교양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사실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읽고 큰 감명을 받은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부처 관료들에게 읽어보라고 이 책을 권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 결과 정부부처 내에서 <쾌도난마 한국경제> ‘열풍’이 불었고 그 덕에, 이 책이 경제서적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라가는데 결정적인 힘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국가의 역할>은 신자유주의 이론에 대한 ‘학문적 비판’과 ‘이론적 대안 제시’가 주를 이루는 학술서적으로서의 성격이 강하기에,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이 끝까지 읽어나가기에는 조금 버거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쾌도난마 한국경제>나 <국가의 역할>, 혹은 뮈르달 상은 수상한 대표작 <사다리 걷어차기>(2003)를 통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맹목적인 찬사가 얼마나 위험한지,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를 모색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 강력하게 주장한다는 점에서 장하준 교수의 일관된 논리를 읽을 수 있다.

@BRI@먼저,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경제성장’ 조차 제대로 촉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이 어떻게 변명하든지 상관없이 그들의 정책은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무참하게 실패했다. 이 같은 신자유주의의 실패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그것은 궁극적으로 신자유주의자들이 시장과 국가와 그 외의 다른 제도들 간의 상호 관계를 균형 잡히고 세련된 형태로 이론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자유주의자들은 이런 실패한 이론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 담론을 전개해 왔다. 게다가 이들은 실증적 증거들까지 지나치게 편향되고 부분적인 방식으로 해석함으로써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결함을 증폭시켰다.”(32P.)

장 교수는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기초가 얼마나 허약한지 파고든다. ‘태초에 시장이 있었다.’는 신자유주의 이론가들의 믿음(저자는 이것을 ‘시장 우선성 가정’이라고 부른다)이 역사적으로 올바른 것인가? 에 대해 장 교수는 시장이란 태초부터 존재해왔던 자연스러운 제도가 아니라고 분명히 밝힌다.

신자유주의자들이 강하게 비판하는 경제활동에 대한 국가의 개입에 대해, 장 교수는 ‘국가의 개입’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역사적, 이론적 배경을 다룬 후, 영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적어도 일정 기간 동안 국가가 경제발전에 강력하게 개입하지 않고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는 없다고 단언한다.

외국인 직접투자와 지적 재산권 문제에 대하여

장 교수는 성공적인 동아시아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외국인 직접투자에 크게 의존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은 국가의 규제가 없을 때,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초국적기업들이 해외투자를 결정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그 나라의 시장(규모가 어떤가? 성장하고 있는 시장인가?), 우수한 사회 간접시설, 뛰어난 노동력 등이다. 규제 시스템은 그 다음 문제일 뿐이다. 다시 말해 초국적기업들은 국민경제적 환경이 우수한 곳에 투자하는 성향이 있다. 그리고 우수한 국민경제적 환경을 창출하는 것은 초국적기업이 아니라 그 나라 정부가 구사하는 (신자유주의는 아닌) 좋은 경제정책이다.”(21-22P)

그러므로 개발도상국들은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일률적인 자유화 정책을 채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국민경제차원의 전략 속에서 각각의 산업들이 차지하는 지위, 그리고 개별 산업의 특수한 필요에 따른 맞춤형 규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22P)

지적재산권 문제의 경우에는 사회적 정당성을 따져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적재산권의 보호에 따라 사회적 수익이 사회적 비용보다 큰가? 를 따져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적재산권 보호에 따른 사회적 대차대조표에서 이익보다 비용이 클 경우, 사회는 이 같은 권리를 폐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된다고 결론짓는다.

‘제도주의적’ 국가 개입

결국 장 교수가 강조하는 것은 ‘제도주의적’ 국가 개입 이론이다. 장 교수는 산업 구조조정의 효율성과 공평성에서 나라마다 실적이 차이 나는 이유를 이들 국가의 경제제도와 정치제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특정 국민경제의 성패는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제도들에 달려 있다.

시장은 이 같은 제도들 중 하나라는 점에서 역시 마찬가지이다. 반면 국가는 여러 가지 제도들의 매트릭스를 운영하는 ‘경영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국가의 역할아 강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국가의 역할 중 ‘기업가로서의 역할’, ‘갈등조정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장 교수는 국가는 기업가 정신을 지녀야 하며, 국가의 기업가 정신은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연 지금 노무현 정부가 ‘좋은’ 경제정책을 통해 이 같은 국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것일까?

국가의 역할 - 장하준이 제시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발전과 진보의 경제학'

장하준 지음, 황해선, 이종태 옮김,
부키, 2006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자식 '신불자' 만드는 부모들... "집 나올 때 인감과 통장 챙겼다"
  2. 2 10년 만에 8개 발전소... 1115명이 돈도 안 받고 만든 기적
  3. 3 김흥국 "'좌파 해병' 있다는 거, 나도 처음 알았다"
  4. 4 23만명 동의 윤 대통령 탄핵안, 법사위로 넘어갔다
  5. 5 김건희 여사 연루설과 해병대 훈련... 의심스럽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